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의 잠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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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의 잠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 최상묵 논설위원
  • 승인 2014.12.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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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 묵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mchoi@hanmail.net

사람들은 먹고 살아가는 생존, 자식을 낳고 기르는 번식, 자기가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지식들, 또는 건강을 위해서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 가끔은 몰입하는 섹스 같은 것만으로도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추고, 그림을 감상하고 종교 같은 것에 심취하여 그 속에서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미술, 문학, 음악, 종교, 철학과 같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들을 가까이 접하고, 느끼면서 인생의 가치를 찾으려 하고들 있다.

생물진화학적으로는 사람들의 이런 예술적 행동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시하고 헛된 행위일 뿐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과정의 역사 속에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하찮고, 무의미한 것들에 열광적으로 찬양하고, 숭배하는가?

인간은 왜 예술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딱 부러지게 해답을 제시 못하는 어려운 문제였다.

예술(Art)이란 용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가장 모호한 개념의 언어이다. 그러기에 예술 전반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가 없음이 분명해진다. 예술적 감성은 세련된 삶의 취향을 위해 필요하며, 모든 세상의 대상을 한발 앞서 내다 볼 수 있는 지혜와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이해하기 힘든 어떤 암시에 대한 해석이나 감식안목에 의해서 그 탁월성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즐거움과 깨달음과 어떤 자부심 같은 것을 느끼게되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예술에 대한 즐거움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가지게 된 뇌의 기능의 부수적 효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우리 눈앞에 제시하면 우리는 비로소 그 아름다움에 새롭게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실 예술가들이 보여주기 전까지는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아름다움이었다. 예술의 가치는 언제나 자유로움과 풍부한 상상력을 우리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감정이나 생각은 단순히 문자로만 표현하면 문자 특유의 경직성과 권위 때문에 우리를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술적 표현은 부드러운 액체처럼 매끄러워 특정한 형태가 없다.

그래서 인간들은 문자의 교훈적 특성에 질린 탓으로 예술이란 매체를 통해 해방된 느낌을 만끽하려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술작품을 만나 느끼는 즐거움은 삶의 활력소를 얻는 감정이입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술과 의술은 너무나 닮은 점을 가지고 있다. 예술은 마음을 치유하고 의술은 몸을 치유하는 돌봄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예술과 의술은 모두 기예(技藝, Art)를 가장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그 기예를 배우는 교육방법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예술 교육과 의학교육은 개인교습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옛날에는 음악이나 미술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배우는 방식보다 스승의 개인 집에 제자가 들어가 1대 1로 배우는 방식이었다. 의학교육도 인턴(Intern) 레지던트(Resident)라 부르는 것은 거주의 의미가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1:1의 교육은 모방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이다. 스승의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스승의 솜씨를 모방하는 것이다. 모방을 되풀이 하면서 자기만의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을 미메시스(Mimesis)라 하여 자기만의 독창적 예술적 감각은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미메시스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예술의 미메시스는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고, 의술의 미메시스는 「생명의 복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류 문화에서 과학과 예술은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인간의 구성 요소 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통합하여 인류 역사의 새 시대를 열게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신(神)의 세계에는 예술이 없다. 예술은 고난과 노고와 인내를 가진 인간의 영혼에만 간직된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의술)은 길다”라는 유명한 잠언은 다름 아닌 의학의 거성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말이란 사실을 우리는 명심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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