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방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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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방향타
  • 유성원 목사
  • 승인 2008.04.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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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달 샘

 

가톨릭에는 향심기도라는 기도의 한 방법이 있습니다. 마음을 하나님께 지향한다는 의미입니다. `향'이란 단어에서 문득 제사상의 향을 떠올리게도 됩니다. 요즘은 인사동 거리마다 머리 맑히는 향에서부터 그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지요. 제 살을 태우고 피워 올려지며 그 향을 발하는 향처럼, 향심기도에는 분명 마음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린다는 뜻도 담겨 있음에 분명합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란 말에서 연유했듯, 향심기도를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도를 하게 하는 점화자는 그리스도일 것입니다. 궁극의 지향점이기도 하겠구요. 사람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한다는 데에는 향기를 품은 향과도 같이 사람의 마음이 무엇으로 품겨있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린도전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졌느니라󰡓(고전 2:16b)

불교에서는 초심자가 불교의 세계에 들어가는 관문을 거쳐 마음을 다잡으면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반드시 외운다고 합니다. 머리를 깎는 행위는 마음 자세를 바르게 세우기 위한 상징 이상의 징표지요.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은 첫 마음으로 뿌리 내려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월입니다. 가끔 고향에 들르면 찾는 오죽헌의 율곡도 15개 조항으로 하여 자경문(自警文)을 남겼습니다. 신사임당의 죽음을 괴로워하던 그가 삼라만상의 이치를 헤아리고자 천착했던 유교를 접고 불교에 귀의하여 정진하다가 문득 깨달은바 만 30세에 하산(下山)하면서 남긴 글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聖人)'을 표준으로 삼아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한 동안은 내 할 일이 끝난 것 아니다󰡓(自警文 제 1조항)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테고, 사람살이의 고만고만한 일상사에서도 마음 형편을 두루 살피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소설에도 󰡒내심(內心) 깊이 앞날을 다졌다󰡓는 등, 󰡒작심(作心)하고 일을 저질렀다󰡓는 등의 표현이 많습니다. 중국의 요한으로 불리는 오경웅의 책제목 내심낙원(內心樂園)도 주는 의미가 심장합니다. 󰡒결심하다"는 말은 다짐의 뜻을, 󰡒심보가 고약하다󰡓고 했을 때는 마음의 향기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 모두가 `마음글자(心)'의 앞뒤에 붙어서 마음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일 터, 언뜻 보아도 드러나는 사실은, 마음의 앞뒤에 붙는 글자는 마음의 자리나 자세 혹은 그 향기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음의 방향타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마음엔 어떤 방향타가 주어졌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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