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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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를 기다리며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9.07.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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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무더운 여름입니다. 중복과 말복 사이에 낀 8월 7일 입추를 지나면 이윽고 처서가 도래합니다. 가을의 나들목에, 한 더위에 처해있다는 말뜻을 지닌 처서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처서에는 햇빛과 쪽빛과 낯빛이 바뀐다고 했던가요. 가장 무더운 날에 오히려 그만 지쳐하고 다음의 절기를 준비하라는 준엄한 진리가 처서에 깃들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를테면, 석 달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산다고, 처서에 가장 하기 좋은 일은 청벌초를 하거나 장마에 습기찬 옷과 책 등을 말리는 일이랍니다.

요컨대, 더 나은 살림을 준비하는 때가 처서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가장 더운 때에 가장 나은 살림의 환경을 준비하라는 겁니다.

처서만 지나면 모기의 입도 비뚤어진다고 했습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아픔의 시기도, 마음의 심장을 부정맥으로 뛰게 만드는 힘겨운 일들도 처서지나듯 반드시 지나갈 것입니다. 이 여름에는 모두가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잡풀이 청벌초로 깨끗이 도려내지고, 몸의 습한 땀내음이 말려지고, 마음의 얼룩 또한 말끔하게 닦여지는 때가 이제 곧 올 것입니다.

이렇게 더우면 이열치열 살아가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처서 오기까지 해외에서 바다에서 계곡에서 또 다른 곳에서 피서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수 십평의 집에서 한 사람의 더위를 식히게 하기 위해 수 십 대 에어컨을 설치한 집이 있는 반면, 너댓 평 공간의 여러 명 가족에게는 선풍기 한 대 조차도 아쉬운 형편의 살림도 있게 마련입니다.

당신은 어떠신지요? 처서 무렵이면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깨쳤으면 좋겠습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에 있음을 체지체능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휴가의 시절이면 더 덥고 더 아픈 이들이 많습니다. 떠나고 피할 계획보다는 돌보고 손내밀 사랑을 가져야겠습니다.

올 들어 결혼하는 이들에게 선물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림동화책입니다. 존 버닝햄이라는 분이 그리고 쓴 〈사계절〉이라는 책입니다.

사계절 행복 충만하길 소망하며 건네 드립니다. 건강한 여름 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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