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가 바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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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코로나가 바꾼 삶
  • 최복희 치과위생사(충치예방연구회)
  • 승인 2020.06.2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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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았다면 충치예방연구회 회원으로 구강보건교육 활동을 열심히 하는 치과위생사 최복희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삶은 두 개의 단어로 표현된다.
 
‘돌밥과 부캐’
돌밥은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는’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아마도 대한민국의 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들의 상황일 것이다. 또 하나 부캐는 부캐릭터의 준말로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가리키는 용어를 의미하는데 지금의 내 상황이 그렇다. 구강보건교육자가 아닌 돌아서면 밥하는 엄마로 돌밥의 부캐로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내 나름의 의미를 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집은 PC 방?! 온라인 강의에 도전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때문에 등교하지 못하는 두 아이는 온라인 수업, 나는 교육자로서의 활동에 내실을 기하고자 3월부터 등록한 사이버대학 수업을 듣기 위한 학생모드. 우리 집은 마치 PC방 같다. 대면수업과 같은 집중력은 없으나 각자 자기 PC나 노트북으로 공부도 하고 의견도 나누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공부가 된듯하여 새로운 이점도 있다.

나는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강의에도 도전하였다. 그동안 대면으로 진행되던 교육들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강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강의에 익숙했고 학생들이 없는 강의는 전교생 대상으로 방송실에서 강의를 했던 경험뿐이라 어찌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앞으로는 우리 사회의 많은 교육 방식이 바뀔 것이기에, 또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된 요즘 구강 위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에 치과위생사의 책임감으로 기본이 충실하다면 강의 방식이 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나는 이제 우리 집 PC 방과 더욱 친해 질 것이라 생각된다.
 
비대면 희망봉사
 
희망봉사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으로 벌써 10년째 온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반찬봉사와 노래봉사를 하다가 치과위생사의 전문성을 살려 3년 전부터 구강관리를 위한 이 닦기를 시작하였다. 그런 인연 중 한 분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거동이 불편하여 처음에는 그저 말벗을 해드리고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도와 드리며 반찬을 가져다드리다가 거동불편으로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워 이 닦기를 해 드렸고, 너무 좋아하셔서 그다음부터는 반찬과 자일리톨, 구강관리용품을 같이 챙겨 드렸다. 그 전에 일상 봉사보다 전문적 구강관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은 나 자신이 더 보람되고 행복했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나기 어려워 반찬과 구강관리용품, 자일리톨을 현관 앞에 두고 전화로만 안부를 전한다. 대면봉사보다는 부족함이 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서 다시 돌봐 드릴 그날을 생각하며 우리 주변의 많은 봉사 활동들이 비대면이라도 봉사가 멈춰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캠페인 송
가족들과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 보니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었다. 가족 모두가 음악을 좋아하니 음악과 관련된 무언가를 막연히 희망하다 얼마 전 ‘치카송’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이 구체화됐다. 그러던 중 집콕 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에 모두가 힘든 이 시간을 이겨 낼 수 있는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19 캠페인 송을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도전 정신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작곡‧작사를 하는 과정에서 좀 더 나은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생겨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참여한 결과물이고, 함께 한 그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력이 통했을까? 노래, 영상촬영, 편집 과정을 거쳐 공모전에 참가했고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쁨은 배가 되었다. 엄마의 용기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만들어낸 가족과 함께한 뜻깊은 추억은 코로나로 인해 얻게 된 선물이었다.
 
희망의 미래로
새벽 미사 시간 성당 오르간 반주를 하는 것은 천주교 신자인 내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를 위해 미사가 중단되었고 현재는 평일 미사는 열리지만, 서로가 조심해야 하기에 손 소독->체온 측정->참석자 명단 작성의 절차를 지키고, 성당 안에서 일정한 거리 두고 착석하기, 비말 감염 예방을 위해 성가를 부르지 않기 뿐만 아니라 미사 외에는 행사와 소모임도 하지 않고, 신자들끼리의 대화 자제를 위해 음료 자판기까지도 사용을 금하고 있다.

성당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위안을 얻는 일상이 좀 불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행동들이 코로나19 종식을 당겨 주리라 믿으며 불편함을 감내한다.
 
치과위생사들은 여러 의료현장과 같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다. 어려운 환경에서 보건소, 임상 등등에서 애쓰시는 치과위생사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지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울 때 주저앉기보다 그 안에서 새로움과 다양함을 찾기를 바라며 나의 일상을 공유한다. 마스크 없이 마주 앉아 차 한잔의 수다가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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