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는 탐정의 수사과정과 흡사’ 치과위생사 출신으로 코로나 19 현장을 누비는 민정란 역학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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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는 탐정의 수사과정과 흡사’ 치과위생사 출신으로 코로나 19 현장을 누비는 민정란 역학조사관
  • 치위협보
  • 승인 2021.07.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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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가 코로나 19와의 사투를 벌여온 지 어느덧 2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7월 초순을 기점으로 4차 대유행에 접어들고 말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치과위생사 출신으로 올해초 부터 역학조사관으로 코로나 현장 최전선을 누비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울 광진구보건소 소속 민정란 역학조사관이다. 1%의 허점도 남기지 않기 위해 묵묵히 매일 현장으로 향하는 민정란 역학조사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당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힙니다-편집자 주>

민정란 역학조사관
민정란 역학조사관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진주보건대학교 치위생과(99학번) 출신 치과위생사 민정란입니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서울시 광진구보건소 구강보건사업담당으로 13년간 근무하고, 올해 2월부터 광진구보건소 역학조사관으로 임명받아 현재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먼저 치과위생사로서 보건사업을 담당하시다가 역학조사관이 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제가 근무하는 광진구보건소 보건의료과에는 4개의 팀이 있는데 그중 감염병을 전담하는 감염병관리팀이 있습니다. 역학조사관이 되기 전부터 신종플루, 메르스, 집단결핵 등 감염병의 유행 때 지원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었고, 코로나 19 유행 이후에는 약 1년 동안 자가격리자 관리 업무와 코로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염병관리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 감염병관리 업무는 보건소의 중요한 업무이자 국민의 건강을 위해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역학조사관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역학조사관이 되는 데 필요한 절차(이수 전공이나 지원 절차 등) 같은 게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역학조사관의 자격요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역, 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료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의료인 ▲그 밖에 「약사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약사, 「수의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수의사 등 감염병ㆍ역학 관련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규정됩니다. 저는 기존에 취득했던 보건학 석사학위를 토대로 역학조사관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활동 중인 역학조사관 중 의사와 간호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저처럼 보건학 석사 자격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학조사관으로 임명받는 것이 끝은 아니며, 임용일로부터 2년 이내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하는 3주간의 필수교육을 이수하고 논문과 유행역학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Q. 역학조사관으로서의 업무를 코로나 19 관련으로 시작하게 되셨는데, 처음 역학조사에 나섰을 때는 어떤 감정과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혹시라도 제가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았던 사람 중 확진자가 나올까봐 겁도 나고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그래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혹시 제가 조사한 동선을 다녀간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게 되고 항상 긴장의 연속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보건소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역학조사관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보건소장님께서는 역학조사관으로서 ▲나뭇잎 하나까지 꼼꼼하게 보면서도, 숲을 볼 수 있는 시야 ▲일희일비하지 않는 평정심 유지와 스트레스 관리 ▲경청하면서도 지나치게 이입되지 않기 ▲꾸준히 공부하고, 자만하지 않기 등의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는데요. 그래서 지금은 소장님께서 말씀하신 위에 글을 자리에 붙여놓고 수시로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일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 19 유행 이후 역학조사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이 됐지만, 실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는 알기 어려운 듯합니다. 대략적인 역학조사관의 역할과 수행업무, 그리고 요즘 하루 일과 등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우리 구 거주 확진자 또는 타구 확진자중 우리 구에 다녀간 동선이 있는 확진자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 확진자와의 통화를 이용해 동선을 파악하고 1차 역학조사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타 시도 및 구 동선이 있는 경우 관할 시 및 자치구로 이관하여 해당 자치구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진행합니다.

또한 확진자의 우리 구 동선 중 현장조사가 필요한 곳은 현장조사팀과 함께 방문하여 CCTV와 그 장소의 밀폐도와 밀집도, 방역수칙 준수여부 등을 파악하여 위험도 평가를 진행합니다. 동선조사 시 필요에 따라 확진자의 GPS와 카드결제 내역 등을 조회하여 누락한 동선이 없는지 확인하고,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을 조회해 병원 및 약국 동선까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각 상황마다 접촉한 사람과의 접촉력 및 취식 여부에 따라 접촉자를 분류하여 자가격리 여부를 결정한 후 통보하는 것으로 역학조사가 마무리 됩니다.
 
Q. 아무래도 여전히 코로나19의 유행은 잡히지 않고 있고,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역학조사관으로서 가장 큰 고충이 있다면?
A. 아무래도 역학조사 업무량에 비해 역학조사관 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확진자가 많은 경우 위에서 말한 업무 과정에서 역학조사관 1명이 담당해야 하는 동선 조사가 많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고, 특전사나 경찰관, 구청 직원 투입 등 지원인력이 있지만,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고 피로도가 높아 몸이 아픈 직원도 많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하는 상황으로 1년을 넘어가니 모두가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Q.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역학조사관으로서 거의 반년 정도 근무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기뻤던, 혹은 업무적인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이나 일이 있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역학조사 과정이 탐정의 수사 과정과 같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경우에 동선을 보고 접점을 찾아내야 하고 서로 연관성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사례로 지난 4월 한 확진자의 동선을 아무리 꼼꼼히 따져봐도 감염경로가 불분명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른 구 확진자의 역학조사서를 보다가 광진구에 있는 횟집에 같은 날 동시간대 방문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동행자가 아니어서 우연히 장소가 겹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조사를 다시 하고, 동시간대 이용자를 다 연락해서 검사를 진행해보니, 다음 날 그중에서 확진자가 13명이 나왔습니다. 방문자 대부분이 20대라 증상이 경미하고 발현이 늦어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인데, 다행히 검사를 진행하여 확진자를 조기 발견하였고, 이후 가족과 직장으로까지 확대 검사를 실시하여 결국 50명가량의 확진자를 찾아냈고 이후 질병관리청에 집단감염사례로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집단감염이 발생이 되면 접촉자가 격리기간이 끝날 때까지 가슴을 많이 졸이게 되고 힘이 많이 들지만, 더 많은 확진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감염경로를 차단했다는 뿌듯함으로 다시 힘을 내게 됩니다.
 
Q.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확진자 동선 중 치과 병·의원 방문 사례가 많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유행 초창기에는 특히 치과 종사자들의 보호장구 착용 미흡으로 자가격리가 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살펴보면 대개 덴탈마스크 착용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진료의 특성상 확진자가 입을 개방해야 하고 침방울이 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과위생사는 항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치과 병‧의원 현장조사 진행 시에는 치과종사자들의 페이스쉴드나 고글 착용여부를 꼭 확인합니다.

지금은 치과종사자들의 예방 접종이 진행되어서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방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코로나 확진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본인의 건강과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진료 시 보호장구 착용과 매 환자 진료 후 소독 및 손 씻기를 꼭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제가 잘해서 이런 인터뷰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배워가는 단계라 미흡한 부분이 있고, 아직 받아야 할 교육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를 통해서 치과위생사 여러분이 다양한 분야와 직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다들 코로나 19로 힘든 상황이지만 나와 서로의 안전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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