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 행동 변화를 이끄는 상담 전략
상태바
동기 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 행동 변화를 이끄는 상담 전략
  • 조 영 식(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3.01.16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면의 상처를 지닌 수학 천재와 상담심리학 교수의 만남

매년 정기적으로 보는 영화가 있다. 행동과학 및 심리학 수업의 첫 시간에 영화를 보고 과제를 준다.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과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을 맡고, `진주만'의 밴 애플랙이 나오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다. 동부의 명문 대학에 다니던 맷 데이먼과 밴 애플랙이 대학 시절 함께 쓴 시나리오가 바탕이 되었다고 하니 미국에도 엄친아가 있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에 양부모의 학대를 받으며 자라면서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문제아가 된 윌(맷 데이먼)은 우연히 자신이 청소부로 일하는 대학에서 수학 교수에게 천재성을 인정받게 된다. 교수의 도움으로 폭행 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 대신 심리 상담 치료를 받게 되면서 여러 유형의 임상심리학자를 거쳐 숀(로빈 윌리암스)을 만나게 된다. 이 때부터 윌이 숀과의 만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영화는 심리치료와 상담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재가 된다.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는 `굿 윌 헌팅에 나타난 상담 이론'을 주제로 쓴 글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글은 숀에게서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이름을 떠올린다.

■칼 로저스(Carl Rogers), 비지시적인 내담자 중심의 상담

로저스는 심리학을 공부하면 꼭 만나게 되는 이름이다. 심리 치료와 상담 이론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20세기의 심리학자 가운데 연구자로서 여섯 번째, 임상가로서 두 번째로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로저스는 심리학의 계보에서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분류된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선하며, 성장과 실현의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진실성, 수용성, 공감성을 바탕으로 성장이 촉진된다. 내담자 중심 상담(client-centered counselling)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은 환자가 아니라 `내담자'가 된다. 상담자는 판단이나, 해석을 하지 않고,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경청한다. 이러한 상담 방법을 `비지시적(non-directive)'이라고 부른다.

보건 커뮤니케이션, 치료적 커뮤니케이션, 동기 면담 등 거의 모든 상담과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이 로저스의 철학과 방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체스카(Prochaska), 범이론 모델(transtheological model)과 변화의 단계(stage of change)

프로체스카는 심리학자이면서도 정작 우울증과 알콜 중독으로 무너져가는 아버지를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던 좌절을 겪은 후 평생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수 백 가지에 달하는 심리치료 이론에 나타난 `변화의 과정'을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심리치료 이론들이 내담자가 지닌 문제의 원인과 변화의 대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면서도 `변화의 과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정신분석 이론에서 사용되는 `의식의 고양'과 `정서적 각성'부터 행동주의 이론에서 적용되는 `환경통제'와 `보상'에 이르기 까지 열 가지 정도의 중심 변화과정을 찾아냈다. 400가지가 넘는 심리치료 이론들은 이 가운데 두, 세 가지를 적용하여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범이론(transtheory)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기존의 심리치료 이론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변화 과정의 공통적인 속성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첫 번째 저서인 `심리치료의 체계'(1979)에서 설명되고 있다.

프로체스카는 기존의 중독 치료가 변화 행동의 실행 단계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사람들은 실행 이전의 단계로부터 행동을 유지하는 단계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보았다. `변화 단계'는 현재의 행동을 변화시킬 생각이 없는 `인식전 단계'와 변화시킬 생각을 하는 `인식 단계'을 거쳐,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준비 단계', 변화 행동을 하는 `실행 단계'와 `유지 단계'에 이르게 된다. 각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 행동 변화로 얻게 되는 손익에 대한 판단과 성공 여부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영향을 미친다.

범이론 모델 가운데 변화 단계 이론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범이론'과 `변화 단계 이론'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프로체스카가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로 꼽는 책은 `Changing for Good'이다. 공동저자 세 사람의 임상과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학술 논문에서 건조한 문체로 언급되는 변화 단계 이론을 생각하다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에 우리말로 번역되었지만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출판되어 묻혀져 버린 점이 아쉽다.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와 스테판 롤닉(Stephen Rollnick)의 만남, 그리고 동기면담

밀러는 연구년에 노르웨이에 가서 젊은 심리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자극을 받아 1983년에 동기면담의 개념과 방법을 소개하는 첫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은 큰 반향을 일으켜 동기면담이 확산되는 계기가 된다. 밀러는 두 번째 연구년에 호주에 갔다가 롤닉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공동 작업에 의해 동기 면담에 관한 첫 번째 저서가 1991년에 출판된다. 두 사람은 이후 20년 동안 연구와 저술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밀러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롤닉은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기 면담은 `Motivational Interviewing'을 번역한 용어이다. 직역하면 `동기 유발을 하는 면담하기'가 될 것이다. 우리말로 `동기 강화 상담'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을 만든 밀러와 롤닉이 `치료'나 `상담'이라는 개념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interview'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굳이 `상담'이라고 다시 번역하는 것은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밀러의 첫 논문 제목은 `문제 음주자의 동기 면담'이다. 이 논문에서 이미 프로체스카가 출판을 준비중인 논문을 인용하면서 변화 단계 이론을 동기 면담 이론에 통합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동기 면담의 이론적 배경으로 변화 단계 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밀러는 범이론 모델과 동기 면담 이론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음을 지적하면서 “동기 면담의 체계가 변화의 발전 모델 맥락 안에서 잘 이해된다”고 설명하였다.

동기 면담은 로저스의 `내담자 중심 상담'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은 내담자 중심 상담은 `비지시적'이지만, 동기 면담은 `지시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동기 면담이 주목하는 개념은 `양가 감정'이다. 양가 감정은 변화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원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체중은 줄여야 하는데, 운동은 싫어” 식으로, 상반된 두 가지 감정 사이에 `그러나' 라는 접속사가 놓이는 것이다. 동기 면담은 이와 같은 양가 감정을 탐색하고, 변화를 위한 동기를 이끌어 내고, 강화하는 의사소통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동기 면담의 정신은 협력, 유발, 자율이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동등한 관계로 의사소통하면서 내담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변화 동기를 이끌어 내고, 내담자 자신이 변화의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공감 표현하기', `불일치감 만들기', `저항과 함께 구르기', `자기효능감 지지해주기' 같은 원리를 적용하게 된다. 로저스가 사용했던 `반영적 경청' 등 치료적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현하며, 현재 행동과 가치 사이의 불일치감을 확인하고 증폭시킨다. 또한 변화에 대한 내담자의 저항에 맞서지 않고 저항과 함께 `구르는'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존중해주며, 변화에 대한 신신념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게 된다. 이 때 사용되는 기법은 열린 질문하기, 인정하기, 반영적 경청하기, 요약하기 등이다.

초기에 알콜과 약물 문제를 지닌 환자들을 위해 개발되었던 동기 면담은 현재 가장 폭넓게 적용되는 상담 이론과 기법이 되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임상 적용과 관련 연구가 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동기 면담은 롤닉에 의해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년전 대한치과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손우성 교수가 치과위생사 세션의 초청 연자로 `Motivational Interviewing in Dental Hygiene Practice'에 대해 강연을 하면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앞으로 동기면담 정신과 기술은 교육과 상담 전문가로서 치과위생사에게 필수적인 역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