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림의 여행일기 (7)] 인도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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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림의 여행일기 (7)] 인도 2편
  • 장아림 치과위생사
  • 승인 2021.02.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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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유례없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감염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바깥 활동이 망설여지는 답답한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증과 무기력증, 과도한 불안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한정된 공간만큼 마음마저 움츠러들 수 있는 독자들에게 여행의 대리만족과 추억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선사하고자 장아림 치과위생사의 여행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 주>
인도는 참 어려우면서도 재미나는 나라예요. 바라나시에는 9일 정도 머물렀었는데, 좁고 구불거리는 길도 3일쯤 지나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있게 되었고, 골목마다 지나다니다 보면 사람들이랑 인사도 하게 되었어요.
 
하루는 보트를 타고 갠지스강을 둘러보는데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철수라는 가이드가 갠지스강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었어요. 힌두교에서는 죽은 지 24시간 안에 화장을 하고, 재를 갠지스강에 뿌려야 윤회가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누구나 죽기 전에 바라나시에 미리 오는 경우가 많아 예전엔 왕들이나 귀족들이 가트 위에 건물을 짓고 죽음을 기다렸다고 해요.
 
하지만 화장을 못 하는 경우도 있어요. 임산부, 뱀에 물린 경우, 7세 이하 어린이, 수도승, 동물의 경우 화장을 하지 않고 무거운 돌에 묶어 수장한다고 해요. 이유는 윤회를 끊지 않고 다시 태어나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종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어요.
 
아침 일찍 보트를 타면 하루를 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고, 밤에 보트를 타면 뿌자라는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유일한 기도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이곳에 있다 보면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얼마만큼 본인이 믿고 있는 종교가 그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중요한지 알 수 있었어요.
 
바라나시는 밤이 되면 개들도 막 짖고,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해가 지면 숙소로 들어가곤 했어요. 제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위험에 노출이 적었던 이유가 그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고, 조금이나마 이해해서 그에 맞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하는데 더 편리했다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한국인들도 많이 만났어요. 신기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도 하고 아는 체도 잘해요. 한번은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인도영화를 보러 갔어요. 영화관에 들어갈 때 소지품 검사도 하고 들어가요. 좌석마다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심해서 중간 자리로 선택했어요. 인도영화는 중간마다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 사람들이 영화를 보다가 일어나서 춤도 추고, 같이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더 재미난다고 했는데, 제가 본 영화는 인기가 많이 없었는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중간에 춤이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어요. 대신에 영화를 1/3 정도 보여주고 쉬는 시간이 있어요. 그때는 먹을 걸 판매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과자나 음료를 판매해요.
 
이동수단은 싸이클릭샤와 오토릭샤가 있어요. 싸이클릭샤는 자전거로 이동을 해주기 때문에 타면 자전거를 끄는 아저씨의 등과 어깨가 보여요. 대부분은 힘이 들어 그런지 말라 있어요. 그에 반해 오토릭샤를 끄는 사람들은 배가 두둑해 보이는 운전사들이 많았어요. 어디를 이동한다고 하면 주변에 있는 오토릭샤들이 우르르 와서는 호객행위를 해요. 저를 둘러싸고 운전사들끼리 가격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있어요. 그 와중에 제 몸을 터치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요. 제 주변으로 운전사들이 막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합리적인 가격을 부르는 운전사를 선택하면 돼요.
 
