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iview : Scoring is belie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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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view : Scoring is believing.
  • 김백일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 승인 2012.05.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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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패러다임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토마스 쿤이라는 과학철학자가 1962년에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최초로 언급한 용어로써, 한 시대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상의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상의 틀은 새로운 과학적 지식의 대두를 통해서 끊임없이 도전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혁명과도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중세 사람들이 신봉하던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는 천동설은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많은 과학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도전에 의해서 위협을 받다가 어느 순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지동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우식학(cariology)분야에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다. 그것은 우식 원인 균주와 관련하여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제시한 것이다. 1940년대에는 주로 Lactobacilli를 치아우식증의 원인균주로 지목했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부터 Streptococcus mutans(S.mutans)가 우식증의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 받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S.mutans를 체어 사이드에서 배양할 수 있는 Dentocult™와 같은 각종 간이 검사법들이 개발되었고, 이를 임상 현장에서 활발히 활용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 분자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치태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균주들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규명할 수 있게 되자, 이러한 기존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기존의 학설과는 달리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초기 치태가 형성될 때 S.mutans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대신에 non mutans streptococci가 주로 부착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치태가 성숙과정을 거치면서 유기산을 생성하는 단계에서조차도 non mutans streptococci와 Actinomyces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과거에 우식 유발 균주로 알고 있었던Lactobacilli와 S.mutans는 치태 성숙의 마지막 단계에서 출현하게되는데, 우식와동에서 세균을 동정하면 이들 세균들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이들 균주가 우식발생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식활성 검사법들이 주로 특정 원인균주를 동정하는 것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우식 발생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원인세균이 아닌 구강 내 총 세균들이 분비한 유기산의 총량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오히려 우식 예측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Cariview™는 우식증(Caries)을 보여준다는 함의를 가진 새로운 우식 검사법으로써 구강 내 모든 세균들이 분비한 유기산의 총량을 pH변화에 따라서 다양한 색상의 변화로 제시하는 검사법이다(그림1). Cariview™는 기존에 임상에서 사용하던 세균 검사법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Cariview™시스템의 첫 번째 장점으로는 시료 채취의 편의성이다. 전통적인 치아우식활성검사법들은 대상자에게 파라핀 왁스를 일정 시간 씹게 한 뒤 채집한 자극성 타액을 시료로 활용해왔다. 대상자에게 파라핀 왁스를 씹게하는 이유는 저작과정 중에 치아에 붙은 치태를 떨어내어 타액과 섞인 슬러리를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파라핀 왁스의 저작을 위해서는 수분간의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협조도가 떨어지는 영유아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Cariview™에서는 자극성 타액대신에 소독된 면봉을 치아표면에 직접 문질러서 치태를 샘플로 채취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자극성 타액에 비해서 시료 채취가 매우 용이해졌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색깔의 변화로써 결과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Cariview™는 구강 내 모든 세균이 분비한 총 유기산의 양을 반영해서 pH가 3정도로 낮은 강산성의 경우에는 붉은 색으로 표시되고, pH가 7의 중성인 경우는 푸른색으로 표시될 수 있다. 이러한 색깔의 변화는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쉽게 위험성을 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명확한 수치화를 통한 정량화이다. Cariview™시스템에서는 결과를 단순히 색깔의 변화로만 제시하지 않고, 전용 광 분석기(그림 2)를 함께 사용할 경우 색깔의 변화를 위험도에 따라서 0에서 100까지 구체적인 점수로 제시해줄 수 있다(그림 3). 또한 환자의 Cariview™검사 결과에 따라서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며, 각 위험군에 따라서 적합한 권고 사항이 함께 제시될 수 있다.

지난 시간에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우리나라 속담과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서양 격언을 소개한 적이 있다. 나는 여기에 한 문장을 더 추가해서 `Scoring is believing'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현대과학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확한 근거를 정량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보편 타당한 진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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