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사회중심가치 창출·유지에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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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사회중심가치 창출·유지에 적극 나서야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6.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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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진료 위한 치과의사·치과위생사 연계 교육(IPE)도 주문

박영국(61)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강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명제가 치과계가 추구해야 할 ‘사회중심가치’이며, 이를 통해 국가자원을 치의학 의료에 투입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16일 오전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장실에서 박 교수를 만나 치과계가 진정한 ‘사회중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박 교수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장, 대한치과교정학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학술·수련고시·국제이사, 전국 치과대학 치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장, 경희대학교치과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 치과인으로서 그간 활동을 돌아본다면.

교직자로서 교육과 연구, 임상 진료를 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지냈다. 그 외 모든 활동은 교직자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다 맞물려 있다. 이제 지나온 과정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혹자는 ‘청춘이 따로 있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지만, 나이에 걸맞게 책임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고 싶다.

 

- 치과계의 현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치과계가 호황을 누렸을 때인 1970~ 1990년대와 환경이 다르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고도산업사회의 공통적인 특징이 ‘공급과잉’이다. 치과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모든 산업 전반에 소비위축과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경기가 위축돼 있다. 명확한 사실은 10년 이상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63만명이 응시했다. 그리고 6년 뒤인 2022년에는 그 절반에 가까운 38만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료를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남들과 비교하고 남 탓을 하기 이전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으로 의료보장 제도를 택하고 있다. 정부 의료산업 정책의 근간은 ‘보장성 강화’이다. 정부는 제한된 자원을 확산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의료수가 인상은 극도로 힘들 수밖에 없다.

 

- 상기 답변과 관련해 치과계가 나아갈 방향은?

국민들은 미용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대해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임플란트, 교정 등 미용 영역은 정부가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를 바라보는 치과인들의 시각이 입체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정부는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 국민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총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명분을 가져야 한다. 치과계가 추구하는 가치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같아야만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구강건강의 증진과 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명제가 ‘사회중심가치’이며, 비로소 국가자원이 치의학 의료에 투입돼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 막연히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낮은 수가로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임플란트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보건경제학자, 소비자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며,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 치과위생사 발전을 위한 거시적 로드맵이 있다면.

배출되는 치과위생사는 많은데, 치과는 치과위생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에서부터 ‘협력진료’(Collaborative Practice, CP)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비정기적, 간헐적 협력을 하던 전통적 개념의 협진과 달리, ‘협력진료’란 서로 다른 직역의 종사자들이 최상의 케어(care)를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국제보건기구(WHO)는 규정하고 있다. ‘협력진료’는 전문직 간 연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IPE)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이로써 서로의 지식과 기술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의 역할이 가진 가치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FDI에서도 ‘최상의 구강건강 달성’이라는 설립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 행보로써 2015년부터 ‘협력진료’ 모형 구성과 ‘전문직 간 연계 교육’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며, 개인적으로 치과대학과 치위생학과 간 교차 교육을 통해 새로운 교육 모형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다.

 

- 교육 외적인 부분에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치과위생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내가 아는 한 개원의는 치과위생사 채용 공고를 낼 때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인생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조건을 단다. 그 치과는 일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치과위생사들이 꾸준히 있다. 환자가 교정치료에 앞서 치과위생사로부터 반드시 예방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치과위생사가 전문역량을 발휘하면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더 많은 협력과 도움을 끌어내는 것이다. 급여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말할 때도 치과의 경영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골 음식점이라도 맛만 있으면 손님들이 찾는다. 마찬가지로 소규모 치과라도 대형병원과 차별화된 이점을 만들어야 한다.

 

- 현재 치과위생사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사업에 대한 견해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와 간호사가 있다면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있다. 하지만 치과위생사는 의료기사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의료인이 되면 더 큰 의무감이 부여된다.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환자가 찾으면 나와야 한다. 즉, 환자에게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진료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 한국의 치위생계, 나아가 치과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한다.

전신건강을 위해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전파해야 할 시점에서 치과의사 공동체가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가져야 한다. 치과계 유관단체 가운데에서도 치과의사협회가 이니셔티브를 갖고 가야 한다.

 

- 정년퇴직 후 계획은?

‘글로벌 에듀케이션’에 나서고 싶다. 낙후된 나라에서 치과 인력 양성을 해보고 싶다. 또한, 기회가 닿으면 국제보건기구 등을 통해 구강건강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젊은 치과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과계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신해야 한다. 치의학에 대한 전문직업성은 헌신에서 비롯된다. 의료인으로서 받는 보상도 결국 헌신에서 비롯된다. 헌신 없는 보상은 없다. 헌신이 전제될 때 환자의 행복도, 자신의 행복도 담보할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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