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나로 하여금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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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나로 하여금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3.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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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과위생사를 만나다
김 유 미 (서울인치과 치과위생사)

이직(移職), 전직(轉職)이 흔해지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 올해 경력 4년차에 접어드는 김유미(28) 치과위생사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치과를 ‘평생직장’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교수의 권유로 1년간 학과 조교로 일하던 김씨는 치과위생사로서 무엇을 하든 임상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 치과 취업을 결심했다. 이후 치과 두세 곳을 지원했지만 계속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조교’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조교 생활을 했다고 하니 임상에 오래 있지 않을 거라고 인식해서 부담을 갖더라고요. 임상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가 일 년 늦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신감이 더욱 낮아졌죠.”

그렇게 김씨는 낙담하는가 싶었지만 이내 그의 이력을 반겨주는 치과가 나타났다. 그가 평생직장으로 삼고 있는 서울인치과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서울인치과는 치과의사 1명, 치과위생사 4명 등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임플란트 위주의 특화된 진료를 하면서 다른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평균 내원 환자 수는 15~20명을 유지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환자를 위한 밀착형 진료를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더해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8시간이 되지 않는 근무시간과 매주 1회 오전 근무 등으로 직원들은 정해진 업무시간에 환자에만 몰입할 수 있다.

진료 수가가 비교적 높고 홍보나 광고 활동이 전무한데도 개원 20년이 넘은 치과의 장점이 입소문을 타고 환자 소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잉진료를 지양하는 치과 분위기는 환자는 물론 직원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김씨는 이곳에서 4년째 진료실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 최근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다른 직원을 대신해 환자 예약과 상담, 건강보험 청구 등 안내데스크 업무를 보고 있다. 진료실 업무에 익숙한 나머지 거부감이 들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김씨의 얘기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주어진 기회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멀티플레이어로서 크게 성장할 시기라고 보고 있죠. 당장은 상담 역량을 키워야겠지만, 환자 이해와 공감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역량을 쌓아 이를 기반으로 넓은 시야를 갖고 진료에 임하고 싶어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해내고 마는 김씨는 배움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신입 시절부터 교육, 세미나를 찾아다녔고 지금도 임상트렌드를 좇기 위해 강연을 듣곤 한다. 가장 최근에는 건강보험 청구 세미나를 듣고 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면서 몸은 고되지만 결과적으로 자기만족과 업무역량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씨는 후배 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은 연차도 경험도 적은 직원들이기 때문에 업무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지금도 한두 시간씩 진료실에서 후배들과 공부도 하고 실습도 하고 있어요.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업무에 대한 노하우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어린 친구들이 더 빨리 업무를 습득할 수 있죠. 함께 일하는 진료업무 특성상 저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고요.”

김씨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치아은행 치아보관 매니저라는 특이한 경력을 쌓고 있다. 그가 지닌 조교 경험과 환자응대, 자료 관리 등 업무 능력을 눈여겨 본 원장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치아은행은 자가치아 뼈이식재를 제작·공급하는 회사로, 김씨는 여기서 고객과 회사를 연결하는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퇴근 후나 주말에 구강외과학 교재와 관련 논문을 위주로 공부하고 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다고 봐요. 내가 있는 곳이 나로 하여금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하죠. 그러한 확신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김씨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치위생계 구성원으로서 역할에도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협회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보수교육을 듣고, 협회 활동을 독려하고. 비록 큰 역할이 아니더라도 나부터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것이 우리의 힘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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