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건의료계의 환경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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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건의료계의 환경변화
  • 이정화 교수(동의대학교 치위생학과)
  • 승인 2020.09.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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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교수
우주의 역사는 138억 년이고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이며 인류의 역사는 300만 년이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출현은 아직은 진행 중인 사태라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인류 역사를 위협하고 있는 대단한 전염병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인류 역사상 전염병이 창궐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흑사병은 14세기부터 100년 넘게 유럽,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창궐하면서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1918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사망자가 5,000만 명에 이른다고 하고,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수백만 명이 감염되어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1968년 홍콩 독감으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시 전 세계 사망자가 5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우리나라에서도 260여 명이 희생되었다. 
 
지난해 연말 중국 우환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질환은 우리 인간의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고 반드시 퇴치해야 할 존재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팬데믹(Pandemic, 세계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770만 명, 사망자는 90만 명을 돌파했다(2020년 9월 9일 기준). 지구의 역사를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기원전(Before christ = 예수 탄생 이전)과 기원후(Anno Domini = 예수 탄생 이후)로 구분해 BC와 AD로 일컫던 것을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Disease)로 풍자해 부를 만큼 코로나19는 전 세계 70억 인간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대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상황이 유동적(Volatile)이고 불확실(Uncertain)하며 복잡(Complex)하고 모호한(Ambiguous) 뷰카(VUCA)시대에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환경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종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모든 이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Before COVID-19)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이고, 오히려 코로나와 더불어(With COVID-19) 살아가야 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우리 보건의료계에는 어떤 환경변화가 일어나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보건의료계의 환경변화는, 첫째 ‘비대면 진료’ 혹은 ‘원격 진료’에 대한 필요성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원격 진료 혹은 비대면 진료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원격진료(Telemedicine)란 환자 건강 상태와 진단 개선을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의료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사태로 시행한 전화를 통한 의료상담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대책 강화 방안의 하나로 올 2월부터 전화를 이용한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는 ‘전화 상담 처방’을 전격 허용하였다. 정부는 비대면 산업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한 기회의 산업으로 적극 키워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로 ‘공공보건의료 분야 강화’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지속해서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 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대응의 일차 방어선으로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공의료 투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는 12.3개로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3개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율도 5.7%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공공의료가 사회 안전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재정적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기술의 활용인데,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인공지능의 활약으로 향후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기술 활용이 보편화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인공지능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코로나19의 예측 및 유입 차단, 현장 대응, 확산방지와 신약 및 백신 개발의 각 단계마다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캐나다 인공지능 의료 플랫폼 업체인 블루닷(Bluedot)은 WHO보다 9일이나 먼저 위험성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은 감염 추이에 대한 예측뿐만 아니라 유용한 치료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치료 백신에 필요한 약물 분자조합을 찾아내는 데 이미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를 통해 AI의 활용 성과가 직접 드러남으로써 보건의료 분야에서 향후 AI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대면 진료, 공공의료 강화, AI 기술의 활용 등의 변화들은 향후 코로나19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을 줄지에 따라 변화의 범위와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색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수가 되고,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지금, 평범하고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 우리 모두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다가올 미래의 보건 의료환경 변화에 대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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