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가장 먼저 피는 꽃의 용기
2026-03-31 성미경 교수(마산대학교 치위생과)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들어 이른 봄옷을 꺼내 입었다가 다시 두꺼운 외투로 갈아입는 3월이 반복된다. 올해는 유독 꽃샘추위가 심해 봄이 오는 길목에서 겨울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도 이 어정쩡한 계절이 싫지 않다. 완연한 봄보다 오히려 이 사이의 시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직 다 오지 않았기에 더 간절하고, 아직 다 피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3월의 날씨는 그렇게 서툴고 차갑지만, 그 안에 봄을 품고 있다.
이곳 남쪽 나라에는 꽃 축제를 준비한 시, 군, 구의 일정들이 줄줄이 있고, 행여나 그 일정이 맞지 않아 행사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가 되겠지만 자연이 하는 일에 어찌 인간이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더디 와도 봄은 오고 있다.
2년 전 출장길에 들러 꽃은 보지 못하고 수형만 보면서 상상했던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가 몹시 그리운 봄날이다. 꽃 빛 때문만은 아니다. 세월이 깎고 다듬은 수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이 있다. 잎 하나 없이 선홍빛으로 피어오른 꽃잎은 오래 견딘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지를 화엄사 홍매화가 말없이 보여준다.
매화는 꽃샘추위가 몰아쳐도, 늦게 내린 눈이 꽃잎 위에 쌓여도, 한번 연 꽃잎은 오므라들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용기란 늘 그런 것이 아닐까. 모두가 때를 기다릴 때, 혼자 먼저 나서는 것. 아직 땅이 충분하게 따뜻하지 않아도, 아직 아무도 봄이라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봄이라 믿고 꽃잎을 여는 매화처럼 말이다.
매화가 피어야 사람들은 봄을 느끼고, 봄을 느낀 사람들이 비로소 봄이라 말하기 시작한다. 봄을 선언하는 것은 달력이 아니라, 가장 먼저 꽃을 피운 그 용기 있는 나무인 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가 피었듯 우리 보건‧의료계에도 봄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고, 주변은 여전히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피는 꽃의 용기처럼 쉼 없이 뛰어온 그날들이 모여 돌봄통합법이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방문 재활 및 재택 의료 서비스, 방문 구강 관리의 실질적 걸림돌인 현행 의료기사법의 한계인 “지도에서 처방·의뢰”로 법이 개정되는 ‘법 봄’이 오기를. 용기 있는 결정이 되기를 기다린다.