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서 한국 치과위생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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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서 한국 치과위생사를 말하다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5.09.1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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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 노력으로 성장 일군 김미화 치과위생사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싱가폴 현지 치과 매니저를 맡고 있는 치과위생사 김미화(35)씨의 삶의 궤적이 그렇다.

김씨는 약 9년간 국내 치과에서 임상경력을 꾸준히 쌓아오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됐다. 

그리고 때마침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홈페이지 구인란을 통해 해외 취업이란 뜻밖의 기회를 잡게 됐다.

현지어 벽 높아 … 향수병

2009년 6월부터 싱가폴 현지에서 오스템 법인 AIC 담당자로 근무하게 된 김씨는 교육세미나에서 임플란트와 기구, 장비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에서 받던 급여나 처우 면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언어 장벽이 너무 컸다. 익숙하지 않은 싱가폴 억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독학으로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기본적인 회화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싱가폴 영어 발음을 따라갈 수 없었다.”

현지에서 학원을 다니며 영어 공부를 했지만 직장과 병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찾아온 향수병과 폭식증으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많이 외로웠다. 그 허전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세 달째가 되자 폭식증이 생겼다. 배가 불러도 모를 정도로 먹다보니 갑자기 7kg가 쪘다. 당장 한국에 가고 싶어도 비행기 표를 살 돈이 없었다.”

솔선적인 노력, 통했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하면서 서서히 외로움과 향수병을 극복했다. 현지 치과 방문 때 가끔 치과의사의 임플란트 수술을 돕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김씨에게 치과 취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그를 눈여겨보던 치과원장이 영입을 제의한 것. 그렇게 2011년부터 치과에서 직원 직무교육과 감염관리, 기구 및 장비 관리 등을 전담하는 매니저를 맡게 됐다.

 입사와 함께 업무 내용의 매뉴얼화 및 환자 예약 시스템의 전산화 작업을 완료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솔선수범하기도 했다.

“처음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에 대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거 같다. 그래도 부딪혀야 했다. 한국 치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설득한 끝에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언어가 발목을 붙들었다. 환자 응대를 위한 현지어 구사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김씨는 심지어 환자로부터 “Are you Stupid?”와 같이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계속된 언어 문제로 자신감을 잃어가던 김씨는 한 달간 무급휴가에 따른 한국행을 택했고, 치과위생사들을 만났다.

“학회 세미나에서 열정적인 치과위생사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 치과위생사로서 긍지를 느끼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

그렇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싱가폴로 돌아간 김씨는 현지인 직원이 환자를 응대할 때마다 듣기와 받아쓰기에 집중하면서 현지어 실력을 쌓아갔다. 그가 보여준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2012년 11월말에는 현지 4개 규모 네트워크 치과로 이직을 했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면허'에 도전

이제 김씨의 다음 목표는 싱가폴 치과위생사 면허 취득이다. 현지 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근무경력과 어학능력을 갖춰야 하며, 인터뷰 등 까다로운 국가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워밍업 차원에서 비교적 현지 취득이 쉬운 치과기공사 과정을 밟고 있다.

“간절한 꿈은 이뤄진다고 했다. 단,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현재는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기회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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