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e No One Beh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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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e No One Behind
  • 정혜정 치과위생사
  • 승인 2019.12.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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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오지에서 World Friend라는 아주 보기 좋은 포장지를 뒤집어 쓴

봉사단원의 2년은 어떤 영광을 누리지도 않았지만,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상처처치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 사이 “선생님 이가 아파요. 약 좀 주세요” 턱을 부여잡은 학생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나의 무기력을 실감해야했다.

이미 발거 또는 신경치료를 해야 할게 분명한 상태, 다발성 우식으로 전치부는 모두 시커멓고 인접면 우식으로 공간이 다 무너져 가는 것을 확인하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처치는 “꼭 병원에 가” 뿐일 때가 많았다. 질끈 눈을 감아야 했던 그 순간마다 나는 전문가답지 못했다.

캄보디아 국립 구강건강조사(CNOHS, 2011) 결과에 따르면 캄보디아 6세 아동의 치아우식 경험치 지수(dmft) 9.0개, 치아우식증 유병률 97% 이 중 99%가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이다.

최근에도 캄보디아 아동의 치아우식증 유병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긴급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는 연구결과 있다. (BMC Oral Health volume 19, Article number: 107 2019)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치를 처음 확인 했을 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고민도 해결되지 않을 상태로 그 곳으로 향했고, 밝은 미소 뒤마다 어김없이 드러나는 그 실태를 꼼짝 없이 눈으로 마주해야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구강보건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봉사단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강보건교육도 칫솔질 방법을 설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태라 오류를 정정하고 필요한 교육내용을 추가해 교안을 작성해 번역하고 교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칫솔질뿐만 아니라 구강건강의 중요성, 식이조절, 치아우식증 작용기전, 치주질환, 치실 사용 등의 내용을 5주 과정으로 교육하고, 칫솔질 실습을 매주 반복해 익히도록 하였다. 열악한 환경에서 칫솔질 실습을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배수구가 막히고 단수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 했고 수도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서는 물통을 구비해 임시 양치시설을 설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교육 외에 보다 적극적인 예방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 자꾸 망설여졌다.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실현 가능해 보이는 불소도포도 두세 번에 그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결코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였고, 예정된 2년의 활동을 끝내고도 지속 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는 각오로 덤벼 보기로 했다.

모든 활동은 현지 사정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현지 의사와 상의 하에 필요 물품 구매를 시도하였지만 현지에서는 의사마저도 불소를 낯설어 할 정도로 접근성이 낮아 사실상 불소 겔 예산 및 활동 가능 기간, 인력대비 도포 용이성 등을 고려해 불소겔 도포를 선택하게 됨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동료단원들과 KOICA 캄보디아 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필요물품을 보급 받기로 했지만 이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1월에 주문을 넣어 3월에 사용하려던 불소 겔이 여러 이유로 5월을 코 앞에 두고 겨우 도착했다. 4개월이 꼬박 걸려 불소도포 한 번이 겨우겨우 꿈처럼 이루어졌다. 심각한 실태에 비해 보건의료 접근성은 이토록 멀고 아득한 것이었다.

캄보디아와 다른 많은 개발도상국은 심각한 구강질환 실태에 비해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도가 현저히 낮고, 구강보건관련 제도가 미비한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구강질환은 개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UN의 SDGs(지속가능 개발목표)에서는 인간은 모두 필요할 때에 양질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질병으로 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으며, ‘Leave No One Behind’를 목표로 한다.

환자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배제되고 아동이 학업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현장은 매우 불안정하고 부자유하다. 작은 상황들을 목격하며 이 문제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놓은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누구 하나도 배제 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구현’ 하는 일이 우리 보건의료인 모두의 목표이자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라타나끼리(Ratanakiri Province) 주 2개교 초등학교 73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구강보건교육 및 치아우식증 예방을 위한 불소도포, 구충제 복약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교육 및 예방처치에 필요한 구강위생용품 및 불소, 구충제 등을 후원해 주시거나, 함께 활동을 기획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기관 및 기업, 개인의 많은 관심과 문의(jhj217@gmail.com)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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