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예방 전문가, 수입 창출자 / 생산자로서의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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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예방 전문가, 수입 창출자 / 생산자로서의 치과위생사
  • 조 영 식(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3.02.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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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지금 같은 양극화 시대에서 절대 다수의 `을'에게 달콤한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들은 설교에서 어느 목사님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실패의 경험이 자기효능감을 낮춘다는 반듀라의 생각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수긍한다. 적어도 `임상 예방'과 관련된 나의 경험에서는 그렇다. 실패는 실패일 뿐이고, 배운 것은 없다.

공중보건의로 처음 배치 받은 곳이 대도시의 보건소였다. 세 명의 치과의사가 근무하게 되었는데, 유닛체어는 한 대뿐이었다. 마침 `학교구강건강계속관리 사업'이라는 낯선 일을 시작하라는 공문이 왔다. 당연히 그 일은 일년차의 몫이 되었다. `사회'와 `예방'에 관심이 많았던 `공중보건' 치과의사로서 나는 기꺼이 그 일을 맡았다. 그리고 어느 초등학교 보건실에서 구강검진을 시작하였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국민 구강건강실태조사 용지 분량의 조사지를 작성하다보니 일년이 되었다. 이제 학교구강보건실이 설치되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대할 무렵 다른 보건지소로 발령이 났다. 면사무소 마당에 보건지소 건물을 짓는 과정을 지켜만 보다가 일 년 후에 확인해보니 사업은 흐지부지 되었고, 실태조사 용지는 사라진 상태였다. 우리나라의 `보건 행정'에 대해 강렬한 배반감을 느꼈던 첫 경험이었다.

■임상 예방은 가능한가?

우연히 치과의사들의 공부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교합 공부가 목적이었지만, 나중에 `한길 치학 연구회'로 발전하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감염방지(infection control)'의 개념과 방법을 치과계에 전파하게 된다. 몇 개의 소모임 중에 특이하게 `예방분과'가 있었다. 치과의원에서 할 수 있는 예방 사업을 모색하다가 `불소 용액 양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팜플릿과 플라스틱 용기도 만들고, 대학병원의 약사를 통해 불소 분말도 수입하였다. 치과에서 용액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약포장지에 나누어 담아 제공하였다.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난 후 프로그램은 중단되었다. 플라스틱 용기 수 천개가 건물 옥상에 방치되었다.

여러 시기에, 여러 곳에서 `임상 예방'을 활성화하려고 시도했다. 학회와 치과의사 단체와 대학이 협력하여 `계속관리 프로그램'이나 `치면세균막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몇 몇 개원의들이 예방치과진료를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기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집단 대상의 구강보건 사업 모델에 기반한 임상예방진료 전략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치위생 100년의 키워드

공중구강보건에 대한 사명감으로 충만했던 공중보건의 시절부터 예방치과진료에 관심이 많았던 개원의 시절까지 `임상예방'이라는 화두에 대해 해답을 얻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모델이 없는 학사 치과위생사 교육 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많이 배우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 치위생의 역사는 곧 세계 치위생의 역사이고, 모범이다.

치위생 100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전문직(profession)'이라는 단어이다. 그래서 그들은 `치과위생사'도 아니고, `치위생 제도'도 아닌, `치위생 전문직 100년(100 years of dental hygiene professio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치위생 100년의 역사는 전문직 확립의 과정이고, 그래서 `자랑스러운 과거(proud past)'이며, 발전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무한한 미래(infinite future)'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미국과 캐나다의 치위생이 도달한 지점은 어디인가? 그 지점이 현재 치위생이 도달한 정점이라면, 먼저 그들이 배우고,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알고 우리에게 맞게 받아 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하지 않을까?

■수입창출자(income generator/producer)로서의 치과위생사

다비의 임상치위생 교과서를 읽다가 치과의료관리학을 공부했던 전공자로서 흥미있는 챕터를 발견하였다. 제8부의 제목을 `진료 관리'로 하여, `진료 관리', `경력 계획과 전문성 개발', `법적·윤리적 의사결정'이라는 세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한 부분이 눈에 띄었고, 두 번째 화두가 되었다.

