[장아림의 여행일기 (6)] 인도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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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림의 여행일기 (6)] 인도 1편
  • 장아림 치과위생사
  • 승인 2021.01.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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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유례없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감염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바깥 활동이 망설여지는 답답한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증과 무기력증, 과도한 불안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한정된 공간만큼 마음마저 움츠러들 수 있는 독자들에게 여행의 대리만족과 추억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선사하고자 장아림 치과위생사의 여행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 주>
이번 여행지는 어딜 가나 경적이 끊이지 않는,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인도입니다. 인도 편은 할 말이 정말 많아 1‧2편으로 나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인도라는 나라를 가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어요. 제가 가고 싶은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는 캐리어 보단 배낭을 메고 가는 게 좋다고 해서 커다란 배낭도 사고, 인도에 가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서인지 그 나라에 대해 공부도 더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이 쓴 블로그들도 많이 봤어요. 인도를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처음 생각하고 나서 4년이 지난 뒤에 인도를 갈 수 있었어요.

인도는 비자가 필요한 나라라서 가기 전 비자도 발급받아 드디어 2017년 3월! 인도에 가게 되었습니다. 여행 일정 상 12일간의 시간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는 여러 도시보단 과감하게 ‘바라나시’와 ‘델리’ 두 군데의 도시만을 여행했습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델리 공항에 내려 공항에서 대기한 뒤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시간이 되자 밖으로 나갔어요. 델리에서 바라나시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했어요. 기차를 타고 싶었는데 연착이 너무 길고, 시간이 짧아서 저는 비행기를 선택했어요.
 
인도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을 이동해 공항 안으로 입장하기 위해서 이 티켓과 여권을 군인에게 보여줬어요. 저는 인도에 온 것이 너무 즐거워서 그런지 마냥 웃으면서 무사히? 통과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저 말고는 단 한 명의 동양인도 없었어요. 주위를 둘러볼 때마다 근처의 인도인 모두와 눈이 마주쳐 때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낯선 외국인을 향한 신기함과 환영의 뜻을 담고 있는 눈빛이었어요. 탑승 시간이 남아 공항 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샀는데 터번을 한 인도인이 제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게 참 신기한 광경이었어요.
 
새벽에 도착해서 잠도 못 자고 바로 비행기를 또 타서 그런지 바라나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바로 잠이 들어 비행 내내 숙면을 취했답니다. 바라나시 공항에 도착해서는 이제 정말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왠지 모르게 살짝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어요. 공항에서 흥정해서 택시를 타고 갠지스강으로 갔어요. 택시를 타면서 바깥 풍경을 보는데 길이 아스팔트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흙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택시를 타고 가면 먼지가 엄청나게 날려 뿌옇게 될 정도였어요. 정말 TV에서 봤던 것처럼 소들이 길을 활보했고, 사람들이 길에 많았어요. 차나 오토바이, 릭샤, 싸이클릭샤도 많았어요. 그냥 다 많았어요. 어찌나 다들 경적을 울리는지 빵빵 소리가 계속 났어요. 인도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이유가 “빨리 좀 가세요”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너의 뒤에 있어. 조심해” 이런 뜻으로 울린다고 해요. 그렇긴 해도 택시를 타고 갠지스강으로 가는 동안 기사는 쉬지 않고 계속 경적을 울렸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멈추지 않았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주변을 구경하면서 갠지스강에 도착했어요. 3월인데도 날이 너무 더워서 릭샤를 타고 숙소 근처까지 왔는데 마침 근처에서 난생처음 보는 과일을 파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어요.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했지만, 할아버지가 먹어보라며 그 과일을 주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 과일을 사 들고 들어가기도 했어요.
 
숙소 근처는 길은 좁은데 소도 많고 개도 많고 사람은 더 많았어요. 구글 맵을 이리저리 보며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샌가 숙소에 도착했어요. 인도를 다녀온 분들이 왜 바라나시에 갈 때는 캐리어가 아닌 백팩을 권유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좁은 골목과 울퉁불퉁한 바닥, 동물 배설물이 있는 환경에서 캐리어 바퀴는 버틸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숙소는 한인 숙소를 사용했는데 운이 좋게도 루프 탑을 사용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에 놀랐지만, 여행 기간 중 9일간 그곳에서 지내면서 나중엔 정이 많이 들기도 했어요. 문을 열어 놓으면 원숭이들이 와서 먹을 걸 훔쳐 간다고 해서 항상 문은 닫아 놓은 탓에 다행히도 원숭이들이 방에는 들어온 적이 없었어요. 참고로 이곳의 원숭이들은 제 허리정도 오는 키에 팔을 뻗으면 위협이 될 정도의 몸집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원숭이들이 몸집이 작은 사람들을 보면 만만하게 봐서 먹을 걸 훔쳐 먹고 때리기도 한다고 해요.
 
숙소에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밖을 나가봤어요. 너무 더워서 인도 음료인 라씨를 먹으러 갔는데 달달하면서도 맛이 좋았어요. 시원하기도 하고, 쾌변에도 좋아 1일 1라씨를 했답니다. 신기하게 갠지스강 근처에 있는 건물들은 밖에 나가면 햇볕 때문에 땀이 주르륵 흐르고 더운데 그늘만 가면 시원해요. 골목들이 좁아서 여기가 저기 비슷하고, 집에 못 찾아갈 것 같은데도 또 어떻게 어떻게 잘 찾아가게 되더라고요. 며칠 지내다 보니 어느덧 저도 골목골목을 잘 알게 됐고요. 길을 잘 못 찾겠다 싶으면 주변에 있는 인도인들에게 숙소 사진을 보여주면 이쪽으로 가라, 저쪽으로 가라, 말도 잘해줘요. 그냥 동네 아저씨들 같았어요. 9일 동안 이곳에 있다 보니 인도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라씨는 숙소와 멀리 떨어진 ‘블루라씨’라는 곳에 매일 가서 먹었는데 처음에는 몰랐다가 2~3일이 지나자 시체를 들고 화장터로 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갠지스강에는 큰 화장터가 두 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이 골목을 지나는 곳이라 라씨를 먹고 있으면 사람들이 어떠한 말을 하며 시체를 화장터로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어떤 시체는 꽃과 화려한 장식품이 함께 있다면 어떤 시체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어요. 처음엔 놀라기도 하고, 난감해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깐 아무렇지도 않게 라씨를 먹고 있는 제 모습이 모순 같기도 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조금은 깊이 생각하게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라씨는 먹고 나면 그릇을 던져서 깨는 전통이 있어요. 처음엔 왜 깨끗한 그릇을 깨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그릇은 소똥을 구워 만든 그릇 이였어요. 그래서 라씨를 다 먹고 난 뒤에 그릇을 박박 긁지 말라고 한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더라고요. 하하 어쩐지 냄새가 나는 것 같더라니.
 
인도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상상 그 이상의 나라였어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갠지스강에서 있었던 일들과 인도의 수도인 델리 여행기를 들려 드릴게요. 다음 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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