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위해선 긴 호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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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위해선 긴 호흡 필요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10.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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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과’ 국민 잠재수요 파악·실수요화까지
치과의료 접근성 강화부터 우선돼야
정세환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치과위생사의 전문영역에 대한 국민적 수요를 표출되는 실현 수요로 만들면서 동시에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의료인으로서 지위 획득은 당연한 거예요.”

정세환(50)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교수를 4일 서울 종로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치위생계 숙원인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를 위해서는 예방치과 전문가로서 치과 내 역할 정립과 국민적 수요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치과의료 접근성을 강화해 국민들이 찾고 싶은 치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한국산업구강보건원 이사,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장 등을 역임하며 구강보건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언론과 각종 공개 토론회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 치과계 역할과 자성을 촉구하며 국가 구강보건정책 추진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 교수는 치과계 현안에 대한 질의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냈다. 다음은 정 교수와 일문일답.

 

- 치과계 오피니언 리더로서 지난 20여 년을 살아온 소회를 밝힌다면.

바쁘게 지내긴 했는데 생각만큼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치과계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 그렇다면 치과계의 현실, 어떻게 진단하는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본다. 면허를 가진 이른바 직업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간 치과의사는 소수가 독점권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전문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선의를 가지고 국민을 대한다면 큰 지장 없이 잘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에 겪지 않은 현상이라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경쟁 방식이 맞는지도 모른 채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 개원가 운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한 견해는.

경쟁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진료행위에 대한 보상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들은 전보다 치과를 가기가 더 어렵다고 느낄 것이다. 진료비 부담이 이를 강제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치과계 사람들의 보상을 늘리고 경쟁 상대를 줄인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치과의료 접근성을 막고 있는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치과계 문제를 국민들이 바라는 치과계의 방향대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살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본다. 물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있겠지만, 큰 패러다임 전환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치과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자면.

국민의 입장에서 치과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내 치과 이용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전체 국민 25%만이 치과를 찾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5년에 한 번 아프고 불편해서 치과를 찾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예방 목적의 스케일링이나 실란트 이용 비율은 그 중에서도 20~30%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치료를 목적으로 내원했다가 치과에서 권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 80%가량이 치과를 찾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치료할 게 없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다면 이들이 치과를 찾도록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의료비 부담이 크다고 보는 미국도 국민 40%가 1년에 한 번은 치과를 찾는다. 서유럽국 치과 이용률은 이보다 훨씬 많은 70~80%에 달한다. 진료내용은 예방관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국가들도 앞서 우리와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20년 넘게 꾸준히 노력을 하다 보니 변화의 과정을 밟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치과를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예방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불황의 돌파구를 찾는 길이다.

- 상기 답변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자면.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공적 의료보험제도는 없지만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제도가 있다. 주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연방정부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배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어린이에게 포괄적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좀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는 행위 중심의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치과 분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가급적 예방관리 중심으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치과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적 변화를 발맞춰 갈 수 있도록 임상 현장에서도 준비해야 한다.

- 치과계 분위기 확산을 위해선 협회 역할이 중요할 텐데.

당면한 문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 정책 연구사업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회원들이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제대로 된 방향과 전망을 제시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집행부 임원들과 보편적인 회원들 연령대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청년이사 도입, 젊은 층의 연구자 발굴 등 해법은 다양하다고 본다.

- 치과계 발전과 함께 치과위생사 인력 규모도 상당히 커졌다. 치과위생사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자면.

치과위생사에 대한 국민적 수요 파악이 최우선돼야 한다. 인력은 많지만 그 만큼 국민적 수요가 따르지 않는다면 치과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치과위생사 인력 활용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에 앞서 치과위생사가 제공하는 치과의료 서비스 수요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치과에서 제공되고 있는 의료서비스 총량에서 교육과 예방관리 등 치과위생사의 전문영역은 많이 차지해도 10%에 못 미칠 것이다. 치과위생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관리, 교육 등에 대한 잠재된 국민 수요를 어떻게 늘려낼 것인지 로드맵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고, 이와 연동해 인력 계획을 세우는 게 맞다 본다.

-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역점사업인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생각은.

예방치과 서비스에 관련된 잠재된 국민적 수요를 표출되는 실현 수요로 만들면서 동시에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치과위생사라는 사실을 각인해 나가면서 실질적으로 그 역할을 치과위생사가 한다면 의료인으로서 지위 획득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 구조에서 역할 변화 없이는 법적 이름만 바뀌는 데 그칠 뿐이다.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한다. 현 수준에서 치과위생사가 하는 역할, 그리고 역할 정립과 그에 필요한 부분, 국민적 수요를 조화롭게 고려해야 한다. 치과에서 예방관리 위주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가 많아지면 치과위생사를 바라보는 인식은 자연히 달라질 것이다. 치과위생사가 의료인이라는 점도 국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 치과계가 상생 발전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한다.

치과계 내부 공동 연구가 필요한 소재를 찾고, 함께 정책 연구를 기획하고, 이와 연결선상에서 대내외 캠페인을 공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정부를 끌어들여 공동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일상적인 만남과 대화가 이뤄질 수 있고, 공동의 성과가 나오면서 치과계가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다. 치과주치의 네트워크 사업도 치과계가 합의해준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갈 방향까지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겠다.

- 향후 목표나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치과주치의 사업을 통해 다수 국민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치과, 실질적으로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치과, 치과 의료는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치과에서는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자부심과 지적 호기심 내지 욕구가 있겠지만 우선은 찾아오는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따라서 진료 현장에서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치과계가 이 같은 방향을 잡는데 기여하고 싶다.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 정당 후보들이 앞 다퉈 치과주치의 제도 도입을 공략으로 내걸고 당선 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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