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s a Right to for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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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is a Right to for All
  • 정혜정 치과위생사
  • 승인 2019.11.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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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오지에서 World Friend라는 아주 보기 좋은 포장지를 뒤집어 쓴 봉사단원의 2년은 어떤 영광을 누리지도 않았지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캄보디아(UN 분류 최빈국, 2017년 기준) 수도 프놈펜에서도 무려 586km 떨어진 최북동단, 라타나끼리주(Ratanakiri Province) 교육청에 파견된 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 동안 보건교사로 활동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시아 최후의 정글’이라 소개했고, 어느 여행자는 ‘셀 수 있는 정도의 서구여행자가 간간이 보이는 조금은 쓸쓸하고 낭만적인 도시’ 라고 평했다. 오지라는 명성이 자자한 캄보디아 라타나끼리주에서 보건 교사로 살게 된 것은 우연 인 듯 했지만 필연처럼 맺어졌다.

해외봉사단원 선발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은 정기 모집일정에 따라 수혜국 및 활동 분야 별로 요구되는 자격요건에 맞춰 지원할 수 있으며, 서류심사, 적성도 검사 및 면접전형, 신체검사를 거쳐 선발 된다.

 

“수원 국에서 보건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수행하는 인력이 요구되고 있어요!”

“파견 되는 곳이 지원한 분야와 국가가 아니어도 괜찮겠어요?”

 

해외봉사단원 선발을 위한 면접전형에서 심사위원이 건넨 마지막 질문은 뜻밖이었다. 석사과정을 통해 보건사업기획, 보건프로그램 개발 및 평가 등의 과정을 수강했던 점과 보건소에서 교육을 수행하고 연구원으로 구강보건교육프로그램을 개발‧운영 했던 경험을 높이 평가해 주신 덕에 가능했던 제안이었다.

나는 그렇게 ‘간호직종’으로 분류 되어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분야에 파견되어 캄보디아 최초의 치과위생사 봉사단원으로 보건교육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캄보디아의 교육과정에는 보건과목이 없었지만, 교육청과 학교장의 협조를 받아 매주 보건수업이 진행 될 수 있도록 시간표를 배정받을 수 있었고, 2년 동안 2개 초등학교 총 730여명의 학생과 20여명의 교직원을 대상으로 보건교육과 예방 처치를 실시하게 되었다.

 

“네악끄루!(선생님!) 핸드폰은 눈 건강에 좋지 않아요! 페이스북 하지 말아요!”

 

쉬는 시간, 학생이 외친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 씻어라’, ‘손톱 깎아라’, ‘신발 신어라’, ‘먹은 후에는 칫솔질을 해라’, ‘노상방뇨하지 말아라’,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어라’ 그간 내가 아이들에게 건넨 말들과 꼭 닮은 말이었다. 나의 잔소리는 열악한 환경적 제한 앞에서 속수무책이 될 때가 많았지만 아이들은 제한됨 따위 없이 그대로 흡수해 따라주었다.

어느 날, 건강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너는 건강하니?” 물었다. 손을 번쩍 든 꼬마 하나가 “건강해요.” 하고 답하기에 “건강이 무엇이니?” 이어 물으니 “건강은 밥 먹기 전에 손을 깨끗하게 씻고 밥을 먹은 후에 칫솔질을 하는 것입니다” 야무진 답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떠나기 전 많은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 곳의 아이들은 다쳐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개념을 몰라요” 하고 말했다.

교내에 구급함을 구비하고 간단한 상처처치를 시작한 이후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오는데 “네악끄루 꼬레(한국 선생님)”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서 손을 힘차게 흔드는 꼬마 하나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는 하교 길에 넘어져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고는 집이 아닌 학교로 돌아왔다. 아이는 제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나는 가볍게 건네지는 그 말들이 얼마나 무책임한 변명이었는지를 깨 닳았다. 의료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아이들의 인식부족으로 치부하여 보건교육 필요의 타당성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봉사단원으로 활동한 지난 2년 동안 ‘열악한 보건위생 환경, 미흡한 의료시스템, 보건정책과 제도의 부재 등’을 목격했다. 그리고 ‘Health is a Right to for All’은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에서 규정한 텍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깊이 체감했다.

나는 그간 보건학도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과 교육 등의 업무를 시행하는 전문인’ 이라는 사명감에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였다. 가진 지식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병원, 보건소, 공공 기관 어떤 곳에서든 가장 큰 보람이었다.

봉사활동 이 후, 나는 ‘내원 환자, 지역주민, 국민’을 넘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건강할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구현되기를 꿈꾸게 되었다. 그 역할과 책임은 비단 국제 활동가, 봉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건 의료인인 우리가 모든 이들의 건강할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응원, 더 나아가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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