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활용해 예방치과 활성화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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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활용해 예방치과 활성화시켜야"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3.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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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치과위생사 양성교육 연계 주문

“치과위생사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하는 건 범 치과계 몫”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인 김종열(76) 원로(대한치과위생사협회 자문)는 이렇게 일갈했다. 김 원로는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치의학회 초대회장, 국제치의학사회한국회 회장, 대한구강보건학회 회장, 대한구강내과학회 회장, 대한법의학회 회장, 내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등 치과인으로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지금은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그의 치과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최근 치과위생사회관에서 만난 김종열 원로에게서 근황과 치과계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치과의 순기능 역설해야” 김종열 원로가 인터뷰 도중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혀 밑에 녹여 먹는 협심증 치료제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요즘 근황은 어떤가.

2007년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봉사차원으로 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틈틈이 학교로 나가 여전히 학생지도를 하고 있다. 또, 여유가 생기면서 뒤늦게 대한치과의사학회에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봉사 단체인 국제로타리클럽 서울보신각클럽 원로 회원으로서 회원 대상 교육과 참여를 독려하는 트레이너를 맡고 있다. 특히 올해는 28년 만에 국제로타리 세계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나는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홍보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홍보 일을 주관하게 됐다. 그 외에도 치과계 학회 고문 활동, 교회 활동, 외부 초청 강의를 하고 있다.

 

- 동네치과가 어렵다고들 한다. 개원가 현실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는가.

학자로서 개원가 운영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게 조심스럽다. 다만 객관적 입장에서 말하자면, 치과의사만 되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하지만 많이 준비하고 노력하면 동네치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고가의 진단장비가 요구되는 의과는 개인의원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 진료가 유니트체어에서 이뤄지는 치과는 종합병원이나 개인의원이나 다를 게 없다. 때문에 개인의원이 환자 접근성, 친절성 면에 집중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치과 진료의 내용이 전문화·고급화되면서 공동 개원 체제로 보완하는 경우는 있지만, 디지털 덴티스트리 환경이 확산되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 개원가가 치료 위주가 아닌,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미국에서 치과의사가 가장 많은 보스턴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구강건강관리가 가장 열악하다. 치과의사 과잉이 질 낮은 진료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사실 치료의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건강을 위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질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건강한 태아, 건강한 어린이서부터 조기 검진과 예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든 공감하면서도, 전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다는 게 맹점이다.

 

- 예방진료에 주력하게 되면 환자가 줄어 개원가 운영에 차질이 있지 않겠나.

그건 지극히 단순한 산술이다. 환자가 범람하는 곳에서는 치과가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 반면 덴탈 아이큐가 높은 선진국의 경우, 단위시간당 치과 수입은 더 많다. 예방치과는 진료내용이 좋고 경제성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과 치과계가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치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 예방치과 활성화를 저해하는 걸림돌을 제시하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서는 효율적인 예방진료를 할 수 없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 즉 치과위생사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치과위생사를 예방치과 요원으로 조직하고 활용하려던 대학의 철학이 빈곤했고, 치과의사 역시 치과위생사의 활용법을 몰랐다. 그래서 치료에 치중하는 곳에서는 치과위생사의 활용이 어렵다. 인건비 절약을 이유로 치과위생사 대신 단순보조업무자를 채용하는 치과도 있는데, 이는 치과계 전체를 격하시키는 행위와 같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다. 이 모든 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치과대학과 치위생학과 교육이 전혀 연계되지 않은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직종 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교육을 연계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립대부터 나서야 한다.

 

- 걸림돌 해소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인가.

개원가에서는 예방진료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치과위생사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기관에 투입해 구강보건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스마트폰 이용률 증대와 의료기관 활성화로 인해 초등학교에는 보건실보다 예방치과진료실이 더 필요하다. 이곳은 치과의사가 관장하되 치과위생사를 의무 배치해 실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 또한 노인복지시설, 요양원에도 치과 인력을 의무 배치해야 한다. 이로써 국민들에게 치과계가 사회공헌을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 같은 맥락에서 치과계가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한다.

치아가 좋아야 오복(五福)을 누릴 수 있다는 점, 즉 전신건강과 구강건강의 연관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예컨대, 협심증 치료제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은 혀 밑에서 심장까지 정맥주사보다 빠른 속도로 흡수된다. 하지만 이때 구강질환이 있다면, 소독하지 않은 장갑을 끼고 심장 수술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바로 이러한 점을 부각시켜 치과의 순기능을 역설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수불사업도 정확한 원리와 정보를 갖고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설득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표현력이 매우 중요하다. 말 한마디에 치과계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달리할 수 있다. 아는 만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중요하다.

 

- 치과계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치과위생사 인력의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활용도를 높일 실질적인 방안은.

치과위생사를 올바른 위치에 둬야 한다. 간호사의 업무는 보조원의 업무를 모두 포함하면서 한 차원 높은 전문성을 갖는다. 치과위생사 역시 마찬가지다. 보조원 업무를 포함하면서 보다 넓은 업무를 한다. 그보다 넓은 업무는 치과의사가 맡는다. 이게 맞는 의료 질서다. 하지만 치과위생사는 의료법 테두리에 없다. 이 점은 치과의사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간호사와 같이 대학에서 배출된 치과 전문직을 의료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건,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셈이다. 이는 치의학을 깎아내리는 일과 같다. 치과위생사가 올바른 위치에서 치과의사와 협력할 수 있도록 치과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 치과위생사협회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책임과 권한 있는 사람들과 진지한 토론의 기회를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 이를 중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입회하에 토론을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대화의 폭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시각을 지닌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7만이 넘는 치과위생사들이 국회에 진출할 때다. 국회에 고른 접촉이 필요하다. 특히, 협회 의무가입 법제화는 반드시 이뤄내길 바란다. 의료 인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의료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 치과의사협회 윤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치과인 직업윤리를 고취할 방안이 있다면.

소박함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남을 너무 의식하면 정작 중요한 사실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치과 인테리어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겉으로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지출에 맞는 수입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과잉진료와 같은 유혹에 넘어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치과는 깔끔하고 진료하는 데에 지장이 없는 시설이면 족하다. 여기에 실력과 노력을 갖춘다면 오히려 화려하고 큰 곳보다 더 많은 환자가 찾을 수 있다. 당장 힘들더라도, 현명하게 윤리를 준수하는 직업인이 롱런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치과위생사들도 소박한 생각을 지녀야 한다. 윤리는 양심에 호소하지만, 그 분야에서 롱런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면허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불특정 다수가 하는 일이 아니라 보호받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성실하게 임한다면 개개인의 꿈과 행복을 모두 실현할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치과인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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