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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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
  • 최상묵 논설위원
  • 승인 2014.11.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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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 묵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mchoi38@hanmail.net

20년 전 필자가 쓴 칼럼을 글자 한 자 빼지 않고 그대로 전재(轉載) 한다.

지금 다시 읽으면 격세지감이 있긴 하지만 그 당시에 치과위생사 학부과정 신설안에 공식적으로 공직자(교수) 입장에서 찬성을 했던 사람은 유일무이하게 필자 혼자였던 것 같았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고 인식의 폭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는 그 사건은 하나의 혁명(?) 같은 것이었다.

지금 그때 일을 한번 회고해보면서 치과위생사와 치과의사 사이에 더 새로운 관계개선과 동반치료(Co-therapy)의 중요성을 한번 더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이다.

 

 

치과위생사 학부과정 신설안에 부쳐

1995년 10월 「치과임상」 치의학적 산책칼럼      

모 치과대학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치과위생사 학부과정 신설계획이 발표되자 치과계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야단들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반대 입장의 결의문을 내기도 하고 교육부에 반대 건의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대한치과위생사협회에서도 질세라 결의문을 발표하고 반격하고 있다.

이 공방전을 보면서 이런 싸움은 치과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는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치협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여러 가지 명분을 살펴보면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미래지향적이 되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주장은 치과위생사는 치과병·의원에서 고도의 지식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단순 보조인력으로서의 기능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수준의 치과위생사 자격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학력 인프레만 조장하는 학부자격을 갖추 위생사는 필요없다는 주장은 우리 치과의사의 역할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자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만 해서 매우 민망스럽기조차 하다.

의사와 간호사와의 관계에서 보듯이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는 치료의 동반자적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반 의료계에서와 같이, 환자와 간호사의 관계에서 생기는 현상은 환자의 의사관계에서 생기는 이상으로 치료효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치과의사와 환자, 치과위생사는 단순한 치과의사의 기술보좌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치과의사, 환자 사이에 일어나는 치료효과에 대한 코디네이터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특히, 치과치료와 같은 동통과 공포와 불안감을 가장 많이 수반하고 있는 특수한 진료영역에서 간호(Nurse)의 역할은 뛰어난 감성과 인간적인 면이 요구되기도 하고 한편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품성을 지니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듯 치과환자는 그 응석을 치과위생사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다. 다리 아픈 사람이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팡이를 필요로 하듯 환자는 정신적 지주로서 의사가 아닌 치과위생사 같은 의료보조원의 여성적인 부드러운 위로와 의학적 소양으로 제공하는 정신적인 격려를 필요로 하게 되어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우리는 앞으로 보다 자존심과 긍지를 가진 고급인력의 보조요원이 필요한 시대에 와있다고 생각되어진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일반 의사와의 균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의사들이 간호사들과 같이 일하는 것과 함께 우리들도 치과위생사를 간호사와 같은 자격이 있는 요원으로 활용하는데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속된 생각으로 치과위생사가 자격이 높아지면 콧대가 세어지고 다루기 힘들 것이며 인건비 상승도 높아지는 우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치료효과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그만큼 자존심이 강한 인력에 투자해야만 생산성이 높아지리라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대처해야만 앞으로의 치과의료의 고급화재니 보다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얻을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기업의 형태를 한번 살펴보자! 옛날에는 주먹구구식 기업경영으로 상품을 만들어 내던 기업들이 요즈음엔 다투어 고급인력을 채용해서 생산성을 높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급화를 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유독 우리 치과진료 분야에서만이 거꾸로 역행하는 저질화 된 인력으로 만족하겠다는 안간힘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자괴적인 처신이 아니겠는가?

일반적으로 치과 개원가가 영세성을 아직도 못 면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인력의 고급화니 진료의 고급화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현실성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언제까지나 우리 치과 의료계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설정도 없는 일이고 보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미래의 치과계를 전망해 볼 때 그때를 대비한 「사람(人材) 키우기」 작업을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 한 가지 일이 치과위생사의 자격을 높이는 일도 포함될 것이며, 아울러 질 높은 치과기공사, 치과조무사 양성, 기자재 상공인들의 합리적인 기업 정신에 입각한 철학이 있는 장사꾼(?)으로 키워주기 등등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지금 치과계에 「뜨거운 감자」로 되어 있는 치과위생사 학부신설 문제는 양쪽 협회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원색적인 주장을 서로 일보양보해서 학부신설을 허용하되 제한적이고 일부에 국한된 범위로 한정시키는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미국에서도 위생사 교육기관이 214개가 있는 것 중에 164개가 2년제이며 50개만 학부(4년)로 되어 있어 조화 있게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치과위생사의 고급화는 시대에 필요한 조건이며 그들에게 학부과정을 허용함으로 그들 스스로 자질 높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교수요원도 확보될 것이고 또 앞으로 국가에서 필요한 구강보건지도자 양성에서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치과위생사 학부과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의 정책에 대해서 치과계의 미래를 생각하는 앞서나가는 그들의 용기와 결단에 격려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들도 이제는 콧대 높은 자존심강한 유능한 학사치과위생사를 옆에 두고 신나게 진료를 하는, 멋있고 활기찬 치과진료를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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