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졸업을 앞 둔 후배들에게
2026-03-04 김영경 교수(충청대학교 치위생과)
노루꼬리처럼 해가 길어지고 나른한 봄날이 기다려지는 지금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배님들은 이제 졸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40여 년 전 우리는 하루라도 일찍 사회인이 되어 내 손으로 월급을 받아가며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고 그 시절의 경제도 지금처럼 그리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지금의 일부 청년들은 졸업 후 사회진출에 대해서 기대와 설렘보다는 부담과 두려움을 가지고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취업은 가능한 늦게 하려고 하고 업무로 인한 성과의 기쁨보다는 자신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생 60년 뒤돌아보면 매 순간 성심성의껏 치열하게 살아 온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부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나의 세대와 나의 부모님 세대는 참 고단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고만고만한 살림살이에 쥐어짜듯 자식들 공부시키는 형편을 다들 눈치껏 이해하고 있었으니 어찌하든 ‘내 밥그릇은 내가 챙기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아서 빨리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자리 잡았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일천한 지식으로 현장에서 적응하고 살아간다는 건 지금 돌이켜 봐도 ‘무시무시’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나이 든 이들, 특히 사회에서 그래도 그럭저럭 실패하지 않은 삶을 진행 중인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반추하며 그들에게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첫걸음은 늘 서툰 법이다. 유치원 언니반에서 경험한 ‘언니다움’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어리버리’ 신입생이 된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새로 들어 온 1학년들을 보며 ‘참 좋을 때다’라고 말하는 ‘노숙함’도 보이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되면 또다시 ‘어리버리’ 중학생이 된다. 중 3이 되면 ‘삼디다스 슬리퍼’를 두 손가락에 들고 다니는 2학년 후배들을 보며 ‘참 저것들 언제 철드냐’라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러다 고등하교 1학년이 되면 다시 ‘어리버리’가 되고 적응을 마칠 때쯤 되면 대학 새내기가 되어 전공에 대한 부담감을 ‘징징’대며 선배들에게 하소연한다. 그러한 1년 차 증후군은 사회에 진출해도 나타날 것이다. 누군가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갈등 때문에 누군가는 ‘이상한 사람들’이 오는 직업 환경에서 만나는 이들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특히 요즘의 현대인들은 사람을 대면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일이 잦다고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멀리 사는 얼굴도 알 수 없는 많은 사람을 온라인에서 만나고 그들과 공감하여 친밀감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지만, 각자의 생각이 다르면 언제든지 차단하고 차단당할 수 있는 관계에 익숙해져서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생겼을 때 갈등의 원인에 부딪혀 해결하기보다는 그냥 회피하고 싶어 한다. 사람 사이의 갈등으로 생기는 감정의 소모들에 너무 인색해져서인지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사랑하기도 주저한다. 소통이 두려운 것이 아니고 갈등으로 인한 소통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람들은 온라인 소통채널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마음에 ‘투명한 랩핑’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인터넷에 최적화되어 있는 세대들이 사람들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직업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고백하자면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 나도 또한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무지하게 두려웠다. 그러나 사람은 어떠한 이유로든 살게 된다. 그러므로 첫걸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 가지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지켜야 할 원칙은 ‘감정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다.
치과위생사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직업이다. 여러 사람을 접하면서 감정의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감정에 따라 태도가 형성되면 그것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그것이 나의 인품이 되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모습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경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다. 즉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와 직무에서 첫 번째 원칙을 준수하면서 관계의 규정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사람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두 팔 벌려 그려진 원 안에 들어 올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규정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가족, 연인, 친구 등 그 경계를 넘지 않는 이상, 관계로 일어 날 불편한 일들은 적절한 선에서 예방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치과위생사라는 전문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직업윤리를 항상 염두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윤리적인 행동에는 반드시 도덕적 책임감이 따른다. 윤리의식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미 발휘되어야 하며 윤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의 끝은 ‘법적 책임’ 또는 ‘양심의 고통’일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만이 정답’이라는 ‘도깨비’의 말씀을 잊지 말기를 바라며 덤블도어의 말을 빌려 ‘우리는 모든 일에서 옳은 것과 쉬운 것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건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어야 해’라는 말을 가슴 깊이 담고 훌륭한 치과위생사가 되길 부탁드린다. 끝으로 영원히 졸업할 수 없는 부모의 자리에서 지켜봐 오신 부모님들께도 존경의 예를 드린다. 어서 와!! 치과위생사는 처음이지?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며 멋져질 미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