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들만 이를 닦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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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들만 이를 닦는가?」  
  • 최상묵 논설위원
  • 승인 2014.05.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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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 묵 논설위원 smchoi38@hanmail.net

왜 인간들만이 이를 닦는가?

이 닦기의 근원은 인도승려들의 칸타카시타(이쑤시개)를 사용했다는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승려의 하루는 이른 아침에 입을 깨끗이 가시며 갈증을 제창하면서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석가도 심신을 씻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 불법의 기본이라고 가르치며 이쑤시개를 사용해서 입과 치아를 깨끗이 함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모든 중생이 맑고 깨끗한 불도를 향해 참회하고 번민의 괴로움, 슬픔에서 벗어나 해탈하려하고 참선의 소리를 반복하면서 이쑤시개를 사용하여 이를 닦고 헹구어 청정케하는 행위가 이루어졌다. - 道元의 正法眼藏 -」

이와 같이 「이 닦는 일」은 질병(치아우식, 치주병)의 예방 목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몸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 관행되어 온 것이다.

이 닦이는 입안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 곧 심신의 평정, 평안함을 얻음으로써 온전한 부처의 상태에 몰입할 수 있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한 종교행위였다.

의학적으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는 신체의 자율신경계 면역계의 생리 상태에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본다면 이 닦기는 매우 과학적이고 의학적 근거를 가진 하나의 의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치의학적으로 이 닦이는 단지 입속의 치태를 제거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마음과 몸 전체의 기능과 연관되어지는 건강 행위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치과의사나 일반사람들은 이 닦이를 단순히 충치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목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구강 내에서 일어나는 질병을 단순한 세균학적 현상이나 병리학적 현상으로만 해석하여 그 원인만 제거하면 치료나 예방이 될 것이라 믿으며 그것이 곧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단편적인 발상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오히려 현대의학의 맹점일수도 있다.

인간의 신체를 기계부품처럼 기름 치고, 닦고 관리하면 반짝거리는 건강이 찾아오리라고 믿는 것은 현대의학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데서 야기되는 허구일지도 모른다.

이 닦이의 지나친 강조는 구강내의 국소적인 병리현상에만 집착한 결과, 환자의 일상생활리듬이나 정서에 따라 변화되는 구강내의 특수한 적응의 생리의 변화와 타액의 분비양이나 질을 변화시켜 구강세균의 활성도를 바꾸어 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건강이란 원인만 제거하면 달성되는 단순한 원리가 아니다.」

구강질병의 원인은 반드시 세균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 만성질환의 유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영양, 생활양식, 환경 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사회형퇴행성 질병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강질환의 예방을 위해서 초콜릿이나 달콤한 과자(당분)의 섭취를 삼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경질적으로 특수음식을 금지시키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과자의 단맛을 즐기는 행위는 오히려 타액분비를 촉진시키고 또 단맛의 쾌감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어 충치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과자나 사탕은 아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고 아이들에겐 「꿈의 음식」일수도 있다. 아이들은 단순히 입으로만 과자를 맛보고 먹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닦기와 가장 많은 관련이 있는 치주질환은 세균에 의한 감염보다는 일상의 생활양식(lifestyle) 이나 사회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만성 퇴행성 질병이다.

따라서 치주병의 예방은 이 닦기 같은 단순 행위보다는 생활양식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더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몸에 일어나는 노화, 호르몬 분비의 변화, 면역기능의 감퇴, 정신적 고민, 생리적인 과로 등등의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신체의 변화가 치주질환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치태를 제거(plaque control)하는 행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환자들에게 지도하고 있는 이 닦기 행위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 평균치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나온 설(設)일 뿐이다. 이를 닦는 이유와 어떤 방법으로 이를 닦아야 하는가에 대한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계층의 환자들에 대한 각양각색의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그 사람(환자)의 현실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접근 방법으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닦기의 진정한 가치는 자기 자신의 잇몸병증상을 자기 자신의 이 닦기 행위로 치유시키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법을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며 또한 자기 자신의 이 닦는 행위를 통해서 일상생활에 안정과 평행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가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지도해주는 일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다른 동물들은 이 닦기를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이 닦기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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