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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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죽음
  • 유성원 목사
  • 승인 2010.03.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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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1) 죽음처럼 살고 지고.

엔도 슈사꾸에게 침묵은 죽음이었다. 자기-포기의 적나라함.

우찌무라 간조에게 세상은 묘지였다. 존재-묻음의 완전포기.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겐에게 죽음은 은혜로 주어진 자유였다.

법정에게 죽음은 완전무결의 무소유였다.

죽음은 모든 아픔을 토해내고 모든 비루함을 끌어안는다. 그렇게 살고 지고 싶다.

(2) 죽어서도 말하고 싶다.

갖추어 뭔가 되어야 말의 효력이 있는 세상살이다. 그러나 없는 나는 없이 가게 될 것. 은혜로 왔고 은혜로 가고 싶다.

세상에 온 내 삶은 곧 말이다. 세상을 떠난 나도 곧 말이고 싶다. 말 이외엔 아무 것도 덧없다.

말은 복음이다. 복음에 속한 삶이고 싶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복음의 자투리 삶. 바람에 부딪혀 떨궈진 복음의 낱알갱이. 나.

(3) 꽃은 지고 열매 맺고

서점에 들렀다. 책이 동나고 있었다. 난리통에 라면박스 사재기하듯 날렵하게 한 인간이 뱉어놓은 책들을 쟁여놓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무엇하나? 그가 남긴 진리는 불립문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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