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다구판 지역 주민들 … 한여름 밤 꿈처럼 추억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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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다구판 지역 주민들 … 한여름 밤 꿈처럼 추억될 것
  • 이보람 (삼육간호보건대학)
  • 승인 2008.09.1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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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2008년 6월 22일 난 작년겨울 만났던 필리핀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가 그리워 또 다시 필리핀을 찾았다.

한 달 간의 설레는 준비기간을 마치고 6월 22일 새벽 5시 학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도착한 공항에는 기상악화로 인한 비행기 무기한 지연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오늘 안으로 떠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초조한 마음으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에게 반가운 방송이 들려왔다.

'기상악화로 인해 지연되던 마닐라행 비행기가 1시 30분 출발합니다.'

사람들 얼굴에 다시 활기가 돈다. 모두들 짐을 챙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필리핀 기상악화를 무색하게 할 만큼 서울의 하늘은 깨끗하고 맑기만 했다.

2시간쯤 지났을까? 창밖에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듯 했다.

'과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던 찰나 또 문제가 생겼다.

호우로 인해 우리가 가려고 했던 목적지에는 갈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결국 마닐라에 있는 위생병원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날이 개자마자 우리는 버스로 8시간동안 다구판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렇게 8시간이라는 길고 지겨운 버스이동을 통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우리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구판 지역 꼬마들의 give me chocolate이라는 외침. 필리핀 꼬마들은 아직도 외국인을 보면 초콜릿을 외친다. 60년대 우리나라 꼬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다구판 지역에 있는 자그마한 교회에 자리를 잡고 스케일링실과 내과 진료실, 약국, 레진 발치 진료실을 정했다. 스케일러를 준비하고 환자들이 누울 의자를 마련하고 짐을 풀다보니 어느새 필리핀에서의 둘째 날이 저물어 갔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봉사가 시작되었다. 특별한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진료시작 시간도 되기 전에 교회 앞은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구강보건교육을 맡은 나는 서투른 영어로 양치질방법을 가르쳤다. 덴티폼에 잇솔질을 해보는 필리핀 꼬마들의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났다.

한참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의 구강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치근만 남은 치아들, 담배로 인한 심한 착색과 치아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치석들. 치료 후 많이 아팠을 텐데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그들을 보며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그들의 환경이 안타까웠다.

봉사 셋째 날, 나는 발치 어시스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조금만 치료하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을법한 치아들도 돈이 없어 뽑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mallet으로 꽝꽝 쳐 가며 치아를 뽑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고 도망가는 꼬마들의 모습은 꼭 어릴 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발치는 필리핀 치과의사선생님들께서 맡아 주셨는데 필리핀에 치과위생사가 없기 때문인지 우리의 치과적 지식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짧은 영어로 간간이 대화도 나누고 겨울연가, 내 이름은 김삼순 등, 한류열풍의 주역드라마들의 이름을 하나씩 나열해 가면서 우리는 더욱더 친해져 갔다.

봉사 3일 그리고 반나절, 계획된 일정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많아 우리를 안타깝게 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감당해 낸 환자들만 해도 무려 8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무더운 필리핀의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싫은 소리 하나 없이 봉사하시던 필리핀 치과의사 선생님들, 끼니때마다 푸짐한 음식으로 우리의 입과 배를 즐겁게 해주셨던 필리핀 교회 교우님들, 그리고 마주칠 때마다 밝은 미소로 인사해 주던 꼬마들과 다구판 지역 주민들의 모습은 언제까지나 내 머릿속에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름답게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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