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장의 치과위생사들④] ‘2월 21일’ 그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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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현장의 치과위생사들④] ‘2월 21일’ 그날의 기억
  • 권계형 치과위생사
  • 승인 2020.04.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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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세계적 어려움 속에 보건과 치과의료 현장에서 국민들의 구강건강관리 뿐만 아니라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치과위생사들의 일상을 통해 어려운 상황들을 공감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또한 이들 이야기 속에 공유된 정보를 통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건과 치과의료현장의 치과위생사들의 노력을 공유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2020년 2월 21일 금요일, 그날…’

출근 준비를 하고 평소처럼 나서는 버스 안에서 갑작스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 병원에? 왜? 어느 부서에서? 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걱정 가득한 출근길로 바뀐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멸균된 기구들을 정리하고 CSR 물품 청구를 하고 있을 시간에 외래진료 준비 대신 수화기를 들고 예약되어있던 환자분들에게 병원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예약된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씀을 전해야 했습니다.
 
병원 내 확진자 발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프로그램이 적용됨에 따라 2주간의 기관폐쇄조치에 들어가게 됐지만, 갑작스러운 2주간의 일반 진료 업무 중단이라는 상황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우선 안내를 위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병원 전체가 폐쇄되어 진료가 중단되었습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예약 환자 한분 한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환자분들도 요즘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보도들을 접하고 있었던 터라 뉴스로 먼저 우리 병원 소식을 듣게 되어 걱정되셨다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진료를 위해 일정을 조절하여 진료시간을 예약한지라 다시 변경하여야 하고 그중에는 시일을 마냥 경과 할 수 없는 진료의 환자들도 있어 전화를 하는 저의 입장도 환자의 입장도 안타깝고 서로가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에요, 선생님들이 더 고생 많으실 텐데요”라며 저희를 더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원하던 날짜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진료 날짜가 변경되어 현재의 불편한 상태를 더 지속하여야 하는 불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불안감에서 본인이 내원하셨던 날에 치과와 확진자의 동선이 겹쳤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습니다. 
 
다행히 병원 직원 3,000여 명 전체는 PCR 검사를 통해 모두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병원 곳곳에 방역 소독이 철저하게 실시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직장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식사 중에는 대화가 금지되고, 식당의 좌석 배치도 달라졌습니다. 또한, 병원이 폐쇄된 기간에 직원들은 대중교통 이용이 금지되었고 출근하지 않은 날에는 외출 금지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또한 집에서는 자가 모니터링을 통해 매일 발열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뒤 부서장에게 보고하여야 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의 상황을 멀리 보도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당사자가 되어 겪으며 ‘체온’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듯이  평상 시 체온에서 조금만 열이 높게 측정되면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출근하면 우선 근무자는 발열 체크를 해야 합니다. 기록지에 본인 체온을 기록하여 증상 여부를 체크하는데 이런 상황들이 37도를 넘어가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참 힘듭니다. 지금은 안정을 찾고 당연히 해야 하는 체크라 생각하고, 일상처럼 지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예민하고 불안해하는 요즘. 이럴 때일수록 너무 위축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더 열심히 하고, 긍정적으로 자기 자신을 환기할 수 있는 INPUT을 늘려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혼자 할 수 있는 독서, 영화감상, 음악감상, 본인이 행복을 느끼는 취미 등을 통해 긍정적인 기운과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독자들도 철저한 건강관리와 자기 관리에 더욱 신경 써서 모두 이번 사태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돕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긍정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의료진 여러분들 파이팅입니다!
 

2020.03.
권계형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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