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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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여정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9.02.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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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벌써 수 년이 흘렀네요. 신문 기사의 한 면에 실렸던 글이 문득 새로운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명사, `이름'을 가지고 있고, 살아가면서 고유명사가 일반명사로 분화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엊그제 친구와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말에서 그 말의 내용을 이루는 논리와 전개방식, 몇몇 개념들을 설파한 이를 제거하고 나면 너는 너의 언어로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역사란 날조된 것도 있겠지만 직조의 산물임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숱하게 합류하고 분화하고 정화하는 물결처럼 역사도 엮여 포개지고 잊혀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인생여정도 역사 과정과 같습니다. 나를 말하기 위해서는 나의 뿌리도 말해야 하며, 나의 미래 또한 서슴없이 오늘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일반명사로 화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로든 널리 알려진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한 인간의 자연적인 균형을 잃게 만드는 것을 의미󰡓(stefan zweig, 어제의 세계, p.395)합니다.

나의 이름을 일반명사로 여기는 일반인들에게는 나의 이름에 달린 그 무엇을 관계하여 나의 이름을 일반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일 테니까요.

사람이란 누구나 고유명사가 일반명사로 변환하는 과정에 속해 있습니다.

가령, 특정한 이름을 가진 고유한 분이었던 나의 아버지는 모두에게 `아버지'란 이름으로 각인되어집니다. 이런 점에서는 긍정적이지요.

그러나 나와, 나의 그 무엇과 관계한 이름이 좀체 그 사이를 좁히지 못하고 멀어져 이중적으로 변환된다면 당사자에게도 일반인들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외적인 태도 변화와 함께 내면의 진실성, 자유 그리고 천진난만성이 대개의 경우 없어져 버리󰡓(zweig, p. 398)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내면의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살면서, 자신의 이름이 일반명사로 화하는 순간마다, 이 내면의 진실과 마주할 일입니다. 󰡒역사는 동시대인들에게 그들의 세대를 규정하는 커다란 움직임에 대해 그 첫 단계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논박할 수 없는 역사의 철칙󰡓(zweig, p. 441)이니까요.

대나무가 마디를 형성해 커가고, 마디가 이어져 음악이 형성되는 이치는 삶에 그대로 적용되는 법칙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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