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보건의료인력의 ‘단독법’ 대두의 배경과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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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보건의료인력의 ‘단독법’ 대두의 배경과 필요성
  • 한경순 교수(가천대학교 치위생학과)
  • 승인 2021.05.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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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순 교수
한경순 교수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여야 3당이 ‘간호법’과 ‘간호·조산법’을 각각 발의했다. 간호사의 자격과 업무 범위, 양성 계획, 권익보장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발의에 참여한 여야 의원만 총 93명에 달한다. 간호사들의 70년 숙원사업으로 2005년 이후 지속해서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매번 폐기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간호사 역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1975년 보건사회부 간호담당관 폐지 이후 46년 만에 부활한 ‘간호정책과’를 배경으로 지금이 법안 통과의 적기로 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는 있지만 간호법은 없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일간지 광고를 게재하며 입법 홍보에 적극적이다.
 
한편, ‘물리치료사법’도 여야 의원 20여 명이 공동 발의한 상태이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의료 환경변화에 맞게 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 재활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과 물리치료 면허 업무체계 재정립에 주목하며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인력은 ‘의료법’과 ‘의료기사법’, ‘약사법’에 관한 법률로 규정되고 있다. 의료법은 1944년 조선의료령 시행 이후 국민 의료법(1951년)을 거쳐 1962년 의료법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래 70년째 존재하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치과위생사는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및 치과기공사와 함께 의료기사로 분류되어 보건의료정보관리사와 안경사를 포함하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은 1973년 의료기사법을 제정한 것으로 ‘의료 또는 치과의료를 행함에 있어서 필요 불가결한 전문 분야의 기술자를 의료기사로 하고 그 자격요건을 법률로 명문화하여 의료기술자에 대한 대우와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의 보건 및 의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의료기사법에 포함된 직종이 전문 분야별 기술을 취득한 의료 전문가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면서 의료 환경이 변하였고, 직종별 전문성이 심화하여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업무를 법이 구속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고령화 속에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2050년 최고령 세계 1위, 지구상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의료 관점에서는  65세 이후 연령에서의 의료비 지출이 이전보다 4배 정도 급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과 건강수명의 연장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보건의료시스템은 지역사회 돌봄시스템으로 전환하여 질병예방 및 만성질환 관리를 중요시하는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의료기관’ 중심 의료서비스가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 접근성과 의료서비스 구매력이 낮은 지역은 의료균형과 보건향상에 기여하고자 의사의 지도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질병자의 요양지도를 포함하여 의료기관으로 이동 전 응급처치와 관련된 의약품 투여 등 의료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 방문율이나 급성 병상 수, 평균 재원기간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되고 있어 비용감소와 효용 측면에서의 의미가 높다.
 
구강보건정책의 기본방향 역시 구강병을 예방하고 구강의료이용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국민구강건강 향상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 같은 목적으로 설치된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치과의사의 감소 및 부재현상으로 치과위생사 단독으로 구강보건의료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보건소의 치과위생사들은 치료영역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치과의사의 지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1967년 치과위생사 제도를 도입할 때에도 치과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는 치과위생사가 독립적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와 독일 등에서는 치과위생사가 요양원이나 공공보건시설에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이탈리아 등의 임상치과위생사는 치면세균막제거, 치석제거, 치주낭 측정과 치근활택술을 기본 업무로 하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와 스웨덴, 스위스 등에서는 국소마취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와 비교하여 진료보조와 환자관리에 치중해 있는 우리나라 치과위생사 업무는 인력 활용차원에서 볼 때 국가적 손실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양질의 구강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전제하에 국가와 환자 입장의 비용 효율적인 측면에서 의료제공자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치과위생사의 업무에 대한 규정체계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는 치과위생사 단독법으로, 미국이나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도 주별로 업무 내용에는 차이가 있으나 치과위생사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그리고 조산사와 간호사는 의료법으로, 이들을 제외한 보건의료인력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로 광범위하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독특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치과위생사는 치과의료현장에서 치과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 전반을 지원하고, 스케일링을 포함한 구강질환의 예방과 교육, 그리고 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치위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치과위생사 업무의 본질은 의료행위 및 진료보조행위로서 의료인이 수행하는 의료행위에 부합한다. 의료정책연구소에서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의료행위의 개념을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 환자에 대한 요양지도 및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포함하여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인에 한해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치아 및 구강질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치과위생사의 업무가 합리적인 법률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해 합법화될 수 있도록 조처를 하는 것은 당면한 과제이다. 
 
이를 배경으로 치과위생사 역시 의료기사법에서 탈피하여 치과위생사의 정체성과 역할을 정립할 수 있는 단독법을 새롭게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각 직역에서 요구하는 단독법이 특정 직종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직무 행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문성을 촉진하는데 필요한 과정인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건강증진을 달성하는데 비용 효율적인 관점에서 의미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단독법 입법을 준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파악하여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치과위생사들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어떻게 힘을 합쳐 해결할 수 있는지를 지원해야 할 긴박한 시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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