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4년 12월 대한민국의 아이러니

소년이 온다/한강 저/창비 출판/2014년 5월 19일 발행/정가 15,000원

2024-12-31     장효숙 치과위생사(이병준치과의원)
2024년 12월 3일,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그리고 1주일 뒤 12월 11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강 작가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었습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폭력과 희생, 그리고 기억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거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 멈추지 않고, 폭력이 인간성에 남기는 흔적과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비극에서 소년 동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동호를 비롯한 동호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를 통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광주에서 학살된 시민들과 이를 목격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시대적 고통과 흔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단어들은 그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읽는 내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강렬하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왜 이런 고통스러움을 독자들에게 느끼게 하는지 작가가 말하는 고통스럽지만, 진실을 증언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여러 인물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면서 사건의 전후 맥락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감정을 점진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광주의 비극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람으로서의 인간성을 잃지 않습니다. 동호가 학살 현장에서 시신을 정리하는 모습,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선의와 연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역사적 비극은 단순히 파괴와 상처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사랑의 흔적도 남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침묵’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사건을 목격한 이들은 침묵 속에 갇히거나 강제로 침묵 당합니다. 하지만 침묵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진실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침묵의 무게를 느끼고, 역사를 기억하고 증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는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폭력과 억압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인간성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처음 접하고는 읽어 내리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시대적 역사가 말하는 아주 불편하고 어려운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역사를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의 날 들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증언하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고통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의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인간의 고통과 가능성. 지금 이 시점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에게 더불어 살아가야 할 가치에 대하여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하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