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꾼 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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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꾼 찌란∼!
  • 고수연 영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16.02.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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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습니다'란 의미의 캄보디아어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주최한 봉사활동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월 9일 캄보디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톨릭대학병원은 대학 졸업 후 12년간 근무한 곳이다.

캄보디아 봉사팀은 의료진과 스텝, 의대와 간호대 학생 등 40여 명으로 구성되어 교구청과 돈보스코 학교에서 일주일간 진료를 했다. 치과팀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각각 2명과 의대 학생 1명으로 구성되어 교구청에 배정됐다.

그 곳에는 치과 유니트체어가 자리 잡고 있었고, 기구를 멸균할 수 있는 오토클레이브까지 있었다. 하지만 체어는 충치를 제거하는 핸드피스에 사용되는 부속품이 없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주변에 먼지 쌓인 박스들 안에 수많은 치과 기구와 재료들이 있었다.

꽤 많은 의료진이 봉사활동을 왔을 테지만 이러한 물건들은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우리는 첫날 그 모든 물건들을 꺼내 정리했다. 유니트체어 부속품도 구하고 기구도 제대로 세팅하고 나니 제법 그럴듯한 치과가 완성되었다.

다음에 누가 또 봉사를 온다면 몸만 와도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게 이번 치과팀의 가장 큰 업적인 거 같다.

다음날 진료가 시작되자 많은 환자가 찾아왔다. 손발이 잘 맞는 우리 팀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환자를 볼 수 있었다. 실제 발치, 충치치료, 스케일링에 이르는 많은 치료를 할 수 있었다. 진료 도중 물이 나오지 않아 건너 건물까지 기구를 씻으러 가기도 하고 배탈이 나서 고생도 했지만 팀워크로 잘 넘어간 거 같다.

캄보디아인들 중에서도 특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치과팀은 캄보디아어를 함께 공유하며 현지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봉사라는 것은 늘 주는 것보단 받는 게 많은 일이다. 우리들보다는 조금 어렵게 사는 캄보디아인을 보면서, 그 더운 나라에서 그들을 위해 수고하시는 신부님과 수녀님을 보면서, 진심을 다해 그들을 위해 치료하는 의료진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을 하고 배움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치과위생사라서 이 팀에 합류할 수 있었고, 치과위생사라서 그들에게 스케일링을 해줄 수 있어 매우 보람된 시간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는 `또 가겠다'고 가장 먼저 손을 들 거 같다.

올 한 해는 이번 의료봉사를 기억하며 나보다 남을 조금 더 생각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보살필 줄 아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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