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란 무엇일까
상태바
의료봉사란 무엇일까
  • 연세대학교 치위생학과 이예원
  • 승인 2017.03.02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캄보디아 시소퐁 의료선교를 다녀오며

3학년 여름방학, 문득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에 ‘의료봉사’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그 통로를 찾던 중 캄보디아 의료선교 단원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지금이 내가 의료봉사를 나갈 수 있을 시기인가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이번에는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바로 지원을 했고, 그곳이 내가 가야할 곳이라고 느꼈다. 난 감사하게도 선교단원에 뽑히게 되었고 그때부터 긴장과 설렘 가운데에서 선교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준비를 할수록 한 분의 교수님과 학생인 내가 치과의 모든 준비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부담감이 더해졌다. 그래서 출국하기 몇 주 전부터는 외래에 직접 자문을 구하고 교수님과 미리 손발도 맞춰보며 짐도 함께 챙겼다. 그 당시에는 준비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고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현지에 갔을 때는 내가 보통의 3학년 학생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엄청난 책임감이 요구되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 경험들을 통해 지식 뿐 아니라 봉사에 대한 열정과 마음가짐을 많이 배웠다.

현지에서의 첫째 날, 둘째 날에는 종합병원 시설을 빌려 진료를 하였고, 셋째 날, 넷째 날에는 현지 교회시설을 빌려 진료를 하였다. 처음에 가져온 짐을 모두 풀고 배치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 석션이 작동되지 않았다. 치과에서 석션이 없으면 여러 술식을 하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에 나는 많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환자들이 덤덤하게 생수병을 하나씩 들고 오더니 타구대에 물을 뱉어가며 치료를 받았다. 심지어는 치료를 해주지 못해도 진료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해하시는 걸 보고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나는 무조건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그 과정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이들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둘째, 셋째 날에도 교회의 큰 홀에 책상과 의자만 놓고 진료를 하느라 많은 술식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 상황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 이를 보며 나는 혹시 외적인 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또, 인근 학교로 교육을 나갔을 때도 그 지역의 아이들에게는 전문적인 구강위생교육도 필요하지만, 그 교육의 과정에서 전달되는 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만으로도 그 아이들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그 작은 행동으로 인한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과 맑은 웃음이 나를 오히려 힐링시켜 주었다.

가장 감사했던 건 역시나 우리 단원들이다. 처음에는 우리의 인원도 확정되지 않았고 많은 과가 가지 못하게 되어 모두 혼란스러워 했는데, 서로 배려하며 만들어낸 최고의 팀워크 덕에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단원들은 나에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다그침보다는 격려를 해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진정한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뼈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찌 보면 의료선교에서 소외되기 쉬운 ‘학생’이었고 특별히 ‘치과’라는 범주 안에 있었기에 나에게 있어 의료선교가 큰 산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훌륭한 단원들 덕분에 나는 소외감 한 번 느끼지 않고 선교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봉사 후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봉사에는 정해진 시기나 방법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들도 우리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그 곳에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내가 도움을 받은 게 준 것보다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누군가 의료봉사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엄청난 기회를 잡으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보았던 것, 공유했던 모든 감정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값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의료선교를 가기 전 의료원장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여러분들은 봉사를 하러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분명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올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