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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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함께 산다
  • 문혁 기자
  • 승인 2018.08.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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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원 저/ 오월의봄/ 15,500원/ 332쪽

장애인시설 밖 세상으로 나온 이들의 함께 사는 삶을 위한 여정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의 24시간은 먹고 자는 것 이상의 사람 간의 소통, 관계, 꿈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사회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연습과 노력이 아닌 지역사회가 다양한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왜 시설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한평생의 삶을 시설에서 보내는 사회, 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시설을 나와 자립을 선언한 사람들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해야만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첨예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로 인해 외면된다. 장애인은 사회에 살 능력이 없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회에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투쟁이다. 


‘탈시설’이라는 문제의식은 여태껏 비장애인의 ‘정상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이라는 한 인간 존재를 배타적으로 규정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수용 시설의 존재 이유와 그 정당성은 단 한 번도 의심된 적이 없었다. 


장애가 없는 몸을 정상으로, 그렇지 않은 몸을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도식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존재로 내몰렸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설만이 장애인이 살 곳이라는 위험한 규정은 시설 내의 온갖 폭력들을 방관, 묵인하도록 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자신의 삶을 폭력적으로 좌지우지해온 국가나 사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탈시설을 감행한 열한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과의 만남은 2005년부터 장애인 ‘탈시설 자립 생활 운동’을 통해 탈시설을 돕고, 시설 비리 척결을 위한 시설 조사를 진행해온 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하 ‘발바닥행동’)이 기획한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여러 차례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발바닥행동’과 인연을 맺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들의 경험과 일상이 생생하게 기록될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시설문제를 비롯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 가 어떻게 변해야하는지 깨우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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