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구강보건의 날에 치아를 생각한다 

2024-05-28     김영경 교수(충청대학교 치위생과)
“임플란트·틀니 안해도 돼…치아 자라게 하는 약 나왔다.” 2024년 5월 3일 한국경제 뉴스에 실린 기사의 타이틀이다. 일본이 최초로 개발해서 올해 말 임상실험에 돌입하고 2030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고 하는 신약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기사에서는 선천성 무치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치아 성장을 막는 단백질 ‘USAG-1’이 작용하는 원리에 주목해, 이 기능을 억제하는 효과의 약을 개발했다고 기사에서는 설명하고 있으며, 충치로 치아를 잃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기사를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치아의 싹은 태아 6주 정도에 만들어져 3~5개월이 될 즈음 영구치의 치아 싹이 형성되기 시작해서 만 12살이 되면 28개의 영구치아의 맹출이 완성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길고 오랜 세월을 묵히고 키워서 뼈보다 단단한 조직이 보드라운 잇몸을 뚫고 나오는 것이다.
 
영구치아는 평생 80,000끼니 정도의 식사를 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미소를 보여준다. 치아로 잘 씹어서 삼킨 음식물은 자연스럽게 위로 들어가 편안하게 위장이 소화를 하도록 돕고 소장의 영양분 흡수에 영향을 준다. 그러기 위해 인간의 치아는 단단하고 인간의 교합력 지수(Bite force quotient)는 150으로 119의 치타, 127의 호랑이보다도 높다. 그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야 하니 조직 속에서 길고 오랜 시간을 공들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약물 하나로 치아를 자라게 한다고? 가능할까? 연구는 치아의 성장을 막는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의 약을 개발한다고 하나, 부작용은 없을까? 만약에 그 약이 효과가 있어서 선천선 무치증을 치료에 성공했다고 치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이 있을까? 선천선 무치증환자에게는 그것만큼 삶의 질을 올리는 것도 없으리라. 또한 치아가 생기면 그로 인한 치아우식이나 치주병에 대하여 관리를 해야 하니 구강보건전문가인 치과위생사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충치로 발거가 된 치아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대난망이다. 또한 그 약의 가격이 천만원을 훌쩍 넘던데 그걸로 진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치아 한 개의 가치가 실로 어마 하다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오랜 시간 묵힌 장맛에 많은 가치를 두고 오랜 세월이 흐른 도자기에 비싼 값을 매긴다.
 
치아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공들여지고 만들어지는 시간이 앞서 이야기하듯 오래 걸린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28개의 치열이 완성되는 12세 아동의 우식경험 영구치 지수는 1.9개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를 유추해보면 제일 큰 어금니 4개 중 2개 정도는 썩었다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만 6살에 맹출하여 겨우 6년이 지난 시기에 그런 결과가 평균적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아직 살날이 70년은 더 남았고, 그때까지 적어도 8만 끼니 이상을 씹어야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치아가 벌써 썩다니. 하지만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아직 20개 이상의 치아가 남아있다. 치아가 얼마나 중요하면 기능을 생각해 모양을 다양하게 하고 심지어 심미까지 고려하여 여러 개의 치아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이러한 치아를 관리하는 구강보건 전문인력인 치과위생사는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에 치아 하나하나에 기울인 정성을 생각하여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돌이켜 볼 일이다. 치아는 맹출 직후가 가장 치아우식에 취약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므로 유치원 상급반부터 유치원 선생님들과 보호자 교육을 좀 더 강화하여 치아 홈메우기와 불소를 이용하는 예방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취지로 치과주치의 제도를 유치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이는 6세 구치가 맹출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구강관리의 가이드를 제시하여 영구치가 맹출된 후부터 예방적처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을 치과위생사가 앞장서서 할 수 있도록 구강검사의 범위가 넓어지길 희망한다. 또한 재활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의 치면세균막관리 등은 치과의사의 직접 지도가 없어도 전문적인 연수를 받은 치과위생사가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