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 … 현장 누비는 노장 치과위생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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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 … 현장 누비는 노장 치과위생사들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1.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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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老將]. 특정 분야에 경험이 많은 노련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연륜과 내공을 무기로 현장을 누비는 노장 치과위생사 2인을 만났다. 

 

55세 치과위생사 김미경

“치과위생사 되길 참 잘했어요”

 

“제 직업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죠.”

치과위생사 김미경(55)씨는 이십대 후반 결혼으로 일을 중단했다. 이후 10년간 주부로 지냈지만 일에 대한 생각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다시 업무 복귀를 하겠다는 생각에 2년간 꾸준히 의료보험 청구를 했다. 그리고 서른아홉이 된 해에 새로 개원한 치과병원에 취직했다. 하지만 10년이란 공백기를 채우려면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데만 그칠 순 없었다. 김씨는 3년 동안 주말이면 전국 각지를 돌며 교육을 들었다.

“열심히 강의를 들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임상에 임했어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물론 모든 내용은 문서화하고 있고요.”

김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교육받은 내용은 물론 환자나 직원 관리에 필요한 내용 등 자신이 속한 치과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는 환자 불만사항을 체크하기 위한 불평노트도 쓰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부터 쓰기 시작한 일지만 10권이 넘는다.

“치과에서 쓰는 기기에 문제가 생겨 A/S를 받았다면 얼마나 받았는지 등 사소한 내용까지 기록했어요. 그러다보니 갑작스런 문제가 발생해도 일지에서 해답을 찾을 정도가 되었죠. 퇴직 후 일지를 엮어 책으로 펴내고 싶어요.”

치과에서 실장직을 맡고 있는 그의 주된 업무는 환자 상담과 관리, 의료보험 청구다. 맡은 업무와 관련해 강의를 다니고 치과계 매체에 칼럼을 연재할 만큼 출중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환자들과의 상담이나 대화는 항상 저를 긴장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제가 아픈 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거예요.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으니까요.”

그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임상가로서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바람은 목적지가 없는 배를 밀어주지 않습니다. 행운은 목표가 없는 사람에게 오지 않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행운을 건질 수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 말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60대를 바라보는 그이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반려견 보호, 심리학 공부, 난타, 마라톤 등. 2년 전부터는 국내외 여행이란 목표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노장 치과위생사로서 치과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프리랜서 활동과 치위생계 발전을 위한 협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치과위생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이상 치과를 떠나진 않을 거예요.”

 

 

 

50세 치과위생사 허정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어요”

“노장이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치과위생사 허정선(50)씨는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노련한 노하우로 치과의 신뢰를 높이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항의 치과 중간 관리자인 과장직을 맡고 있는 허씨는 환자 관리와 상담을 맡고 있다. 주로 대화를 통해 환자의 불편사항을 체크하고 편의를 제고하는 역할이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경험들을 토대로 안정된 상담을 제공해 치료 동의율은 높고 컴플레인은 적은 편이다. 그림이 취미인 허씨는 올해 치과를 찾는 사람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줄 계획도 갖고 있다.

허씨는 결혼과 출산으로 8년간 치과계를 떠나 있었다. 나이를 먹고 다시 치과에 복귀하려고 했을 때는 서른이 넘은 그의 나이 때문에 취업이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같은 맥락에서 업무시간 외에는 주로 공부를 했다. 변화된 치과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는 현재 본인보다 20살 이상 어린 자식뻘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세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신 유행 정보를 알아보고 최신 음악을 찾아 듣기도 한다.

그는 인내와 노력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즐겁게 일하는 것”이고 말한다.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에게서도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삼십대 젊은 선생님들의 기를 받아서 그런지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 받고 있어요. 나이 때문에 뒤처진다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도 없어요. 서로에게 힘이 되는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기쁘게 일하고 있답니다.”

그는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이 자신을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프던 사람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느껴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이제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배였어요. 어쩌면 치과위생사는 천직이 아닌가 싶어요.”

일을 통한 보람은 그로 하여금 직업적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그는 십년간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구·경북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치위생계 발전에 열정을 쏟기도 했다.

그래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치과위생사로서 일을 하겠다는 각오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제가 가진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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