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치과에서 무슨 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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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치과에서 무슨 일 하세요?
  • 김진옥 치과위생사(콩세알튼튼치과)
  • 승인 2020.05.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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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치과에서 치과위생사가 하는 일이 무엇일까? 
아주 확실한 답이 있을 것 같지만 복잡한 질문이다. 예방 치과로 출근을 앞둔 어느 날 후배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 나누던 중 ‘예방 치과에서 근무하세요? 편하겠네요! 스케일링이랑 실란트만 하는 거예요?’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당시 개원 준비를 위해 같이 근무할 팀들과 진료프로토콜에 관한 공부를 하던 중이었고 그 과정에 이 많은 단계와 일들을 다 수행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후배의 말은 충격이었고, 치과위생사가 그것도 경력이 많은 전문가의 생각이 이런데 일반인들에게 예방 치과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진료를 시작하고 ‘거기 치료도 하는 곳이에요?’ 혹은 ‘아기들만 가는 치과인가요?’라는 전화 문의를 받으면서 인식을 바꾸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였다. 

정말 예방 치과에서 치과위생사는 스케일링과 실란트만 할까?
필자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 글을 읽는 전문가 독자들은 질문 자체가 우매하고 거기에 답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예방 치과와 일반 치과와의 차이 중에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내원자들과 이야기하고 교육하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예방의 철학 즉 1, 2, 3차 예방의 실천을 통해 치아와 잇몸을 살리기 위한 넓은 범위의 예방적 처치 개념을 임상에서 실현하는 치과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점은 대부분의 치과가 주로 보철치료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예방 치과는 보철치료가 아닌 예방관리가 수익의 모델이다. 이 과정에 치과위생사의 전문적 기술이 많이 요구된다. 즉 내원자들에게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구강 관리법을 교육하고, 구강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용품을 추천하며, 구강 건강 관리 주기를 제시 등 이런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일상은 16년째 치과위생사로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 되고 있다.
 
지난 치과 임상에서의 경험에는 환자와의 긴 시간 대화를 했던 기억은 별로 없으며 혹여 있다 하여도 짧은 대화로 주로 치료를 위한 비용, 치료 소재 등이 주제였다면 현재는 대상자들의 삶에서부터 시작하여 생활 습관, 건강에 대한 가치관, 음식 선호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또한 이전에는 치과 환자 대부분이 원장님 환자이고 치과위생사들은 다만 그 치료과정 지원을 위해 일했다면 지금은 내원자를 전담하여 관리하며, 방문 시 평균 한 대상자당 1~2시간의 시간을 함께하고, 3년째 주기적으로 만나다 보니 각 개인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난다. 그 결과 대상자별로 구강 건강의 지표를 관리하며 혹여 나빠지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고민하기도 한다. 혹여 쉬는 날 내원하시게 되는 경우 나의 부재로 인해 불편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사정은 있다’ 
대상자들과 본인의 구강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저 현 상태만을 보고 이를 왜 이렇게밖에 못 닦느냐고 핀잔을 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60대 여성분이셨는데 어깨가 아파서 팔을 들고 이를 닦는 행위 자체를 힘들어하셨고, 10대 남학생은 학교에 점심시간에 이 닦는 동성의 친구가 한 명도 없어 혼자 하기 어색하다 한다. 3개월 주기로 치과 검진 중인 20대 여성은 내원할 때마다 상악 인접면에 충치가 발생하였다.
 

이 경우 어르신은 잇솔질을 좀 쉽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동년배들과 함께 행동하는 청소년의 심리도 이해해야 한다. 또한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가게에서 근무하는 20대 아가씨는 불량한 구강 관리자라고 오해했지만, 이제는 목마를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이들에게 막연하게 ‘열심히 이를 닦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치과에는 아픈 사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구강 건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정해진 관리 주기마다 치과를 찾아 스스로 구강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한다. 구강 상태 체크는 단순히 충치 여부를 확인하고 조기 치료를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구강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가 소홀한 부분을 담당 치과위생사에게 확인하고 관리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이다. 이때 치과위생사가 해야 할 일이 내원자들에게 “이렇게 이 닦으면 안 된다”라고 혼만 낼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사정을 듣고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관리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성취 가능한 작은 목표부터 제시
필자는 특히 어린이를 좋아하고 구강 건강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감도 느낀다. 아동 구강 관리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구강 관리는 학습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이 닦는 습관이 형성되어야 하고, 관리의 중요성이 인식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치과에 내원하는 어린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교육한다. 집이 멀어서 혹은 자주 내원하기 힘든 어린이들에게는 다음 내원까지 미션을 주고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다음 내원까지 해야 할 미션을 약속하고 인증샷을 찍고 기억해 두었다가 잘 수행했을 때 격려차 자일리톨 캔디를 선물하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헬스에서 식단 처방을 받았을 때 도저히 일반 직장인들은 수행할 수 없는 식이요법과 운동에 대한 미션을 준다. 그럼 곧 포기하고 만다. 내원자들에게 무리하게 처음부터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기보다는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성취 가능한 작은 목표부터 제시하면 어떨까? 
 

지금 나는 전문 예방 치과가 아닌 일반진료를 하는 치과에서 여전히 예방업무를 수행 중이다. 꼭 예방 치과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원자의 구강 건강에 대한 고민과 호기심,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관리법을 교육하고 함께 실천한다면 그곳이 예방 치과가 아닐까?
 
치과위생사는 이미 예방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대학에서 예방에 대한 여러 지식을 배웠다. 지금은 면허자로서 실천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두 예방을 위한 도전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잇몸을 치료받는 환자분께 치과의사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잇몸치료는 병원에서 치과의사, 치과위생사만 하는 게 아니라, 댁에서 환자분께서 매일 하는 칫솔질로 해주셔야 좋아집니다. 이를 닦는 것은 잇몸 치료하는 것으로 생각하십시오!’ 내원자 스스로 구강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치과위생사가 있는 치과를 찾아오게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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