바라나시에서 제일 생각나는 일은 한국에서부터 SNS로 알고 지냈던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인도에 있다는 거였어요. 서로 연락하다가 바라나시에 있다고 하니 이곳으로 온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반신반의하면서 오면 만나자고 했는데 정말로 저를 만나기 위해서 인도 고락푸르에서 현지버스를 타고 6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와 주었어요. 정말 반가웠어요. 바라나시까지 와준 선생님이 고맙기도 했고,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이 좋기도 했어요. 지나 쌤은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인도인들에게 양치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양치도 직접 해주면서 인도에서 머물고 있었어요. 처음 만나는데도 서로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참 좋았어요. 같이 밥도 먹고 가트도 거닐며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같은 치과위생사로서 고민거리도 많았는데 함께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바라나시에서 9일을 보내고 인도의 수도인 델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어요. 델리에 도착해서 오후가 조금 늦은 시간이라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에서 하루를 머물렀는데 그 호텔에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룸이 있고, 담배를 피울 수 없는 룸이 있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처음엔 그냥 여기 호텔에서 나는 디퓨저 향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안 좋은 냄새가 나서 “혹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방이냐?”라고 물어보니 맞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옮기기에는 시간이 지나서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묵었어요. 이때 처음 알았어요. 호텔 방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걸. 담배 냄새 때문에 잠도 잔 듯 안 잔 듯하면서 일어나 체크아웃을 하고 안 되겠다 생각해 좋은 호텔을 잡았어요. 그동안 바라나시에서의 숙박비가 10만 원도 안 나왔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호텔에서 2박 3일을 머물 수 있었어요. 방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그동안 몰랐던 소똥 냄새가 제 옷에서 진동하고 있어서 살짝 민망하더라고요. 하하.
 
호텔에서 관광 준비를 마치고 오토릭샤를 잡아서 탔어요. 하루 동안 내가 가고 싶은 관광지가 세군데 있는데 여기를 데려다 달라고 하면서 흥정을 했어요. 한국 돈으로 약 18,000원 정도의 돈으로 제가 원하는 관광지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타면서 다닐 수 있었어요.
 
인도는 미세먼지가 많은 편인데, 가끔 씻고 나와 물티슈로 콧속을 청소하면 진짜 시커멓게 변하는 물티슈를 볼 수 있어요. 델리에 와서 하루 종일 오토릭샤를 타고 다녔더니 몸살 기운도 있고, 매연을 하도 먹어서 목도 아픈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오토 릭샤를 타고는 후마윤의 무덤에 갔어요. 무굴제국 제2대 황제 후마윤과 황후의 묘로, 페르시아의 양식을 가미한 ‘정원 속의 묘’라는 양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이후 타지마할 건축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인도 학생들이 현장 학습을 오는 곳 인 것 같았어요. 기념으로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
 
악샤르담 사원에도 갔었는데 이곳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어요. 모든 소지품(핸드폰 포함)을 맡겨야 입장이 가능해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꼭 가보길 추천해요.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건축미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진으로 찍을 수는 없었지만 추천 드려요. 꼭꼭 한 번 가보세요!
 
다음날부터는 호텔 근처에 있는 택시를 탔는데. 수도라서 그런 건지 택시비가 한국이랑 별반 차이가 없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가 탄 택시가 델리에서도 제일 비싼 택시였어요. 아 역시 우버로 택시를 부를 걸 하고는 후회되기도 했어요.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은 홀리 축제 첫날이었어요. 홀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다양한 빛깔의 색 가루나 색 물감을 서로 얼굴이나 몸에 문지르거나 뿌리는 것인데요. 저도 축제를 즐기고 싶어 아침 10시부터 준비해서 호텔을 나가려고 하자. 앞에서 경비원들이 막았어요. 물감이 든 풍선을 던지거나, 물총을 쏘는데 축제이다 보니 사람들이 술도 마시고, 약간 흥분한 상태로 거리를 다니기 때문에 여자 혼자서 나가면 위험할 수 있다며 나가지 말라고 만류해서 안 나갔어요. 대신 호텔에서 사람들이 홀리 축제를 즐기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오전이 지나자 사람들이 사라졌어요. 물어보니 낮잠 잘 시간이라고 해서 저는 안전하게 우버를 불러 택시를 타고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만약 코로나가 풀리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지체 없이 저는 ‘인도’로 갈 것 같아요.
 
딱히 그 나라의 어떤 점이 좋아서 ‘또 가고 싶다’라고 명명할 순 없지만 제 키의 반만 한 가방을 메고, 많은 시간을 걸어 다녔음에도 항상 그립고 향기가 기억나는 저에겐 추억 같은 나라네요. 코로나가 잠잠해진다면 다시 한번 인도로 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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