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출신 ‘한국의 CSI’ 국과수 당당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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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출신 ‘한국의 CSI’ 국과수 당당 입사
  • 배샛별 기자
  • 승인 2018.04.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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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본원 연구기획과 노지연 보건연구사
“최선 다하면 길은 따라 올 것”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나간다면 더 다양한 길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노지연(36) 보건연구사(이하 연구사)는 올해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연구기획과에 입사한 신입이다.

노지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기획과 보건연구사

국과수는 범죄 수사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 등을 과학적으로 감정, 연구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으로, 사실 치과위생사로서는 보기 드문 직장인 셈이다.

“고인이 된 배우 김주혁씨가 타던 차량이 국과수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정말 국과수에 와있구나’하고 실감할 수 있었죠.”

아직 근무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없지만 처음 국과수 내부를 소개받던 그날의 기억만은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 그였다.

14대1 경쟁률 뚫고 합격

노 연구사는 2006년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치위생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치과대학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9년부터 약 3년간 치과 개원가에서 임상경력을 쌓았으며, 가장 최근인 2018년 2월까지 약 2년간 모교 치위생학과에서 연구강사로 지냈다.

그런 그가 치과위생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직장인 ‘국과수’에 지원하게 된 것은 뜻밖의 우연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직을 고려하게 되면서 채용공고를 찾다가 국과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연구실 업무를 계속 하고 싶어서 채용공고를 찾아보고 있었거든요. 마침 국과수에서 재공고한 채용시험이 눈에 띄었죠.”

국과수 입사 경쟁률은 생각보다 높다. 노 연구사가 지원한 경력경쟁채용시험 연구기획과(본원) 보건연구사 부문은 1명을 뽑는데 14명이 지원했다.

참고로 국가직의 경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따라 개개인의 배경보다 관련 능력 중심의 실무인재 채용을 지향한다.

노 연구사는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지 않은 터라 유효기간이 남은 공인영어능력시험 성적표 말고는 국가자격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행히 과거 대학원 시절 연구 관리와 실험을 한 경력을 인정받아 서류전형을 통과해 최종 면접까지 갈 수 있었다.

이번 채용에서 차석을 한 노 연구사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실 뻔했지만, 최종합격자가 임용되는 것을 포기하는 등의 사정으로 지난 3월 1일자로 국과수에 입사하는 기쁨을 맛봤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의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 왔는데 단순한 실험 진행뿐만 아니라 계획서 작성, 협약, 연구비 관리 등 전반적으로 진행한 부분이 경력으로 인정받아 지원과 연봉 협상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실제 국과수는 보수를 공무원보수규정 등 관련 규정에 따르되 구체적인 연봉은 연봉한계액 범위 내에서 채용 예정자의 자격과 경력 등을 고려,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과수는 공무원계 ‘구글’

국과수는 1개의 본원과 5개의 지방 분원이 있다. 강원 원주시에 소재한 본원은 크게 행정지원과, 연구기획과, 법생화학부, 법공학부, 중앙법의학센터로 구분돼 있다.

노 연구사가 속한 본원 연구기획과에서는 △연구개발사업 중장기계획 및 주요업무계획 수립 △연구개발사업 예산 편성·관리 및 조정 △연구개발사업 평가 및 성과 관리 △KOLAS 및 연구실안전관리 업무 등을 담당한다.

노 연구사는 해당 과 연구품질팀 소속으로 연구 과제를 총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국과수는 책임운영기관 중의 하나로 여러 의뢰받은 사건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구도 진행하고 있어요. 국과수 분과에서 진행하는 자체연구와 일부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하는데, 이러한 국가 과제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현재 그의 주된 업무는 연구에 대한 수요조사다. 이후 올 상반기까지 연구과제 제안서를 접수하고 예산을 획득해 세부 과제별 연구가 이뤄지도록 예산 배분과 계약 체결까지 진행한 다음 연말까지 과제 종료와 최종 평가를 끝으로 한 해 업무가 마무리되는 식이다.

신입인 그로서는 아직까지 업무를 하나 둘씩 알아가고 있는 단계지만 ‘치과위생사’가 되기 위해 배운 기초 학문들이 다양한 주제의 과제를 이해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고, 그러면서 일 욕심도 더 생겼다.

“추가적인 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도 획득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아직 한참 멀었지만  과에서 연구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획득할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쉽다고 한다면 과거 대학원 시절과 같이 직접 연구를 수행하기보다 산학협력단과 같이 활동하는데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과제를 읽어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국과수에서는 법과학과 관련된 8가지 분야의 여러 연구를 진행하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방송에서 들어본 법과학 내용의 연구 과제가 많이 있어요. ‘국내산과 수입산 홍어의 구분’, ‘한국인의 알코올 대사’와 같은 연구도 하고요.”

국과수는 노 연구사가 평소 갖고 있던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그가 공무원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과수는 공무원계의 구글(Google)이라 할 정도로 그만의 색을 잘 지키고 있는 조직이에요. 학교에서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때론 밤을 지새우며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지만요.”

더 큰 보람 위해 현재에 충실할 것

국과수에 입사한 노 연구사에게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도 부쩍 많아졌다. 그런 후배들에게 그는 국과수 취업에 대한 팁을 가르쳐주며 인생 선배로서 조언까지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치위생에 대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하거나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후배들을 상담한 적도 있어요. 개개인의 여러 복합적인 생각들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국과수에 채용공고가 나면 주변 지인들에게 귀띔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에는 국과수 법의학과 무기계약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었어요. 해부학 과목 이수자를 우대한다는 단서가 붙었거든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이런 쪽으로도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끝으로 노 연구사는 치과위생사로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선후배님들이나 동기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깁니다. 저 역시 치과위생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일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매 순간 열심히 살다보면 어떤 길이든 다가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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