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치과 취업 불가’ 퇴사각서 요구…충주 치과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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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치과 취업 불가’ 퇴사각서 요구…충주 치과 갑질 논란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7.08.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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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지역 치과위생사들 “각서 쓴 적 있다”
충주시치과의사회 “상식 밖의 일, 본 적도 들은 일도 없어”

충주지역 일부 치과에서 중도 퇴직이나 이직을 원하는 치과위생사를 상대로 ‘정해진 기간 동안 인근 치과에 취업할 수 없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등 부당하게 취업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다.

최근 본지는 충주시 치과 일부에서 치과위생사가 중도 퇴사를 하면 충주시에 위치하고 있는 치과에 일정기간 취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충주지역 경력 3년차의 치과위생사라고 밝힌 제보자 ㄱ씨는 “최근 충주시치과의사회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충주시 치과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약 12명 정도가 모여 치과에서 직접 겪었던 일을 공유했다”면서 “그 결과 많은 치과위생사들이 같은 문제를 겪은 사실이 드러나 가만있을 수 없어 제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참고로 충주시치과의사회는 현재 임플란트 수가 담합을 주도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는 치과에 불이익을 준 혐의 등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제보자 ㄱ씨에 따르면 충주 치과 여러 곳에서 이직 시 재취업 제한 각서를 요구했고, 각서를 쓴 사람은 충주시 내 다른 치과에서도 채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서를 쓴 치과위생사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 있는 치과에 취업하거나 실직자로 지내야 했다.

고용주인 치과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치과위생사로서는 각서 내용의 부당함을 알고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ㄱ씨는 “치과위생사들은 원장 앞에서 각서를 쓰도록 했기 때문에 차마 그 각서를 사진으로 찍거나 밖으로 빼돌릴 수도 없었다”며 “치과의사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합리한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본지는 피해 사실이 확인되는 치과위생사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자칫하면 충주지역 치과에서 일할 수 없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충주지역 한 치과 관계자로부터 치과에서 각서 작성을 강요받은 치과위생사의 신상정보가 담긴 자필 사실 확인서를 추가로 입수할 수 있었다.

이 사실 확인서에 따르면 충주시 소재 치과에서 6년간 근무하다 권고사직 형태로 퇴사한 치과위생사 A씨는 “퇴사할 당시 치과 원장으로부터 원칙적으로는 충주시에 위치한 치과에 2개월간 근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본인의 의사로 퇴사하는 것이 아니기에 구두상으로만 약속하라는 얘길 들었다”며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어서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이 구두상으로 약속을 하고 치과를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 치과에 같이 근무했던 지인이 최근 퇴사하면서 실제로 같은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충주시 인근 대학을 졸업한 치과위생사 B씨는 “치위생과에 재학 중이던 2003년, 취업에 관심을 갖고 충주시 모 치과 원장님께 근무조건을 물어본 적 있다. 그때 ‘본인을 비롯해 충주시치과의사회 소속 원장이 운영하는 치과에 근무하다 퇴사를 하면 충주시 치과에 6개월간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면서 “왜 이런 조항이 있냐 하니 ‘이건 충주시치과의사회 소속 원장들이 정한 하나의 규칙’이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래 전이긴 하지만 각서를 쓰게 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는 식의 치과 행태가 충주시치과의사회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충주시치과의사회 이영진 회장은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요즘 세상에 그런 각서를 쓰도록 요구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 아닌가. 설사 그런 각서가 있다 하더라도 유효할 리 없고, 각서를 강요했다면 처벌받을 일”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과 충주시치과의사회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동일 초임금에 ‘임금담합’ 의심

제보자 ㄱ씨에 따르면 최근 충주시 치과위생사들 사이에서 취업 방해와 관련 임금 담합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치과에서 신입 치과위생사 급여로 동일한 금액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ㄱ씨는 “충주시 치과위생사들 모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얘기가 처음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볼 때 충주 치과마다 제시한 급여가 이상하리만치 똑같았다는 점”이라며 “내 경우에도 2년 반 전 채용면접을 볼 때 충주시 치과 3곳에서 똑같은 급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언론 등에 공개된 과거 충주시치과의사회 인터넷 카페 게시글은 충주시 일부 치과들이 임금을 담합했다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06년 충주시치과의사회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7월 월례회 토의 내용 : 직원 초봉 인상 내용’이란 제목의 게시글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게시글은 “월급 인상으로 직원 구인난이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치과)위생사 초봉을 OO만원 또는 세금 전으로 연봉 OO만원 결정했다”, “직원 년 급여 인상은 기존에 해오던 대로 치과원장님이 직원의 능력에 따라 주는 걸로 했다. 시행은 9월초부터 하기로 했으니 회원 여러분 참고하기 바란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충주시치과의사회 이영진 회장은 “월례회 회의록은 강제성이 없다. 카페 게시글이나 댓글도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충주시 치과들이 월급을 획일적으로 적용했다면 치과위생사들이 굳이 여기서 일할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치과위생사 구인이 어려운데 (우리가) 왜 그러겠나”라고 반발했다.

특히 이 회장은 “십여 년 전에 작성된 게시글을 지금에 와 계속 퍼뜨리고 문제 삼으려고 하는 것은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사이를 이간질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치과위생사와 치과의사는 공동 운명체다. 제3자의 이간질은 안타깝다. (충주시에 있는) 대부분 치과 원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보자 ㄱ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불거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충주시 치과위생사들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차원의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당장 무슨 법적 조치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충주시 치과들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고 지역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치과위생사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좀 더 문제를 이슈화시켜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측은 “현재 충북을 비롯한 전국 시도치과위생사회를 상대로 치위생(학)과 실습 및 치과위생사 취업 방해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요청한 상태”라며 “실태 점검이 완료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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