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보건 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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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 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 김흥세 기자
  • 승인 2020.07.24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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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공직 생활, 사명감 그리고 워킹맘의 삶, 일산서구 보건소 박순자 소장을 만나다
지난 1992년 처음 공직에 입문해 2019년 7월 보건소장이란 국민 건강을 위한 중책을 맡기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치과위생사 출신으로 28년간 공직에 몸담고 있는 고양시 일산서구 보건소 박순자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대상자가 보건소장으로서 감염병 관리 및 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서면으로 이뤄졌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방역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박순자 소장(가운데)
코로나19 방역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박순자 소장(가운데)
Q. 안녕하세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저는 1992년 3월 2일 자로 공직에 입문한 치과위생사 면허소지자이자 지방기술서기관인 고양시 일산서구 보건소장 박순자입니다. 지난해 7월 16일 최초로 개방형 직위인 보건소장에 합격하여 치과위생사로서 보건소장에 임명되어 근무 중입니다.
 
Q. 현재 맡고 계신 업무와 보건소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고양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국가지정 암 관리, 정신건강증진, 지역사회통합건강 증진, 보건의료 취약계층 방문보건, 치매안전망 구축, 병‧의원 의약업무, 구강보건사업, 그리고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Q. 처음 공무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처음엔 일반 치과의원에서 치과위생사로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공직에 대한 열망도 가지고 있던 차에 보건소에 치과위생사 직종이 배치된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공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꼭 임용되어야 하겠다는 각오와 열망으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거 같습니다.
 
Q. 92년도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돌아보면 공직 생활 대부분이, 지금도 포함해서, 감염병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1996년도에 보건소 검사 계장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 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됐는데, 당시는 사회적으로 AIDS(에이즈,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을 때였습니다. 역학조사를 해야 하지만 당사자를 만날 수 없어 실제 경찰처럼 대상자 거주지 근처에서 잠복근무를 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또 하나는 몽골 해외 의료봉사를 아들과 함께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돈드고비 아이막이라는 곳에서 공중보건(금연)에 대한 강의를 하다가 그곳의 국영 TV 방송국과 촬영과 인터뷰까지 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몽골에서는 게르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이 대다수 인지라 90% 이상의 주민들이 ‘포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기생충 약을 직접 복용케 하고, 혈액을 채취하여 그 당시 국립보건원(질병관리본부 전신)에 검사 요청을 하는 등 몽골에서의 공중보건 캠페인을 벌이게 됐었고, 또 그게 조선일보에 보도가 됐던 것도 기억에 오래 남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Q. 보건소를 비롯해 치과위생사로서 공무원을 준비한다면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해주신다면?
A. 책임감과 성실함, 투철한 국가관, 그리고 사명감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직이라는 것은 국민에 봉사한다는 일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적으로는 치과위생사 면허를 가지고 보건직 또는 의료기술직으로 응시를 하고 시험 준비를 하면 되겠지만, 그 전에 내가 왜 공직에 가야 하는지 스스로 올바른 의지와 신념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때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워킹맘으로서 육아에 대한 어려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두 자녀의 엄마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기 위해 정말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일하는 엄마, 어찌 보면 많은 시간을 더 함께할 수 없는 엄마의 공백을 아이들이 느낄 수 도 있기에.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절 보고 ’작은 거인‘이라 합니다. 제가 노력을 한 만큼 가족에게 인정받은 삶이란 생각이 들어 흐뭇하고 그래서 과거의 저에게 그렇게 노력하느라 수고 많았다, 잘 해냈다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Q. 반대로 앞으로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또는 지금 그리고 있는 미래와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대한민국 워킹맘들이 모두 그렇듯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공직 생활이 어느덧 3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휙 지나가 버렸네요. 그동안 취득한 국가 자격증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사회에 봉사와 헌신하는 삶을 살아 볼까 합니다.
 
Q. 보건소에서의 치과위생사의 삶은 어떠셨나요? (업무적인 부분, 제약적인 부분 등)
A. 보건소는 여러 직렬의 공무원이 함께 근무하는 곳이고 면허별 근무가 한정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치과위생사가 구강보건실에만 국한돼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틀을 깨기 위해, 예를 들어 보건행정 등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왔습니다.
 
Q. 보건소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인 노력, 정책적인 부분 등)
A. 저는 개인적으로 면허증 및 국가자격증을 9개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보건소 어느 분야에서도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개인 역량을 키우는 것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지역밀착형 취약계층 대상 구강보건증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유관단체의 협력과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치과위생사이자 보건소장으로서 앞으로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치과위생사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 제언해주신다면?
A.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구강보건 뿐 아니라 모든 건강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보건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인생을 조금이나마 더 먼저 살아본 한 사람으로서 본인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동료들과의 신뢰를 형성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삶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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