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 우연이 나은 위대한 발견
상태바
불소, 우연이 나은 위대한 발견
  • 김희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 승인 2010.02.23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방치과학 분야의 영원한 화두

지난 30여년 동안 불소치약이나 불소양치액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한 결과, 세계적으로 12세 아동의 치아우식증 유병률(caries prevalence)이 급속하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치아우식증(dental caries)은 와동이 형성되면 이를 다시 자연적으로 회복시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질병이라는 특성 때문에 모든 연령층에게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예방치과학 분야에서는 와동이 형성되기 이전에 백색병소(white spot)를 진단하여 비외과적인 방법으로 치아우식증을 재광화시키는 치료법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재광화 치료와 관련하여 비용-효과적인 면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물질이 불소이다. 불소는 치아우식증을 예방하고 조절하는 데 그 기여도가 가장 큰 물질이다.

예방치과학의 효시 불소의 발견

불소와 치아우식증 간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역학적 연구를 시도한 주역은 Dr. Frederick Mckay와 Dr. Henry Trendley Dean이라 할 수 있다.

1901년에 F. Mckay가 자신이 거주하는 미국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의 주민에게서 관찰한 갈색 반점치에 대해 의문을 가진 것이 불소에 대한 관심의 출발점이다. 이후, 그 지역 치과의사 사이에서 동일한 증상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Mckay는 Dr. Greene Vardiman Black과 공동실태조사를 통해 `콜로라도 갈색침착(Colorado brown stain)'이라 불렸던 이 갈색 반점치가 풍토성 결함이고, 이것이 그 지역의 음용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편, 1931년에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초대 치과부장이었던 H. T. Dean은 미국내 26개 주의 375개 지역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반점치의 분포를 파악하였다(1938). 또한 Elvove와의 공동연구(1936)를 통해 반점치 증상이 불소의 농도와 명확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음용수내 불소농도가 1 ppm 이하면, 반점치의 유병률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밝히게 된다. 이 결과는 McKay와의 공동연구(1939)에서도 밝혀졌다. 그 즈음에 Dean은 치아의 반점도 상태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 체계도 개발하였다(1934). 이후 반점치를 치아 불소증(dental fluorosis)으로 명명하게 된다. 또한, 1942년 미국 전역에 걸친 대대적인 역학조사 `21 cities study'를 통해 음용수 내의 불소농도가 높아지면 DMFT 지수가 감소한다는 역의 상관관계를 밝혔다(그림 1). 이러한 여러 연구결과를 근거로, 1945년에 미시간주의 그랜드 라피드시에서 세계 최초로 수돗물 불소농도조정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후 여러 지역사회에서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렇게 1900년대 이후 불소에 대한 역학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었고, 여러 학자에 의해 생화학적으로 불소의 항우식 기전이 밝혀졌다.

 

불소의 메커니즘

불소가 치아우식증을 예방하고 조절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선행연구에 의해 보고된 바 있다. 이런한 불소의 기전은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1.항균, 항효소작용에 의한 세균의 대사작용 억제 (inhibiting bacterial metabolism)

불소는 이온상태로 세균의 세포벽이나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치태(dental plaque, dental biofilm)내의 pH가 낮아지면 불소이온이 수소이온과 결합하여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HF)를 형성한다. 이렇게 변형된 불소는 산 생성 세균내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그 결과 세포질내가 산성화되어 세균이 대사하는 데 필요한 각종 효소와 불소가 결합함으로써 세균의 성장 및 복제를 억제하게 된다. 또한 세균의 당대사 과정 중에 enolase를 억제함으로써 산(lactic acid) 생성을 억제하게 된다.

2. 내산성 향상에 의한 탈회 억제(inhibiting demineralization)

