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로서 삶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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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로서 삶에 감사합니다.”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6.08.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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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과위생사를 만나다
문 선 진 실장 코오롱부부치과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하는 치과위생사가 되길 소망합니다.”

전주 평화동에 위치한 코오롱부부치과 문선진 실장(42)은 한 치과에서 20년 가까이 근속하며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 실장이 처음부터 치과위생사를 직업으로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함께 대학입시를 재수한 친구를 따라 치위생과 입학을 결심했다. 이어 1997년 원광보건대를 졸업한 그는 곧바로 지금의 코오롱부부치과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문 실장의 집에서 치과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걸렸다. 자가용도 아니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번거로움과 불편함 때문에 1년간 경력을 쌓은 뒤 다른 곳으로 이직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직원들을 존중하고 직원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이 치과에 정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현재 문 실장은 치과의 업무를 총괄하며 치과 내 환자 관리, 직원 관리, 보철물 및 재료 관리, 보험청구, 병원홍보, 세무 등을 맡고 있다.

그가 특히 신경 쓰는 것은 환자 응대. 문 실장은 환자 이름은 물론 환자의 가족력까지 잘 기억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환자와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고, 환자들이 치과에서 겪은 불편이나 불만도 대화를 통해 금세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전날 내원한 환자가 진료에 대한 불편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해피콜’도 그의 몫이다.

문 실장은 또한 병원과 미용실, 약국, 마트, 학회 세미나 등 그가 가는 모든 곳에서 장점을 벤치마킹해 치과에 적용하고 있다.

“치과를 찾는 환자분들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에요. 임플란트 치료를 받는 분께 죽을 드리고, 틀니 치료 과정 중에 식사를 잘 못하시는 환자분께 두유를 드리고 있어요. 고령인 환자분께서 드실 때 불편하지 않도록 손잡이가 달린 지퍼백을 구매해서 치과 스티커를 붙여 드려요. 간혹 두유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선식을 포장해서 드리기도 하고요.”

그의 세심한 노력이 통했기 때문인지, 치과 매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통해 치과를 찾은 환자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주변 상가나 자주 가는 단골 매장에 갈 때도 치과에 대한 입소문을 내고 있어요. 원장님이 우스갯소리로 제가 퇴사하는 날이 치과가 문 닫는 날이라는 말씀을 하시죠.”

문 실장의 자상하고 세심한 면모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무서운 호랑이 선배인 그이지만 평소에는 직원들의 생일까지 챙기는 따뜻한 맏언니다.

“양말 살 때 후배들 양말 하나 더 사고, 어린이날이면 아이가 있는 직원에게 쿠폰 보내고, 남자친구와 100일 맞은 직원에게 문화상품권을 쏘고. 친구들은 ‘오지랖의 끝판왕’이라고 놀리긴 하는데, 결혼한 후배들이 전주에 오면 친정 들리듯 편하게 치과를 찾는 걸 보면 뿌듯해요.”

문 실장은 대학과 시도치과위생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치과 측의 배려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2010년 영문학 학사를 취득하고, 2014년 구강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2월에는 보건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리고 현재 전주기전대 치위생과 겸임교수직을 수행하는 등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다.

“원장님은 치과에 실습생이 올 때마다 제게 ‘가르치는 능력이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그때부터 후배 양성에 대한 꿈을 갖게 됐고 전남광양보건대 겸임교수로, 전주기전대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게 됐어요. 학생들에게 현장의 경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임상 경험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답니다.”

문 실장은 지난 2011년 전라북도치과위생사회 전주시 분회 결성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전주시 분회 학술이사를 맡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직무교육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분회 활성화를 주도해왔다. 치과위생사 직종을 알리는 홍보에도 힘써 지난해의 경우 지역 치과위생사들의 활약상이 KBS, JTV 등 방송과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임상에 있다 보면 치과위생사를 두고 간호원, 간호사, 언니 등 잘못된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직업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우리 직업을 제대로 알리고자 언론 매체에 우리 행사를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문 실장은 계속해서 임상가로, 후배를 양성하는 교육자로 활약하며 의료 선교를 통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치과위생사로서 제 모습이 처음엔 형편없었어요. 동기들보다 취업은 늦고 페이도 적고. 이제야 환자를 조금은 품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치과위생사로서 삶에 감사합니다. 마음속에 비전을 갖고 구체적인 꿈을 그리면서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하는 치과위생사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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