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과의 진보와 임상치위생의 미래 : Professional Dental Hygiene Care
상태바
예방치과의 진보와 임상치위생의 미래 : Professional Dental Hygiene Care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2.07.24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서울대 치위생학과에서는 지난 해 여름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주최로 이틀 동안 임상치위생 교육과정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치위생 교육과 실무의 표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 증례 교육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지난 7월 10일에 한국치위생과학회 주최로 `최신 임상예방치과 진단검사법 핸즈온 워크샵'을 가졌다. 최근 임플란트 이후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예방치과 분야의 검사법을 이해하고, 참가자들의 교육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실습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글은 이번 워크샵에서 필자가 주제 강연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예방치과'와 `치위생'은 동전의 양면이다. `예방치과'는 `치위생'을 통해 구현되고, `치위생'은 `예방치과'의 진보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

예방치과에서 개발된 위험도 평가와 초기우식 진단 방법은 환자/대상자의 구강 건강 문제와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치위생 과정의 목표를 명확하게 한다.

치과위생사가 수행하는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예방치과 검사와 처치'를 `전문가 치위생 케어'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전문가 치위생 케어'는 치과위생사의 업무 수행 방식을 보조자 모델에서 전문가 모델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Alfred Civilion Fones, 예방치과와 치위생의 창시자

치과의료는 19세기 중반까지 공식적인 의료체계 밖에서 장인 기술에 의해 제공되었다. 최초의 치과대학이 설립되어 치의학 교육이 시작되었지만 부실한 대학 교육과 상업주의 경향은 20세기 초반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공중보건의 발전은 치과의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세기 말까지 공중보건의 당면 과제는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환경위생 문제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에서는 환경보건에서 대인보건으로 공중보건의 과제가 변하게 된다. 거리에 우유보급소를 설치하여 아동들에게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였고, 임산부와 영유아 건강을 위해 모자보건 사업을 시작하였다. 보건교육에 적합한 공간으로서 학교가 선택되었다. 간호사와 영양사가 학교에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공중구강보건과 예방치과의 선구자들이 나타났다. 라이트, 하이야트, 라인, 스미스 등은 구강보건교육과 예방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Dental Hygiene Movement라고 불린 이 운동의 클라이맥스에 폰즈의 이름이 등장한다.

치과위생사 제도의 창시자로서 폰즈의 생애와 업적은 잘 알려져 있다. 치위생학과 신입생들이 치위생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듣는 이름이 폰즈이다. 구강위생 운동 관련 학술 모임에서 정기적인 치면세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미스의 강연에 감명을 받은 폰즈는 학생들의 구강보건교육과 예방처치를 담당할 새로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폰즈 클리닉을 열었다. 폰즈의 비전에 공감한 치대 교수들과 치과의사들이 무급으로 교육에 참여하였다. 이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이 최초의 치과위생사가 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폰즈와 치과위생사 제도의 효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치과위생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폰즈가 있다. 예방치과 창시자로서의 폰즈이다. 폰즈는 최초의 치과대학 예방치과학 교과서를 집필하였고, 치과대학에 예방치과학 교실을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 뿌리에서 나온 치위생학과 예방치과학은 두 갈래의 길로 나뉘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치위생과정 기반의 임상예방치과 검사와 처치

미국의 치위생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를 찾는다면 `보조자 모델에서 전문가 모델로'가 될 것이다. 미국 치과위생사 협회는 1980년 대 중반부터 전문가 모델의 확립을 위해 독자적인 이론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확립된 이론이 `치위생 과정' 이론이다(조영식, 치위생과정 기반의 임상치위생 교육과 실무, 치위생과학회지, 2011).

치위생과정은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틀로서 치과위생사가 업무범위 안에서 해결해야 할 구강건강 문제나 위험요인을 규명한다. 치과위생사는 치위생과정을 통해 환자나 대상자의 자료를 수집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중재 계획을 세우고, 치위생 중재를 수행하며, 결과를 평가하는 체계적인 과정에 의해 일차 구강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위생과정은 미국 치과위생사협회의 임상실무 표준으로 확립되었고, 치위생교육기관 인정기준에 포함되어 있다. 신규 치과위생사에게 요구되는 역량기술서의 주요 항목이다. 치과위생사는 치위생과정 기반의 임상치위생 실무를 통해 전문가로서 일하는 방식을 실현하게 된다.

예방치과의 영향은 치과의료의 지형을 변화시킬 만큼 강력하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예방치과의 원리와 방법은 선진국의 치아우식증 유병율 감소에 크게 기여하였다. 수돗물불소농도사업은 20세기의 대표적인 공중보건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방치과의 기초 연구와 임상의 정점은 초기우식의 진단과 처치라고 볼 수 있다. 우식의 메카니즘이 규명되었고, 구강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탈회와 재광화의 임상적 의미가 실험되고 있다. `위험도 평가에 따른 우식 관리'에는 다요인 질환으로서의 역학 모델과 실험 예방치과의 성과가 집약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진단 장비와 재료 개발이라는 공학적 시도가 결합되고 있다.