“현재 치위생은 치과병·의원에서 수익의 중심(profit center)이 되고 있다. 일반 치과의 경우 치위생 파트에서 벌어들이는 손질 총 진료 수입의 30% 정도가 될 수 있다.”

고상하게 `전문직' 얘기를 하다가 천박하게 돈 타령이라니!

그러나 알고 보면, 전문직의 정의에 이미 포함이 되어 있다. 전문직의 정의를 풀어 보면, 많이 배우고, 정당한 보상을 받고, 고도의 전문가 윤리를 바탕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전문직은 일의 가치, 학력, 보상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의 공식적인 자료를 보면, 평균적인 미국 치과위생사의 연봉은 약 6만 6천 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과 국민소득을 따져 봐야겠지만, 우리나라 보다 높은 것은 확실하다. 치과의사와 치과조무사의 연봉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는 미국 치과의사협회로부터 개원상을 받은 치과의 치과위생사는 3M의 웨비나(웹 세미나)에서 CAMBRA(위험평가에 따른 우식관리) 진료를 시작한 후 자기 혼자 연간 30만 달러 이상의 진료수입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income generator/producer'는 무슨 의미일까. 미국 치과의사협회의 직무 매뉴얼에 따르면 일반 치과에서는 기본적으로 치과의사,치과위생사,치과조무사,리셉션니스트가 일한다.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진료 약속과 별도로 진료 약속을 한다. 때문에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개인별로 진료수입을 산출할 수 있다. 진료분담인력으로서의 치과위생사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수입 창출자로서의 치과위생사'는 `진료분담'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환자, 치과위생사, 치과의사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

치과위생사에 의한 진료분담이 환자, 치과위생사, 치과의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영적 측면과 진료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의 측면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치과위생사는 임상예방치과 진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CAMBRA 진료 과정은 보통 필요한 검사, 우식위험평가, 상담과 교육에 45분∼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가 임상적 의사결정을 위해 수행하는 진단과 평가 외의 진료 및 교육 내용은 모두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 안에 있다.

치과의사는 치과위생사에게 관련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 안에서 진료를 위임함으로써 진료 생산성과 경영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시간 동안 진료를 받게 됨으로써 진료의 질과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치과위생사는 `진료 보조 모델'에서 `전문가 모델'로 직무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 모델의 확립은 단지 자긍심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취업 환경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치과위생사의 역할이 진료 보조에 머물 경우 진료 생산성 향상과 수입 증대에 대한 기여도는 경력과 상관없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임상예방 전문가로서 명실공히 진료분담 인력이 되지 않는 한 2∼3년차의 짧은 경력을 선호하는 경향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구조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예방치과 진료 보험 시대의 치과위생사

2001년 봄, 치석제거는 완전급여화 직전이었고, 7월부터 불소도포와 실란트가 급여될 예정이었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치과의료계는 치석제거 급여제한과 예방급여화 연기를 댓가로 지불해야 했다. 예방급여의 흑역사를 지나 실란트가 급여 항목에 포함되었고, 치석제거 급여제한이 풀릴 예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예방치과 보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였다. 안타깝게도 개원가는 임플란트에 대한 미련과 비급여 중심 진료의 관성으로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예방치과 보험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

수복 중심의 진료 문화가 예방 중심의 진료로 전환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치과병의원의 진료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 치과의사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하는 `장인 모델'에서 진료 팀의 리더로서 책임을 지는 `경영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치과위생사는 현행 업무 범위 안에서 진료 분담이 가능한 임상예방 진료를 통해 `전문직 모델'을 확립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치과위생사들은 비외과적 치주치료 중심의 진료를 주로 하고 있다. 치위생 교육에서 임상 실습도 이 부분에 집중한다. 치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치석제거 완전급여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필연이라고 믿고 준비하는 이들에 의해 한국 치위생 100년의 역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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