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투’ 열풍, 의료계는?...“열린 조직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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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투’ 열풍, 의료계는?...“열린 조직문화 필요”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8.03.07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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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성추행,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성폭력에 입을 다물고 있던 피해자들이 공개적으로 피해사실을 털어놓고 가해자를 밝히면서 암묵적으로 가려졌던 고질적 관행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내 미투 운동이 제기한 성폭력 문제는 ‘권력자와 상대적 약자’라는 프레임을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과거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대중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해당 비서는 방송을 통해 안 지사가 저지른 성폭력은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미투’ 열풍이 정치, 예술,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이어지면서 권력자에 의한 성폭력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역시 ‘미투’ 열풍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간 의료계는 병원 내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지난 2015년, 같은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남자 상사로부터 치과위생사인 여직원이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직속 상사는 이 사건과 관련 헛소문을 내 피해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병원은 이러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같은 과에서 계속 근무하게 했다. 해당 병원은 이후 국정감사 지적을 받고서야 가해자와 피해자의 근무일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했다.

최근 병원 내 성폭행이 폭로된 강남의 한 대형 종합병원은 ‘미투’ 폭로로 지목된 의사의 해직을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앞서 피해자는 이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가해자로부터 2016년 성폭행을 당해 2017년 7월 병원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병원은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의 근무계약 만료일 하루를 앞두고 해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가 병원에 성폭행 사건을 알리고 문제를 제기한지 7개월 만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대구의 한 치과 원장이 1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원장은 자신의 치과에 근무하는 직원을 불러내 차에 태워 드라이브를 하면서 허벅지, 머리 등을 쓰다듬는 등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의 판결을 맡은 대구지법 측은 “업무, 고용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의사에 반해 추행한 범죄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병원 내에서 이뤄진 성폭력 사례는 대부분 상사와 부하 직원,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로 묶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 내 위계질서 하에 권한을 가진 ‘강자’가 ‘약자’에 행하는 소위 ‘갑질’의 행태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약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미투 운동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측면에서 병원 내 성폭력 피해자가 부당함에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개방성과 열린 조직문화를 정착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직적 관계로 묶여 있는 병원 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병원 차원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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