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과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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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과의 현재와 미래
  • 이병진 교수 (충치예방연구회 운영위원)
  • 승인 2020.01.16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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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우시카우푼키 보건소의 치과 진료실에서 더 어린 아기의 치아에 끼치는 자일리톨 효과를 비교 연구하기 위해 한 어린이의 이에 자일리톨 액을 묻히고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
핀란드 우시카우푼키 보건소의 치과 진료실에서 더 어린 아기의 치아에 끼치는 자일리톨 효과를 비교 연구하기 위해 한 어린이의 이에 자일리톨 액을 묻히고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치과의료가 발전하는 데에는 썩은 치아를 충전하고 빠진 치아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크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게 되었고, 사회활동도 활발해 졌을 뿐만아니라 이를 통해 인간의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듯 200년 가까이 치과의료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가 훌쩍 넘어선 요즘에도 구강질환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도 줄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질병의 진행을 차단하고 회복하는 기술과 산업은 무한히 확장하고 있지만 질병 발생을 억제하고 예방하는 기술은 큰 진전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질병의 치료 자체를 우선시 하면서 치료가 되면 자연스럽게 구강질환이 예방될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강질환을 치료하는 과정과 예방하는 과정이 별도로, 그리고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들어서야 인식하게 된 것이 지금도 구강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 원인이라고 조심스럽게 지목할 수 있다.

다행히 1900년대 초반부터 치과진료실에서 혹은 공중구강보건학적 방법으로 구강질환을 예방하는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었고 개인별로 혹은 지역사회에서 활용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불소와 치면세균막을 관리하는 방법들은 그 성과가 확인되었을 뿐만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어 지금까지도 가장 대중적인 구강질환 예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핀란드 하카메차 유치원에서 어린이가 점심을 먹은 뒤 바구니에서 자일리톨 껌을 꺼내 씹고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
핀란드 하카메차 유치원에서 어린이가 점심을 먹은 뒤 바구니에서 자일리톨 껌을 꺼내 씹고 있다. (사진출처 : 한겨레)

여러가지 예방법 중에서 무설탕 껌을 씹는 방법이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껌씹기는 과거 기호식품의 영역으로 치부되어 서양의 문화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껌씹기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껌을 통한 구강질환예방 및 전신건강증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껌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주로 단당류 혹은 이당류를 이용하여 껌의 단맛을 내었지만, 이 때 사용되는 당류가 다른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대체당류로 교체되어 최근의 껌에는 설탕보다 다른 감미료를 이용한 제품이 훨씬 많다.

무설탕껌 씹기는 여러가지 구강질환 예방법 중에서 타액분비를 촉진하고, 치면세균막을 줄여줄 뿐만아니라 자일리톨과 같은 항균물질을 구강 내로 전달함으로써 현실적인 대안 예방법으로 등장하였다.

무설탕껌의 구강관리 효과는 유럽집행위원회(EC), 유럽식품안전국(EFSA), 세계치과연맹(FDI), 영국구강건강재단(Oral Health Foundation)을 비롯한 세계 여러 기관에서 인정하고 또 지지받고 있다.

자일리톨 등을 이용한 무설탕껌에 대한 연구는 40년 넘게 이어왔는데 최근에는 다른 구강보건학적 방법에 비해 비용적인 장점이 있어 공중보건학적인 예방법으로 고려해 볼만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에 무설탕껌이 구강건강을 넘어 다른 부분에도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평가해 볼만 하다는 견해도 있다.

최신의 연구 결과를 일부 인용해 보면 자일리톨 껌씹기가 어린이들의 중이염 예방에 효과가 있고 후두염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리고 자일리톨 껌씹기가 제왕절개 후나 수술 후 장운동에 도움이 되어 활용하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타액분비를 증가시키고 치아의 재광화를 촉진하여 치아우식증을 예방하는 기능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무설탕껌의 저작기능도 주목을 받고 있다. 껌을 씹을 때 사용하는 저작근 운동과 저작하면서 전달되는 신경계가 활성화 되어 뇌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통해 껌씹기가 업무중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작업능률이 올라간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우울감을 줄이고, 분노를 잦아들게 하며 기억력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저작능력 저하가 치매를 유발하는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었는데, 껍씹기를 통해 저작능력을 향상시키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설도 서서히 입증되어가는 추세이다. 이는 껌을 씹으면 뇌로 흘러들어가는 혈액의 양과 산소포화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실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과거 구강질환의 예방법이 치아와 치주를 중심으로만 적용되었다면, 이제는 구강 영역을 벗어나 전신 건강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껌을 이용한 구강질환과 전신질환의 관리는 앞으로 우리 치과계에서 적극 연구하고 개발하고 활용해야할 영역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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