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킨스와 임상 치위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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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킨스와 임상 치위생학
  • 조영식 (남서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2.10.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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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 Wilkins and Clinical Practice of the Dental Hygienist

 

대학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든 학문은 대표적인 교과서를 가지고 있다. 수 십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개정이 이루어지는 권위있는 교과서는 해당 분야의 지식체와 학문적 발전의 정수이다. 우리는 이러한 텍스트를 `OO학의 바이블'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부른다.

 

치위생학의 바이블(Bible of Dental Hygiene),

Clinical Practice of the Dental Hygienist

치과위생사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 치위생학의 바이블로 인정받고 있는 교과서는 윌킨스 교수의 `Clinical Practice of the Dental Hygienist'이다. 굳이 직역하면 `치과위생사의 임상 실무' 정도가 될 것이다. 1959년에 등사판 실러브스 형태의 초판이 나온 이후 반 세기가 넘게 개정을 거듭하여 올해 초에 11판이 발간되었다. 판권난에 발간 연도가 2013년으로 표기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연식보다 먼저 출시하는 것은 자동차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보통 5년 간격으로 개정판이 나왔는데 지난 10년 동안 9판, 10판, 11판이 연이어 발간되었으니 평균 3년 마다 개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올해 윌킨스 교수는 95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매우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 입원 중인 윌킨스 교수의 쾌유와 퇴원을 기원하는 사연들이 올라 있다.

 

보스톤시 의회의 `Esther M. Wilkins Day' 선정

보스톤 시의회는 윌킨스 교수의 9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그 해 12월 9일을 `Esther M. Wilkins Day'로 선정하였다. 기념일 선정 이유는 `치위생의 할머니'로 존경받는 윌킨스 교수가 치위생 분야에 기여한 무한한 공로 때문이다. 치위생학과 교수가 치과위생사 협회 총회도 아니고, 유명한 도시 보스톤시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점과 시의회가 기념일로 지정하였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윌킨스 교수 개인의 영광인 동시에 미국인들의 치과위생사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윌킨스 교수의 생애는 치위생학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대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외국 교과서에서는 저자 이름 옆에 면허와 학위를 영어 약자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Esther M. Wilkins라는 저자명 옆에는 세 가지의 약자가 표기된 점이 특이하다. `BS', `RDH', `DMD'라는 약자는 윌킨스 교수의 다양한 경력을 보여준다. 포시스 대학 치위생과를 졸업하고 치과위생사 면허를 취득한 윌킨스 교수는 다시 치과대학에 진학하여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다. 보통 치과의사는 DDS로 표기하나, 대학에 따라 DMD(Doctor of Dental Medicine) 학위를 수여하기도 한다. 이후 다시 치주학을 전공하여 보스톤에 있는 터프트 치과대학의 치주과 교수와 메사츄세츠 약학·보건과학 대학 치위생과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95세까지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치과위생사들 사이에 유명 연예인들 이상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포시스 대학의 치위생 클리닉의 명칭은 `Ester Wilkins Dental Hygiene Clinic'이다.

치과위생사이면서 치과대학 치주과 교수인 윌킨스의 개인적 경력은 미국에서 치과위생사의 직업적 특성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모든 치과위생사의 책꽂이에 있는 책 

윌킨스의 임상 치위생학은 미국에서 거의 모든 치과위생사가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알려져 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치과위생사들이 윌킨스 교수와 `임상 치위생학' 텍스트에 보내는 찬사를 읽을 수 있다. 다른 교과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비 교수가 대표 저자인 `임상 치위생학' 텍스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충실하고 방대한 내용과 행동과학적 접근법은 매력적이다. 치위생학을 `행동 관리와 예방적 구강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과 과학'이라고 규정한 미국 치과위생사 협회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텍스트이다. 보건학을 전공하고, 행동과학을 가르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에서 주교재로 선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다. `인간 욕구 이론'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임상'과 `행동과학'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지나치게 앞서 나간 느낌이 있다.

윌킨스 텍스트의 장점은 탁월한 균형 감각과 성실성이다. 미국 치과위생사 협회의 `임상 실무 표준', 미국 치의학 교육 평가원의 `치위생 교육 프로그램 인정기준', 미국 치의학 교육 협회의 `신규 치과위생사 역량 기술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의과학 분야의 과학적 진보와 새로운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치위생 과정(Dental Hygiene Process) 중심의 개정

윌킨스 텍스트의 목차와 내용은 여러 차례에 걸쳐 치위생 과정 중심으로 개정되고 있다. 7판은 1994년도에 발간되었으며, 치위생 진단에 대해 `치과위생사가 업무범위안에서 실제적, 잠재적 구강건강 문제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Muller-Joseph 등의 `치위생 과정: 진단과 계획수립'(1995)의 발간 이후 1999년에 8판이 발간되었다. 8판에는 Mueller-Joseph이 공저자로 참여하여, 서론에서 치위생 과정 이론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총 6부로 구성된 각 단원의 제목은 `전문직으로서의 치과위생사', `치위생 약속을 위한 준비', `자료수집·평가(assessment)', `예방', `치료', `특수 환자'로서 치위생 과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에 발간된 9판은 초판 발행 45주년 기념판이며, 본격적으로 치위생 과정에 의해 목차을 구성하고 있다. 총 7부의 제목은 `임상 치위생 실무 오리엔테이션', `치위생 약속을 위한 준비', `자료수집·평가(assessment)', `진료 계획수립', `예방', `치료', `특수 환자'이다. `제6부 진료 계획수립'이라는 제목하에 `제21장 치위생 진료 계획수립'과 `제22장 치위생 진료 계획수립'에 관한 두 개의 장이 추가되었다. 2009년에 발간된 10판에서는 전체적인 구성과 목차는 변경되지 않았으나 9판에서 `치위생 계획수립'이었던 6부의 제목을 `치위생 진단과 치료계획'으로 변경하여 치위생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근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장의 구성과 내용은 변화가 없고, 치위생 진단에 관한 별도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치위생 진단에 관한 설명이 매우 간략하고 모호하게 기술되어 개정이 필요하다.

 

근거중심 치위생(Evidence Based Dental Hygiene)과 보건 커뮤니케이션

최근 발간된 윌킨스 텍스트 11판에 나타난 중요한 변화는 두 개의 장이 새로 추가된 점이다. `근거 중심 치위생 실무'(2장)에서는 근거 중심 의학의 기본 개념과 치위생 적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과대학의 예방의학 교과서인 `예방의학 및 공중보건'에서도 2011년도 판에 처음으로 근거중심의학을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효과적인 보건 커뮤니케이션(3장)'에서는 언어적·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유형과 행동변화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행동과학적 접근을 수용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달에 열린 `한국 치위생과학회 종합 학술대회'에서는 이영규 교수가 초청 강연을 하였다. 필자는 연자가 치주 치료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면서 제시하였던 `Dental Biofilm', `Periodontal Debridement', `Nonsurgical Perodontal Therapy', `Maintenance' 등의 개념과 구강위생교습에 대한 강연 내용이 윌킨스 텍스트의 내용과 일치하는 점을 발견하고 놀란 경험이 있다. 윌킨스와 공저자로 참여한 미국의 치위생 교육자들의 지적 성실성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블'이라고 불릴만한 훌륭한 임상 치위생학 교과서가 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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