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와 치과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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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와 치과건강보험"
  • 정원균 논설위원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 승인 2016.07.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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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 균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제도와 시장은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보건의료 제공자의 입장에서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과 수가 수준은 보건의료계의 성쇠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일 뿐 아니라 개별 직역의 역할과 위상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러 보건의료 직능단체에서는 건강보험 업무를 중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치과건강보험 업무의 전반을 관장하는 보험위원회를 운영하며, 전문가인 부회장급 위원장이 유일하게 상근까지 하면서 그 관련 업무를 상시로 총괄하고 있다. 또한 치의학계에서는 새로운 치과의료기술을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으로 추가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자본주의의 질서 하에서 모든 직업의 효용은 노동생산성의 경제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절대 다수가 치과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치과위생사가 자신의 배타적 전문성이나 노동력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도는 치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에 치과위생사의 예방 업무를 확대하고, 그 행위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것이다. 이런 희망과 지향은 치과위생사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으나 이를 실현하는 일은 말처럼 녹록치 않은 큰 장벽이다. 하지만 이 과제는 치과위생사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결정적인 사안의 하나이므로 치위생계가 치과계와 더불어 주도적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현행 치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 가운데 치과위생사의 예방 업무와 직접 관련된 내용으로 치석제거와 치면세마, 치면열구전색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얻기까지 치위생계의 주체적인 노력이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현재의 낮은 보장 수준과 수가를 확대하고 개선하기 위해 치위생계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치위생(학)과에는 치과건강보험에 관련된 교과목이 거의 빠짐없이 있고, 이를 강의하는 교수진도 상당수에 이른다. 또한 치과위생사 중에 치과건강보험에 관계된 공공기관이나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치과건강보험 업무에 종사하는 치과위생사 인력이 진료비 청구와 심사 등의 기능적 역할에 대부분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치과위생사의 전문적 업무와 관련된 치과건강보험 정책의 개발이나 이의 근거가 되는 연구는 매우 부족하고, 치위생계 내부에 이를 현실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부서나 조직, 전문가 등도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대한치과위생사협회에서 치과위생사의 업무와 관련된 치과건강보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보험위원회 직제의 신설을 신중하게 검토해 주실 것을 제안드린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기관에 치과위생사가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치과건강보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치과위생사와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자를 조직화하여 치과건강보험 정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계획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또한 치위생학계에서는 학회나 연구 활동 등을 통하여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근거를 생산하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과제가 당장은 긴급하지 않게 생각될지 모르나 장차 치과위생사 직역의 전문성과 그 가치를 제도로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치위생계에 많은 현안이 있다. 과문한 필자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극복해야 할 안팎의 난관이 많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치위생계의 미래를 생각하면 결실은 훗날을 기약하되 그 씨앗은 지금 뿌려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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