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과 진료와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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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과 진료와 치과위생사
  • 이병진 소장(콩세알구강건강연구소)
  • 승인 2021.06.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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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소장(콩세알구강건강연구소)
이병진 소장(콩세알구강건강연구소)
예방치과 진료는 구강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치과진료로 공중구강보건법과 대별되는 진료실 예방법이다. 예방치과 진료 행위는 사실 오래전부터 개발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최근 구강건강 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과 건강관리 영역에서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방치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고, 치과진료 수요의 정체와 임플란트를 비롯한 기존 치과 수익원에 대한 장기적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증가하면서 예방치과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한 점도 관심이 늘어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예방치과 진료의 개발과 보급과는 별개로 20세기 초기부터 만성 구강질환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은 20세기 중후반 만성 구강질환의 증가 속도를 늦추고 최근에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0년 즈음을 정점으로 구강질환의 발생이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실 개별 예방치과 진료의 효과라기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공중구강보건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나타난 효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 임상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것은 여러 가지 예방법을 환자에게 적용해도 어떤 환자에게는 여전히 구강질환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예방법은 임상 연구를 통해 예방 효과가 검증되었지만 모든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과연 이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구강질환은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는 다른 만성질환과도 마찬가지이지만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은 특히나 더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함께 관리해야 적절하게 예방할 수 있다. 즉 단순히 예방적 치과 처치만으로 해결되기보다는 건강과 관련된 모든 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단편적인 처치보다는 이러한 요인을 함께 관리하는 포괄적인 진료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하고, 이것은 대상자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디자인될 수 밖에 없다.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라는 개념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은 예방의 목표가 질병의 완전한 예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은 하나의 연속적인 개념으로 완벽한 완치나 예방은 불가능한 개념이다. 질병과 건강 사이의 연속 선상에서 치과 의료인은 대상자가 건강으로 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구강건강관리는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고 죽을 때까지 이어져야 하며, 이 과정 또한 예방 프로그램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방 프로그램에 어떠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까? 어떠한 프로그램을 구성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이다. 사실 대부분의 치과 치료는 눈에 너무나 명확히 보이는 증상을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진과 방사선사진 검사 이외에 다른 검사법이 특별히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방 프로그램은 눈에 보이는 질병 증상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을 파악해야 하므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다양한 검사가 더 필요하다. 질병 중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검사들이 불필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대상자의 특성을 좀 더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특히 건강관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이나 질병의 위험요인 평가는 주로 환자와 면담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을 통화 환자와 적절한 의료적 관계가 형성되고 자연스러운 코칭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검사 결과는 종합하여 환자에게 설명하면 환자가 전체 진료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 또한 치료 중심으로 치과 치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예방 프로그램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성의 있게 검사 결과를 설명 받는다면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여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치료과정에 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방 프로그램이 다른 치과 치료보다 더 강조되는 것은 바로 환자에 대한 교육일 것이다. 치과치료 과정에 환자에게 전달되는 교육은 환자의 구강건강관리에 대한 지식수준을 높여 인식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구강건강관리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전달하는 지식이 환자에게 쉽게 수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의 행동이 변화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전달되는 구강건강관리 내용이 이론 위주로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고 또 단편적으로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환자가 직접 구강관리 행동을 바꾸는 것을 직접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방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서 환자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을 관찰하고 직접 지도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방 프로그램의 장점은 프로그램이 1~2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길게는 5~7회까지 이어지며, 환자의 의지가 있으면 지속되는 정기 구강관리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연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여기에 환자가 직접 행동을 바꾸기 위한 과정도 포함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통상의 구강보건교육 중에서 예방 프로그램에서 활용될 교육과정을 구강건강관리 코칭 및 트레이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이론 중심의 ‘교육’이라는 표현에서 벗어나 환자의 참여와 행동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상황에서 치과위생사는 구강건강관리 트레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환자가 함께 설정한 구강관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연습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진료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예방 프로그램은 치과 치료와 예방 처치가 함께 구성된다. 일반적으로는 치과 치료가 모두 종료된 후 유지관리를 통해 예방처치가 시작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예방 처치의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실 치과 진료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면 대부분의 구강 증상이 개선되지만, 구강질환의 위험요인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로 구강에 남아있다. 이 상태에서 치료가 종료되면 다시 재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잘 아는 예방 처치는 질병을 직접 치료하기도 하지만 질병 발생의 원인인 세균과 세균막, 그리고 질병 위험요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므로 예방처치는 본격적인 치과 치료 전부터 혹은 치과 치료와 동시에 시작해야 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치과계에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치료법은 치아를 삭제하고 수복하거나, 치주병을 외과적으로 시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질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위험요인을 파악하게 되면 예방 처치로 초기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또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즉 과거에는 예방 처치가 그저 질병 발생을 줄여준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비침습적 치료법은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비가역적인 구강질환에 의한 구강조직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원상태에 가깝게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과정이 치과 치료와 함께 적용되었을 때 질병 치료와 예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좀 더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치과 의료 시스템은 진료 행위별로 진료비를 산정하기 때문에 포괄적인 예방 프로그램은 환자에게도 진료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과정이다. 가끔은 예방 행위를 권하는 것을 과잉진료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는 가성비 높은 진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여기에 투여되는 비용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러한 가치를 환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 더 유용한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치과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을 예방과 관리에 투자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치과위생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다른 치과 치료와는 달리 치과위생사가 주도하면서 전체 프로그램을 디자인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자와 능숙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하고, 구강건강관리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코칭하는 능력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예방 처치의 재료와 기구에 대해서도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치과의사 및 비진료 인력과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다. 이론적으로는 익숙하지만, 현실에서 맞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나가면 치과위생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물론 직무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구강건강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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