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생의 학문과 학과, 어느 자리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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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의 학문과 학과, 어느 자리에 설 것인가?
  • 정원균 논설위원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6.05.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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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 균 논설위원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지난해 7월, 치위생(학)계에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치위생학 교육 50주년 행사에 묻힌 탓인지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그 내용인 즉, 대한치위생(학)과교수협의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드디어 ‘치위생학’이 한국연구재단에서 분류하는 학술연구 분야에 그 이름이 등재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치위생학은 여느 학문처럼 떳떳한 전공 학문으로 공인이 되었다. 이는 지난 50년간 직업교육의 방편으로만 인식되었던 치위생학이 비로소 과학으로 격상되어 사회적으로 승인이 된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치위생학 교육계에 입문한 이후 이 문제를 줄곧 고민해 온 필자로서는 문패를 내건 내 집을 마련한 것 같아 이런저런 감회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못내 아쉬운 면이 있다. 치위생학이 학문적 가치는 인정받았으되 치의학 속에 포함된 하위 영역으로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사 직역의 학문 분야가 치의학이나 의학 등과 대등한 수준의 중분류에 속해 있는 데에 반하여, 유독 치위생학만이 그보다 아래인 소분류에 그 이름을 올린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성과도 학문 영역 간에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뿐 아니라 치위생학계의 연구 실적 등이 현실적인 장벽이 되기 때문에 녹록치 않은 난제였다. 하여 이를 애써 추진한 대한치위생(학)과교수협의회의 노고와 어려움이 매우 컸을 것이다. 또한 개인에 따라 이 결과에 흡족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치위생(학)계가 미래의 100년을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과연 이런 학문의 층위와 종속을 어떻게 수긍해야 하는지, 차라리 등재에 필요한 준비를 더 했어야 하지 않았는지 마음 한편이 착잡하다. 치의학과 간호학 등이 광의의 의학에서 파생되었지만 그의 하위 학문이 아니듯이 치위생학도 그러해야 하지 않는가. 이는 단순히 명분이나 자존심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하여 치위생학의 연구는 물론이고 교육에 관련된 제도와 규제도 치의학의 기준과 관점으로 비현실적으로 재단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불이익이 파생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앞으로 이런 문제점을 재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다행이겠으나, 명문화되어 공표된 학문 분류의 체계를 다시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대학의 취업률 조사라는 게 있다. 각 대학은 이 통계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엄중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2014년에 발표한 학과(전공) 분류 자료집에 따르면, 3년제와 4년제 치위생(학)과는 모두 의약계열(대분류)-의료(중분류)-치의학(소분류)에 속하는 관련 학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고둥교육 통계팀)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와 치위생(학)과를 졸업한 치과위생사 양자를 비교한 취업률 통계 자료를 내놓기도 한다. 최근에 일부 4년제 치위생학과에서 동일 계열인 치과대학의 졸업생에 비하여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3년제와 4년제 치위생(학)과가 의약계열(대분류)-치료·보건(중분류)-보건(소분류)에도 중복으로 속해 있다는 점이다. 즉 치위생(학)과는 치의학 관련 학과이기도 하고, 보건 관련 학과이기도 한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필자가 확인해 보니 임상병리(학)과와 방사선(학)과, 작업치료(학)과, 물리치료(학)과 등은 모두 학제에 무관하게 동일한 학과 분류 체계로 일원화되어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7년 무렵까지만 해도 4년제 치위생학과가 학과 분류에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였으나(우리나라 치위생학의 학문체계의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 79~80쪽, 2009년) 지금은 이런 이중 잣대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치위생(학)과의 공식적인 학과 분류는 개별 학과에서 임의로 선택할 사안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치위생(학)계에서 중지를 모아 치위생(학)과가 치의학 관련 학과인지 보건 관련 학과인지 통일된 답을 내려야 하고, 이를 하나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치위생학이라는 학문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곳이 치위생(학)과이다. 우리나라 치위생(학)계는 지난 50년 역사의 성과를 바탕으로, 치위생의 학문과 학과가 서야 할 제자리가 어디인지 치과위생사의 미래를 위해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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