사람의 치아나 뼈의 무기질은 탄산수산화인회석(carbonated hydroxyapatite, CAP, Ca10-x(Na)x(PO4)6-y(CO3)z(OH)2-uFu)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치아가 맹출하는 동안 산에 노출되면 탄산수산화인회석 결정인자 중 탄산이온이 먼저 용해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치아가 맹출되고 법랑질이 성숙되는 동안 치아에 국소적으로 불소가 도포되면 법랑질 결정의 주성분인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 HAP, Ca10(PO4)6(OH)2)내의 수산화기(OH-)가 불소이온과 치환되면서 불화인회석(fluorapatite, FAP, Ca10(PO4)6F2)으로 대체된다(그림 2). 불화인회석은 결정 격자 내의 결합력이 수산화인회석보다 강하기 때문에 산에 대한 용해도가 수산화인회석보다 훨씬 낮아진다. 그 결과 치아우식증의 강력한 보호기전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의 법랑질 최외각층에는 보통 1,000∼2,000 ppm, 그 하방은 20∼100 ppm 정도의 불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아무리 법랑질내의 수산화기가 완전히 불소이온으로 치환된다고 할지라도 39,000 ppm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심한 불소증인 경우라 할지라도10,000 ppm 정도의 불소함량만이 포함되기 때문에 법랑질 결정을 모두 불화인회석으로 치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음용수가 불소화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법랑질의 불소 함량 차이는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차이로 50% 이상의 치아우식증 유병률 차이를 만든다고 보기 어렵다는 여러 선행 연구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불소의 항우식 기전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했다.

특히 “ gaard 등[1988]에 의해 발표된 연구결과가 그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1970년대 이전에는 고농도의 불소도포를 시행함으로써 수산화인회석을 불화인회석으로 가능한 한 모두 바꾸는 것이 치아우식증 예방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70% 이상이 불화인회석으로 이루어진 상어 이빨에서도 우식 병소가 생겼고, 오히려 불소양치액(0.2% NaF)으로 매일 양치한 사람의 치아가 상어 이빨보다 법랑질내의 무기질 손실이 적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이 실험결과로 인해 불화인회석에 의한 내산성 효과보다는 다음에 소개될 재광화 기전이 더욱 부각되었다.

3. 재광화 촉진(enhancing remineralization)

구강 내의 타액이나 치태는 칼슘이온과 인산염으로 과포화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 탈회가 발생하면 그림 3과 같이 일부 탈회된 결정표면이 핵(nucleator)으로 작용하면서 이 표면 위에 무기질의 저장고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층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우식이 발생한 탈회된 치아 부분으로 타액이나 치태 내의 무기질이 다시 재흡착되는 재광화(remineralization)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때 불소가 첨가되면 치아 표면으로 흡착되면서 칼슘 이온 등의 결합을 유인하여 불화인회석과 유사한 얇은 층을 형성한다. 새로이 형성된 층은 그림 3에서 보여지듯 새로운 무기질 함량을 조성하여 치아 원래의 구성성분인 탄산수산화인회석보다 산에 대해 낮은 용해도를 가지기 때문에 치아우식증을 예방할 수 있다.

`불소가 법랑질 내의 일부 이온과 치환됨으로써 우식을 유발하는 산공격에 대해 더 큰 저항성을 갖게 해준다'는 패러다임이 반세기가 넘도록 초기 치아우식증 예방에 관한 연구 전반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치아 형성 시기에 불소를 섭취하는 것이 내산성을 증가시키는 데 중요하므로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이 최상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만약 음용수로 섭취하는것이 불가능하다면 불소정제, 불소염, 불소첨가 우유 등의 형태로 불소를 섭취하도록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소의 과잉섭취로 인한 법랑질 최외각층의 법랑질 저형성증(enamel hypocalcification)이 과소평가되었다. 한편 동시에 치아 불소증은 조직학적으로 법랑질의 무기질이 덜 석회화된 것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치아우식증이 더 많이 생겨야 하지만, 오히려 치아우식증 유병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이는 불소의 기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재광화-의 기폭제가 되었다.

치아우식증은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의 전신질환과 같은 복합적이고, 다요인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새로운 병소의 발병을 애초에 차단할 수도, 100% 예방할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 치과위생사는 치아우식증 진행 단계에 대한 학문적인 진단 근거를 가지고 치아우식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최선의 임상적 관리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ㆍ참고문헌

1. Dean HT, Arnold FAJ, Elvove E. Domestic water and dental caries. V. Additional studies of relation of fluoride domestic waters to dental caries experience in 4425 white children, aged 12-14 years, of 13 cities in 4 states. Public Health Rep 1942;57:1155-1179.

2. Featherstone JD. The science and practice of caries prevention. J Am Dent Assoc 2000;131:887-899.

3. Fejerskov O. Changing paradigms in concepts on dental caries:consequences for oral health care. Caries Res 2004;38:182-191.

4. Fejerskov O, Kidd EAM. Dental caries :the disease and its clinical management. Malden, MA:Blackwell; 2003:189-22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