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버린 치과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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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버린 치과는 미래가 없다”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7.2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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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의 가치 높여 장수 치과 만들어
고령화시대 치과위생사 역할 더욱 막중

나성식(69) 스마일재단 이사장은 치과계 대표 사회 공헌가이자 핵심 오피니언 리더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함으로써 치과인들로부터 찬사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또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환자를 보고 있는 원로 개원의이기도 하다.

20일 서울 압구정 나전치과에서 만난 나성식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치과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치과는 미래가 있어도 가치를 잃어버린 치과는 미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치아의 가치를 놓치고 치료만 중시하는 현 세태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걱정하며 안타까워했다.

치과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치과인으로서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주문했다.

- 자연치아아끼기운동 공동대표, 대한장애인치과학회장, 남북치의학교류협의회 공동대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 등 치과인으로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치과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노력해왔다. 치과인으로서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많이 부족했다. 더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 외 또 다른 직함을 가지면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많았는데, 좀 더 많은 걸 알았더라면 보다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개원의로서는 나를 찾아주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왕년의 축구스타 차범근이 현역 축구선수처럼 필드를 뛸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줄 수 있듯, 나 역시 치과계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 개원가 운영이 힘들다는 얘길 많이 듣는데, 치과계 원로로서 이에 대한 생각은.

치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나아질 건 없다고 본다. 스마트폰을 하나 구입하더라도 사람들은 용량, 요금제 등 많은 것들을 따진다. 마찬가지로 환자들은 치과를 선택할 때 제대로 치료하는지, 적당한 치료인지, 치료비용은 적정한지, 과잉진료를 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진다. 이는 세상이 바뀐 것도 있지만 치과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치료의 콘셉트를 환자의 입맛에 맞게 타협하거나 치과의 수익성 위주로 맞춘다. 인터넷이나 SNS 등에서 떠도는 치과 관련 정보도 문제다.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은 한 치과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치과계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게 치료 위주로 가는 게 문제다. 치아의 가치를 놓치고 치료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7월부터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임플란트 보험을 적용하면서 좋은 정책인 마냥 홍보하고 있는데,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치아상실 전후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삶의 질 하락,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부터 치아를 좋게 유지하는 게 개개인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더 좋은 것은 치아 상실을 줄일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다.

 

- 치과계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용이 많이 든다’, ‘무섭다’ 등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게 관건이다. 우선 치아의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는 환자에게 질 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치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칫솔질을 잘 해야 하는지’, ‘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왜 치과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시각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이는 치과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치료행위 위주의 수가체제를 예방과 그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영유아기 구강검진이 이뤄진다. 사람들은 정부의 개입 여부를 떠나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해서 치과를 찾는다. 치과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다.

 

- 장애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치과인이다. 장애인 구강건강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겼나.

지도교수이신 이긍호 교수님의 권유로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방문해 구강검진과 교육을 한 적 있다. 그러면서 우리 치과계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관심을 가져오다 선배님들을 따라 학회도 만들고 스마일재단 활동도 하게 됐다.

 

- 스마일재단 이사장 취임 후 1년 반이 지났다. 그간 성과와 소감은?

성과는 아무 것도 없다. 재단이 13년째 해오던 사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아무 보상도 없는 봉사활동에 오랜 기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치과의사, 치과위생사들이 대단하고 고맙다. 아직 세상에 따뜻한 온정이 남아있다는 걸 느낀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치과계에서 훨씬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치과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길 바란다. 진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현재 후원자가 700여 명이다. 임기 내 1,000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치과위생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치과위생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선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가치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다른 곳에서도 알아준다. 또한, 고령화 사회를 맞아 치과위생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좋든 싫든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어 정신적, 신체적, 치과적 장애인이 된다. 전국에 2,700개 정도의 요양기관이 있는데, 여기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 개인은 물론 협회, 정부 차원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치과위생사가 할 일을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누워서 식사를 해야 하는 노인의 경우, 자칫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구강위생관리가 이뤄지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노인시설에서의 구강위생관리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지식이 없는 간병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치과위생사 출신의 보건소장이 탄생한 걸 알고 있다. 이 기회에 ‘치과위생사라서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협회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스마일재단에서도 신임 보건소장이 장애인 구강보건사업을 추진한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

치과의사의 정년은 환자가 더 이상 찾지 않을 때다. 이건 치과위생사도 마찬가지다. 어느 분야에서든 쓰임새 있는 치과의사로 남고 싶다.

 

- 끝으로 젊은 치과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성공한 치과의사란 내가 진료한 환자를 진료실 밖에서도 자신 있게 만날 수 있는 치과의사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치과는 미래가 있어도 가치를 잃어버린 치과는 미래가 없다. 치과의 가치를 전달하는 치과인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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