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뛰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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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뛰는 하루
  • 조갑숙 (부산진구보건소 치과위생사)
  • 승인 2006.09.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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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구강보건교육을 다녀와서

 

우리 보건소는 공공기관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는 차원에서 발로 뛰는 행정서비스,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 5일제 근무를 하지만 외근일수는 7일이나 된다.

매일 오전에는 학교구강보건실 운영, 치아홈메우기사업, 미취학아동구강보건사업을 추진하고 매주 2회 화,목요일 오후에는 관내 노인대학 및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구강보건실태조사, 구강보건교육, 불소겔도포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 3회 오후시간에는 치과진료도 한다.

이전부터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구강보건교육을 하고, 보건복지부 노인불소겔도포시범사업으로 전국 10개 보건소 중 하나로 선정된 작년부터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 다닌 보람에서인지 사업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언론에 보도 되었다.

우리는 그랬다. 적어도 전국 보건소 누군가가 해야 된다면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겠노"라는 마음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 들었다. 사실 시범사업보건소로 뽑혔기에 조금은 우쭐한 기분으로 기쁨 반, 무거운 마음 반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1년 동안에 추진하는 사업이었기에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정책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영유아노인 구강건강증진사업"과 관련한 신규 아닌 신규사업이 떨어진 것이다.

우리 부산진구는 노인대학 20여 개소, 경로당 210여개소가 있는데 사업추진을 위하여 엄청나게 친절하게(?) 전화한 덕분에 절반이 넘는 곳에서 사업신청이 들어왔다.

인력이라곤 치과의사 1명, 치과위생사 3명(2명은 비정규직)뿐이지만, 늘 '할 수 있다'는 자심감과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20년 지기 치과위생사의 경력과 일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노인대학 어르신들은 우리들 못지않게 모두들 열정이 넘치신다. 여든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어 보이시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며 작은 것 하나에도 늘 감사하신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에도 잘 응하시고 매사가 적극적이시다. 그래서 나도 어르신들께 "다음에 저도 여기로 와야겠어요"했더니 대환영이시란다.

경로당에 가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동양화 공부를 하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런 건해서 뭐하누"하는 분들도 계시고, 더러는 우리가 오는 것조차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지만, 한 마디 한 마디 열심히 들으시고 "아이구 우리가 바보지 한평생 이 닦는 방법도 모르고 살았네. 오늘 참 좋은 것 배웠다" 하시면서 "쓸데없는 늙은이들한테 와서 좋은 일 많이 해서 복 받을기다. 아이구 선생님!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시면서 "요새 사람들은 커피 좋아하제" 그러시곤 커피를 한 사발 씩 내놓으시는 분들도 계신다.

특히 소금을 너무 사랑하시는 어르신들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 드리자 "사람은 죽을 때 까지 배워야 한다니까"하시는가 하면, 부정 의료기관에서 틀니를 하시고 하소연은커녕 관리방법조차 모르l시던 어르신이 열심히 교육을 받으시고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시는 모습들을 뵐 때 나의 목소리는 어느새 커져 있다.

비록 우리 어르신들이 가장 바라시는 발치, 치료, 보철을 무료로 못해 드려 가슴이 아프고 어르신들의 기대에 비해 드릴 수 있는 게 너무 작아서 많이 죄송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서 "아이고 독하네! 말하나 청산유수네! 조 선생한테 졌다" "일을 참 재미나게 하네", "오늘 집에 가서 한번 해봐야지" 하시는 그분들에게서 보람을 느낀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나는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할 것이다.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한 치아를 위하여!!!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오면 등 뒤가 따스함을 느낀다. 내가 뭘 해 드리고 왔다는 생각보다 뭔가를 얻고 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때문이다.

이 지면을 통하여 그 동안 만나 뵈었던 어르신들, 앞으로 만나 뵈어야 하는 어르신들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씹을 수 있는 기쁨이 두 배로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우리 지역대학인 마산대학, 동주대학, 경남정보대학, 동부산대학, 춘해대학 그리고 그 밖에 간호과 실습생들에게도 많은 분량의 설문지를 일일이 조사하느라고 정말 애 많이 썼다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다.

성큼 다가온 노령화 사회에서 우리의 할일은 더 많아질 것 같다. 대한민국 노인들이 모두 잘 씹고, 잘 말하고, 잘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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