임상예방치과 검사와 처치는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에 속해 있기 때문에 치위생과정에 의해 제공될 수 있다. 초기우식의 경우 `assessment' 단계에서 각종 예방치과 검사법을 통해 우식 위험도와 초기우식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implementation' 단계에서 우식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각종 중재 와 재광화 처치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evaluation' 단계에서 우식 위험도 감소와 재광화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행 의료기사법과 시행령에 명시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 안에서 임상치위생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예방치과 진료를 `전문가 치위생 케어(professional dental hygiene care)'라고 부를 수 있다. 권위가 있는 예방치과학 교과서인 Primary Preventive Dentistry(7판)에 같은 제목의 새로운 장이 추가되었다. 이미 `전문가 치위생 케어'를 `primary preventive care'의 하나로서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care'를 굳이 `관리'라고 번역하는 것도 어색하다. 각각 다른 뜻을 지닌 여러 가지 용어가 획일적으로 `관리'라고 번역되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케어'는 이미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외래어이다. `care'를 `케어'로 쓰는 것이 의미 전달이 더 잘된다. `관리`도 어차피 오래된 외래어인 한자말이다.

 

■전문가 치위생 케어를 통한 전문가 모델의 확립

세계에서 최초로 치과위생사 제도가 생긴지 99년이 지났다. 내년이면 백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00년 동안 폰즈의 비전을 따라 치과위생사 제도와 예방치과학이 독자적으로 발전하였다.

한국은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치위생 교육기관과 대학원의 수, 석·박사급 연구자의 수, 학술지와 학술논문 등 양적 측면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모든 치과대학에 예방치과학교실이 개설되어 있고, 예방치과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치의학과 치과의료는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미국에서 받아들여, 미국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한 두 가지가 있다면, 그 것은 개신교와 치과의료일 것이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치과위생사가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은 아직까지 `보조자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예방치과 전문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치과의사의 머릿속에 예방치과는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고, 개원가에서는 보철과 임플란트 중심의 진료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10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성서는 이럴 때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우리가 책망 받아야 할 것은 우리가 `처음 사랑'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처음'은 Dr. Alfred C. Fones이다. 폰즈 박사가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탄생시켰고, `예방치과학'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임상치위생의 미래는 예방치과의 진보에서 발견된다. `위험도 평가에 따른 치아우식증 관리'라는 근거중심 진료에서 `전문가 모델'의 가능성을 만난다. 여기에 `치위생 과정'이라는 체계적인 방법이 결합하여 `전문가 치위생 케어'를 제공하게 된다. `전문가 치위생 케어'는 치위생 과정 기반의 임상예방치과 검사 및 처치를 뜻하는 것이다.

임상예방치과 진료의 정점은 치과의사에 의한 초기우식진단과 예측이 치과위생사에 의한 예방치과 검사와 처치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다. 치과의사의 관점에서는 예방치과 진료이고, 치과위생사의 관점에서는 `전문가 치위생 케어'가 된다.

 

■혁신 확산 이론과 치위생 교육의 과제

`전문가 치위생 케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진료보조 위주의 임상 현실을 탓하며 가능성을 부정한다.

로저스가 제안한 혁신 확산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이론이 개발되어 현장에서 활용되기까지 지식, 인식, 결정, 수행, 확정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때 소수의 혁신적인 사람과 집단만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새로운 치의학 지식과 기술이 임상에서 활용되기까지 수 년에서 수 십년이라는 지식 확산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불과 20∼30년 전까지 치과임플란트를 정식으로 교육한 치과대학이 없었다. 임플란트는 일부 개원의가 시도하는 근거 없는 시술로 인식되었다. 선구적인 구강외과 교수가 한 학기 내내 악교정 수술에 대해 강의할 때, 개원가에서 양악수술을 시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한 학생은 없었다.

지금 대학에서 첨단 지식과 장비를 활용하여 교육한다고 해서 십 년 후 `전문가 치위생 케어'가 활성화되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대학에서 교육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십 년 후에도 치과위생사의 임상 현장은 `보조자 모델'을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이제 입학 정원 5,000명 시대가 되었다. 대학생 100명 중 한사람이 치위생(학)과 학생이다. 이렇게 많이 배출되는 치과위생사가 진료보조에서 보험업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모든 치과위생사가 `전문가 치위생 케어'를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치과위생사는 미국의 치과에서 치과조무사가 하는 일부터 리셉션니스트가 하는 일까지 모든 치과 업무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맡아서 해야 한다.

동시에 임플란트 이후 시대의 대안으로 예방치과를 주목하는 치과계의 요구에 부응하여 예방치과 검사와 처치 역량을 갖춘 예방치과 전문 치과위생사를 배출해야 한다. 어떤 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창조적 소수'라고 부른다. `창조적 소수'가 역사를 바꾼다. 치위생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창조적 소수'를 양성하는 일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