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일과 삶의 균형, 치과위생사라는 선택

2025-02-28     성미경 교수(마산대학교 치위생과)
성미경
언젠가 친구와 우연히 들렀던 카페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느낌이 있어 언젠가는 꼭 책 한 권 들고 종일 여기 와서 호사를 누리는 나의 ‘소확행’을 실천하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었다. 한적한 마을에 논 뷰가 보이고 테이블이 높아 책을 읽기 좋은 그런 곳이다. 주인장의 정성으로 만든 차도 맛있었지만 2층에는 살림집, 1층에는 카페인데 창이 있는 곳에 고정된 주인장의 책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본인의 취미가 실천되는 소소한 사업장이라 오래 머물러도 괜찮겠다 싶은 그런 카페였다. 
 
전국에 눈과 비가 내리던 2월 어느 날, 나는 노트북과 지인이 선물한 부담 없고 읽으면 몽글몽글해지는 책 한 권을 들고 그 카페로 향했고 종일 나의 ‘소확행’과 ‘아보하’를 이룰 수 있어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신년 들어 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건 치과위생사인데~’ 하면서 접목해보고 싶어 책 속의 일부 내용을 치과위생사에 맞추어 얘기해 보려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8년」에 소개된 키워드인 ‘소확행’은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원대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의 성공보다는 일상 속 손에 잡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라는 의미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행복은 언제나 쉽게 닿을 수 있는 가치로 대한민국 최애 키워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하는 순간순간을 담아 SNS에 올리며 #소확행 해시태그를 붙였다. 
 
그러나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는 본래의 취지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에게 인정받지 않으면 행복이 아니다’라는 강박으로 변해, 2030 세대를 비롯해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가치판단이 미묘하게 변화되면서 ’평범한 보통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트렌드 코리아 2025년」에는 ’아보하‘라는 키워드의 내용이 있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를 말하며 특별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아주 보통의 오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다. 늦은 퇴근과 불규칙한 근무 시간에 지친 직장인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은 안정적인 근무 시간과 전문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어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치과위생사의 하루는 대부분 오전 9시에 시작되어 오후 6시에 끝난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삶의 질을 크게 향상한다. 아침을 여유 있게 준비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고, 특히 점심시간이 정확히 보장되어 동료들과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주말 당직은 보통 한 달에 1~2회 정도로 미리 일정이 정해져 있어 계획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평일에도 환자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업무가 과중해지는 일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러한 규칙적인 근무 환경은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 치과위생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일 역시 워라밸을 해치지 않는다. 보수교육이나 학회 참석은 대부분 주말을 이용하거나 연차를 활용할 수 있어서 업무와 자기계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으며,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어 퇴근 후에 편하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힌 환경은 업무의 질이 향상되므로 환자들을 더 상쾌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고 섬세한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동료들과 일정을 조율하여 원하는 시기에 휴가 사용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가족 여행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 확보도 가능하여 개인 생활을 존중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복리후생도 누릴 수 있어 미래를 계획하기에도 좋다. 
 
물론 치과위생사의 일상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까다로운 환자를 응대해야 할 때도 있고, 섬세한 치료 과정에서 긴장감을 느낄 때도 있고 기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내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규칙적인 근무 시간과 안정적인 업무 환경은 이러한 스트레스도 잘 관리할 수 있고, 퇴근 후에는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친구들과 만나는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다녀오거나, 독서나 영화 감상 같은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이런 여유로운 개인 시간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은 누구나 오늘도 내일도 환자를 만나는 연속이겠지만, 그들의 건강한 미소를 지키는 일은 우리들의 큰 기쁨이자 자부심으로 돌아온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나를 성장시키고 ‘아주 보통의 행복한 하루’를 선물한다.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과 개인의 삶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워라밸이 아닐까?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동시에 풍요로운 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치과위생사야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