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교수의 노동법 이야기] 노동법의 기능과 근로감독관의 역할
2025-07-03 하종강 교수(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지나치게 많은 우리나라 임금체불액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2024년 기준 2조 448억 원이다.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 두 배가 넘는 일본의 2021년 임금체불액 516억 원에 견주어 지나치게 많다. 2021년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1조 3천억 원이었으니, 단순히 비교해도 25배나 많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2.85배 가량 되는 일본 임금 노동자 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일본보다 약 100배(정확하게는 98.6배) 정도 많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2024년 기준 2조 448억 원이다.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 두 배가 넘는 일본의 2021년 임금체불액 516억 원에 견주어 지나치게 많다. 2021년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1조 3천억 원이었으니, 단순히 비교해도 25배나 많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2.85배 가량 되는 일본 임금 노동자 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일본보다 약 100배(정확하게는 98.6배) 정도 많다는 분석도 있다.
오랜 기간 일본의 노사관계와 기업 경영자의 윤리의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오학수 박사(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는 일본 기업 경영자의 윤리의식이 우리나라 경영자보다 훨씬 높은 것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약 5만 개의 회원사를 갖고 있는 일본 중소기업가동우회는 경영자의 핵심 책임이 노동자의 생활 보장과 자발성 유도라고 강조한다. 이 단체에서는 “임금체불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윤리를 내부적으로 철저히 확립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경영자가 자신의 보수를 삭감해서라도 노동자 임금을 우선 지급하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자들은 “착한 경영을 하다가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이 짧은 기간의 압축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 된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 10위 경제 규모의 당당한 경제 선진국이 된 지금은 임금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더 이상 국가 경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진 기업이 국가 경제에도 기여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윤리의식이 낮은 이유
서울지방노동위원의 공익위원을 맡고 있었을 때, 간혹 외국인 CEO들이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피신청인으로 출석했을 때 공통적 호소를 하는 경우를 몇 번 겪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윤리강령이 들어 있는 두꺼운 책자를 지참해 와서 해당 규정을 펼쳐 일일이 설명하면서 “한국 기업의 접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나 경찰, 검찰 등을 만나 접대하며 해결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 윤리강령에 어긋나지 않도록 원칙대로 처리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의 공익위원을 맡고 있었을 때, 간혹 외국인 CEO들이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피신청인으로 출석했을 때 공통적 호소를 하는 경우를 몇 번 겪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윤리강령이 들어 있는 두꺼운 책자를 지참해 와서 해당 규정을 펼쳐 일일이 설명하면서 “한국 기업의 접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나 경찰, 검찰 등을 만나 접대하며 해결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 윤리강령에 어긋나지 않도록 원칙대로 처리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에 접대 문화가 깊게 배어 있는 원인을 비정상적인 한국 자본주의 이행 과정 때문이라고 보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제 식민지라는 기형적 방식으로 산업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노자 교수(한국학, 스웨덴 오슬로국립대)는 구한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기업 경영자들이 대부분 점령 세력에게 아첨함으로써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확보한 조선 사대부 출신들이었다는 역사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 당시 조선 사대부들 사이에서는 사회 상층부에 진입하기 위해 자신의 저택을 외국인 고관대작들을 접대하기 위한 시설로 뜯어고치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근로감독과 형사 처벌의 강화
우리나라 기업의 노동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는 노동법에 규정된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기업 경영자의 노동시간 위반이나 체불임금에 대한 형사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체불임금 액수보다 형사처벌 벌금액이 현저히 낮은 경우도 많다. 민사 배상금과 형사 벌금은 물론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수천만 원을 체불하고도 수백만 원의 벌금형만 받는다면 기업 경영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노동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는 노동법에 규정된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기업 경영자의 노동시간 위반이나 체불임금에 대한 형사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체불임금 액수보다 형사처벌 벌금액이 현저히 낮은 경우도 많다. 민사 배상금과 형사 벌금은 물론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수천만 원을 체불하고도 수백만 원의 벌금형만 받는다면 기업 경영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동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도적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음주 운전의 경우 대대적 캠페인과 함께 위반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널리 알려지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우리나라 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수가 업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노동자 수 대비 근로감독관의 수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많다. 근로감독관의 절대 수 못지않게 다른 측면의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로감독관의 업무를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 측면보다 노동정책 전달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근로감독정책단’을 꾸려 근로감독관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였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했다. 그 이유는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현장 적용 안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주당 노동시간을 융통성 있게 늘려서 기업의 편의를 봐 주고 싶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선 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근로감독관 수를 대폭 늘리고 명칭도 ‘노동 경찰’로 바꾼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업 경영자로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라고 볼 필요도 있다. 사회는 그렇게 한 걸음씩 전진한다.
3년 동안 연재했던 ‘노동법 이야기’ 연재를 마친다. 매번 원고 마감 시간을 어기는 필자 때문에 고생한 편집진과 독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